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스포칼립스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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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5 08:57  |  수정 2026-03-05 08:57  |  발행일 2026-03-05

'아포칼립스(Apocalypse)'는 대체로 '세계의 종말'이나 '대재앙'이라는 의미를 먼저 떠올린다. 잘못된 표현은 아니지만, 원래는 '장막(비밀)을 걷어내다'라는 뜻의 '묵시(默示)', '계시(啓示)'를 일컫는 말이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의 영어 명칭이 아포칼립스로 불리는 이유이다. 아포칼립스가 계시보다는 재앙의 이미지를 굳히게 된 것은 현대 대중문화 영향이 크다. 특히 계시록에 묘사된 파괴나 종말에 더 의미를 부여한 영화들이 이미지 고착화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최근 세계 IT업계를 중심으로 '사스포칼립스'라는 말이 회자한다. 'SaaS(소프트웨어 서비스)의 아포칼립스'라는 의미다. AI 에이전트(비서)의 급속한 발전으로 공황에 빠진 SW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신조어다. 최근 출시된 AI 에이전트인 엔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나 구글의 '제미나이'가 던진 충격은 공포 그 자체이다. AI 에이전트가 SaaS 기업을 대체할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1인 1자비스' 시대가 도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어도비, IBM 등 다국적 SaaS 기업의 주가는 줄초상이 났다.


'AI 공포'가 금융업 등으로 전이될 조짐을 보이자 젠슨 황을 비롯한 IT업계 CEO들이 "사스포칼립스는 과장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엔트로픽도 SaaS업계와 협업을 선언하면서 공황 분위기는 숙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AI 태풍이 모든 산업을 휩쓸 것은 자명하다. AI 영향권에서 누구도 벗어나기 어려우며, 사람의 설 자리마저 뺏길 수 있다는 두려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으리라고 본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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