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대구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 발길이 이어졌다. 침체가 깊은 대구 경제를 혁신할 인물을 선택했다는 시민부터 분열된 대구가 다시 하나로 뭉쳐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이까지, 지향점은 서로 다르더라도 지역을 아끼는 마음만은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이날 오전 8시쯤 서구 내당2·3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투표소 입구에서는 안내요원이 유권자가 관내 선거인인지 관외 선거인인지 확인하며 동선을 안내했고, 유권자들은 신분 확인을 마친 뒤 차례로 기표소로 향했다.
많은 시민들은 경제 문제를 최우선 기준으로 꼽았다. 대구 토박이라는 이순자(73)씨는 "오랜 기간 경제 침체가 이어진 대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철준(63)씨 역시 "요즘 경기가 너무 어렵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라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인물이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날 오전 10시쯤 수성구 범어1동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황미선(41)씨는 '인물론'을 앞세웠다. 황씨는 "서울에서 내려와 대구에 살고 있다. 대구가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일을 잘할 것 같은 인물을 찍었다. 그간의 행적을 보면서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살펴봤다"고 전했다.
'변화' 또는 '결집'을 키워드로 꼽은 이들도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과 투표장을 찾은 김모(57·북구)씨는 "오랫동안 지지한 정당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실망해 이번에는 변화에 표를 던졌다"고 털어놨다. 반면, 박종욱(51·달서구)씨는 "대구가 정치적으로 너무 분열돼 있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 다시 대구를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투표소 곳곳 작은 해프닝도
이번 지선에서 대구시장 선거는 전국구 격전지로 꼽히며 관심을 끌고 있지만, 기초의원이나 교육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모습이었다. 출근 전 남편과 함께 투표장을 찾은 이모(52)씨는 "구의원 후보 중 아는 이름이 드물었다. 각 후보가 어떤 공약을 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해 평소 지지하는 정당을 고려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정경진(41·서구)씨는 "여야 싸움 같은 중앙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대구의 현실을 살피며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장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구의원이나 교육감 후보들 같은 경우엔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지 않아서인지 기억에 남는 공약이 딱히 없어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전투표소마다 작은 해프닝들도 발생했다. 서구 내당2·3동에선 한 시민이 기표 도중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 밖으로 나와 '도장을 한 번만 찍어야 하느냐'고 물으면서, 선거사무원들이 "투표지를 보여줘선 안 된다. 몇 번을 찍어야 하는지도 언급할 수 없다"며 제지했다. 수성구 범어1동에선 자신의 투표용지 숫자가 부족하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유권자가 잠시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선거부터 바뀐 관내사전투표함 받침대를 언급하는 시민도 있었다. 선관위는 이동과 보관이 쉬운 자루 형태의 행낭식 관내사전투표함을 받침대와 결합해 사용하고 있다. 기존 받침대는 불투명해 투표함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부터는 받침대가 투명 재질로 바뀌어 투표함 설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최인숙(65)씨는 "부정선거론을 믿진 않지만, 그동안 이와 관련한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지 않나. 이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도 주변에 꽤 많다"며 "이번에 투표함 받침대를 투명하게 바꿨던데,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8시쯤 대구 서구 내당2·3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마친 뒤 인증샷을 찍고 있다. 조윤화기자
◆ 이번에도 사전투표율 꼴찌일까
대구지역은 사전투표제 도입 이후 대구 사전투표율은 매번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첫 도입 시점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8%로 꼴찌를 기록했고, 2017년 대선(22.28%), 2018년 지방선거(16.43%), 2020년 총선(23.56%), 2022년 지방선거(14.8%)에서도 가장 저조한 사전투표율을 남겼다. 최하위를 벗어난 건 2016년 총선(10.13%·16위)과 2022년 대선(33.91%·15위), 단 2차례 뿐이다.
이번 지선에서도 대구는 저조한 참여율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전투표 1일차(29일) 성적표는 대구가 9.02%(오후 6시 기준)로 전국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매 선거 때마다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나서는 전북과 전남·광주의 경우 각각 19.39%, 18.79%로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영남대 정병기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대구지역에서 저조한 사전투표율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선 그 양상이 다소 다르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사전투표는 대체로 투표 의사가 뚜렷한 적극 투표층이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민주당 후보가 이례적으로 지지세를 끌어올리자 기존 보수 성향 유권자들 중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가톨릭대 장우영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대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 비중이 높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전투표보다 본투표일 투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몇 차례 선거를 거치며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도 과학적 근거와 별개로 일부 유권자의 사전투표 기피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지선 사전투표는 29~30일 이틀간 전국 총 3천571개 투표소에서 이뤄진다. 신분증만 있다면 지정 투표소가 아닌 전국 어디서든 투표 가능하며,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최시웅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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