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경북 산하에 긴장감이 감돈다. 건조한 대기와 매서운 강풍의 영향으로 대형산불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지성 강풍은 작은 불씨조차 순식간에 거대한 화마로 키워내는 치명적 도화선이다. 2월 들어 경주, 의성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도민들의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다. 23일 경북 대부분의 지역에 건조 및 강풍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경북은 연례행사처럼 대형 산불 피해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5개 시·군으로 확산해 사망자만 26명에 이르렀다. 주택 4천400여채가 전소했고, 이재민이 5천400여명에 달했다.
경북도는 제도와 기술을 총동원해 산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산불 예방이 미흡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시·군에 대해 특별조정교부금 지원을 제한하는 등 재정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산불을 '천재(天災)'로 치부해 온 안일한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다. 일선 시·군은 이제 산불 방지를 단순한 행정 사무가 아닌 지역의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울진, 영덕을 넘어 상주, 문경까지 드론 스테이션를 활용한 AI 감시망도 가동한다. 고령화된 농촌 인력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려는 전략이다. 초기 10분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게 대형 참사를 막는 길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대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제도와 기술이 아무리 촘촘해도 재난 대응의 완성은 현장에서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강풍이 발생하는 시기라면 단순한 주의보 발령을 넘어선 입체적이고 선제적인 방어망을 구축해야 한다. 경북도는 의성의 잿더미 위에서 세운 대책들이 실제 산불 현장에서 빈틈없이 작동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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