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희 수석논설위원
AI(인공지능) 혁신은 누구도 거스를 없는 대세다. 그런데 AI가 지방소멸을 저지할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본 이는 거의 없다. AI 경쟁이 급박하게 '에너지 확보전'으로 확전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AI는 이제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닌 전력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반도체를 앞세운 AI 혁신의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진짜배기 핵심이 전력인 셈이다.
그런데 AI와 지방 간의 연계성이 있기나 할까. 바로 전력이 매개체이다. 국내 전력 생산지는 대부분 지방이며, 향후 전력체계의 '투 트랙'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생산지는 더 그렇다. AI 혁신이 확산할수록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의 목소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그곳에서 소비하자는 취지다.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 따른 갈등과 송전 손실을 줄이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다.
이는 우리만 유별난 게 아니다. AI 인프라가 앞선 미국에선 정책적으로 이를 규제한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빅테크 기업에 '전력 자급'을 강하게 압박한다.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기요금 급등이 사회 문제로 비화해서다. 결국, 빅테크 기업도 원전을 비롯한 발전소 인근에 AI 인프라를 세우는 상황이다.
AI시대, 전력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더는 에너지 생산지역에 대가 없는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수도권이 그동안 누려온 '전력 인프라 무임승차'라는 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정부도 수도권과 지방 간의 '자원 공존'이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내야 할 처지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다. 파급력이 크다 보니, 정부도 실행에 몸을 사린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올 상반기 시행 약속을 또 미뤄, 연말쯤 요금제 도입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것도 가정용은 배제한 채, 산업용에 한해서라는 '반쪽' 단서를 달고서다.
'공짜 점심'에 길든 수도권과 그 언저리에 공생하려는 산업계의 반발은 드세다. 형평성 논란, 산업 경쟁력 저하 등 온갖 핑계를 대며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킬 조짐이다. 자칫 차등 전기요금제가 '산'으로 갈 상황이다.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한 탓인지 조심스럽다. 주무장관이 산업용 전기 요금 격차를 최대 10% 둘 작정이라고 언급하며, 여론 동향을 살피는 모양새다.
하지만 '요금 10% 격차'가 유효한 카드인지에는 의문이 든다. 기업 스스로 지방행 열차에 탑승할 유인책으로는 아쉬운 수준이다. 이 정도 격차라면 기업이 굳이 지방으로 갈 이유가 있을까 싶다. 지방에선 대체로 20% 이상 차이를 둬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스웨덴에선 30% 가까운 요금 격차를 둬, 전력 수요 분산에 성공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가 차등 전기요금제의 전면 시행을 좌고우면할수록 취지는 퇴색하고, 빈 껍데기뿐인 정책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2024년 기준 전력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10.4%이지만, 경북은 전국 최고치인 215.6%다. 현행처럼 에너지는 남고, 산업은 떠나는 기형 구조로는 더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AI 3대 강국' 역시 허울뿐인 구호에 그칠 것이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력 솔루션이 없으면 AI는 재난'이라는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수석논설위원>
AI시대 전력 중요성 높아져
전력 생산지 지방 희생 커
에너지 지산지소 방식 재편
차등 전기료 전면시행 필요
지방 살고 전력수요도 분산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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