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앙시앙 레짐'은 프랑스 혁명 이전의 절대 왕정체제를 말한다. '구체제'와 동의어다. 반동(反動)은 역사의 진보나 발전에 역행해 구체제를 유지 또는 회복하려는 입장이나 정치 행위를 뜻한다. '본디의 바른 상태로 돌아간다'는 반정(反正)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했다. 장 대표는 오히려 "단호히 절연해야 할 대상은 사과와 절연 주장을 반복하는 이들"이라고 역공했다. 혹시 커밍아웃? "나도 사실은 '윤 어게인' 세력"이라고 실토한 것 같아서다. '윤 어게인'? 헌정질서 파괴범에게 다시 권력을 쥐어줘 구체제로 회귀하겠다는 난망한 발상 아닌가. 반동의 의미에 딱 부합한다.
장 대표를 향한 당 안팎의 비난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성권 의원) "장 대표 사퇴가 우리 보수가 국민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국힘 전·현직 당협위원장 25명) "장동혁은 윤석열 세력의 숙주"(한동훈 전 대표) "'윤 어게인' 넘어 윤석열 대변인"(정청래 민주당 대표).
'윤 어게인' 세력을 대변하는 듯한 장 대표의 언행이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대표 취임 후 궤변 어록을 반추해보면 그의 흉중이 드러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윤 전 대통령이 지키려고 했던 정신". 위법한 계엄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깡그리 말살하려 했던 자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고? "이재명 정부와 제대로 싸우는 게 혁신". 싸우는 건 투쟁일 뿐 혁신이라 하진 않는다.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했을 때 이미 장동혁의 '극우 본색'이 드러났다. 내란 우두머리와의 절연 거부는 한동훈 전 대표의 표현대로 "우리가 윤석열"이라고 외친 꼴이다.
지귀연 재판부의 판결문은 곳곳에 자가당착과 형용모순의 어긋남을 노정한다. 비상입법기구 설치 이유와 포고령의 행간만 톺아봐도 계엄의 목적·동기가 명확한데 민주당 탓으로 얼버무렸고, 계엄 실패가 국민과 국회의 저항 때문이었다는 현실 인식이 결여했다. 군경의 소극적 명령 이행에 의한 물리력 자제가 왜 윤석열에 유리한 양형 사유가 되나.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 계엄을 결심했다고 판단한 대목은 서사(敍事) 왜곡의 극치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1심 판결을 부정했다.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근거와 설명이 부족하다나.
1심 선고 후 나온 윤 전 대통령의 입장문도 묘하다.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드린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나야 한다"며 지지자들을 고무했다. 사과를 빙자한 선동이다. 반헌법적 계엄을 구국의 결단으로 윤색하고, 계엄 실패로 좌절을 드렸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아직도 미몽을 헤매는 건가.
반동이 구체제의 과거를 지향한다면, 반정은 현재를 반듯하게 고쳐 미래로 가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기로에 섰다. 반동이냐, 반정이냐. 국힘의 새 당명이 '미래연대'와 '미래를 여는 공화당'으로 압축됐다고 한다. 당명 개정은 일단 지방선거 후로 연기됐다. 어쨌거나 '미래' 간판을 단 정당의 노선이 '윤 어게인' 세력이 밀어주는 구체제 회귀라면 볼썽사나운 모양새가 연출되지 않을까.
중종반정은 폭군 연산을 몰아냄으로써 비로소 완성됐다. 국민의힘의 반정도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없이는 불가하다. 논설위원
'윤 어게인' 두호한 장 대표
내란 인정 1심 판결도 부정
尹, 불법 계엄을 '구국' 윤색
폭군 연산 폐위한 중종반정
절연 없는 국힘 반정 불가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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