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 제공.
영남일보와 농림축산식품부 사단법인 한국귀농귀촌치유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대구·경북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광역 정원 경제권'으로 묶기 위해 '공간과 장소의 융합과 재배치'를 통한 '6+α(대구) 공간 전략'을 제안한다. 이는 스위스가 칸톤(Canton, 주)별로 고유의 경관과 산업을 유지하면서도 '스위스'라는 하나의 국가 브랜드를 완성한 칸톤 네트워크를 참고한 것으로 대구·경북을 6개의 특화된 정원 권역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각 권역은 △고유의 역사성(유교, 해양)△자연 지형(백두대간, 낙동강)△산업 특성(첨단 산단, 경관 농업)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이는 스위스의 '칸톤(Canton)'처럼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가지며 문화, 주민 삶의 질을 기준으로 설계된 6대 전략 권역이다.
유상오 진흥원 원장은 "대구·경북을 6개 권역으로 분류한 단순히 지리적 인접성 때문이 아니다"라며 "'경관 자원의 동질성'과 '생활권 단위의 경제적 자립도'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동해역사권역 (포항·경주·울진·영덕): 해양·치유·역사의 블루 가든
포항·경주·울진·영덕은 각각 떼어놓고 보면 서로 다른 색깔의 도시들이다. 경주는 2000년 신라 역사의 중심이고, 포항은 산업 도시이며, 울진과 영덕은 청정 해안을 품은 어촌이다. 이 전략은 이 네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블루 가든 루프(Loop)'로 묶는 데서 출발한다. 역사와 바다, 숲과 치유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해 교토나 베이징과도 경쟁할 수 있는 광역 관광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포항에 20만t급 크루즈 항구를 조성해 5천명 이상의 선객이 바로 경주로 갈 수 있는 '심리스(Seamless) 교통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일본 교토(항구에서 신칸센으로 역사 도시 직행)나 중국 베이징(고궁·만리장성 연계)처럼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핵심 경쟁력을 따라잡거나 앞서는 포인트가 된다.
이를 이탈리아 '친퀘 테레(Cinque Terre)'를 참고해 울진·영덕 등의 청정 해안선과 연결시킨다. 친퀘 테레는 5개의 작은 해안 마을을 잇는 '푸른 길(Sentiero Azzurro)'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다. 원래 접근이 어려운 험준한 절벽 해안이었으나, 잘 정비된 산책로와 마을 간 연결 덕분에 세계적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동해역사권역도 이 모델을 벤치마킹해 포항의 크루즈 게이트웨이에서 출발해 경주의 역사 유적을 거쳐 울진·영덕의 청정 해안까지 이어지는 '블루 가든 루프'를 완성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해안 송림과 소하천을 정비해 장소와 공간의 서정성과 스토리가 있는 '신라 해안 숲 정원'을 만들고, 주민들이 가드너(정원사)가 된다면 장기 체류형 '대구·경북형 치유 패스'로 연결되어 휴양치유 소득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유교선비권역 (안동·영주·예천): 전통 수목과 선비의 서원과 정원
종가와 서원, 고택의 담장을 단순한 경계가 아닌 정원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 각 공간이 품은 역사와 이야기를 담장 밖으로 끌어내어 마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이 전략의 모델로는 일본 교토의 '데라마치(寺町)'와 '철학의 길'이다. 교토는 역사적 사찰과 고택의 담장을 따라 수로와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도심 전체를 야외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담장 하나하나가 정원의 연장이 되고, 골목 전체가 산책로로 기능하면서 도시 자체가 관광 자원이 됐다.
안동 등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진흥원의 분석이다. 서원과 고택을 독립된 유산으로만 바라보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이를 잇는 골목과 옛길까지 포함해 마을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선형 정원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특히 과거 서원과 낙동강을 오가던 옛길을 복원해 걷는 정원 루트로 활용하면, 흩어진 유산들이 하나의 긴 정원으로 연결되는 '선형 정원 네트워크'가 완성된다.
여기에 주민 참여가 더해지면 차별성은 한층 높아진다. 종가, 서원, 고택의 담장을 정원 인프라로 전환하는 '전통 경관 협약'을 추진하고, 주민들이 마을 규약을 통해 간판과 담장을 자율적으로 정비한다.
이를 통해 경관은 자연스럽게 통일되고, 공간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사람이 실제로 살고 걷는 무대가 된다. 유리 너머로 바라보는 박물관이 아닌, 일상 속에서 역사를 경험하는 공간이 되는 셈이다. 진흥원은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 경우 유교선비권역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살아있는 역사 정원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림수도권역 (봉화·영양·청송): 백두대간 생태 정원
봉화·영양·청송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고 개발이 덜 된 지역으로 꼽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낮은 인구 밀도와 깊은 자연, 그리고 비어가는 산촌 가옥이라는 희소 자원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핵심은 산촌의 빈집을 '정원형 스테이'로 리모델링해 워케이션 거점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개념으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누리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다.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가 일상화된 지금, 조용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
이 구상의 참고 모델은 스위스 '엥가딘(Engadin)' 계곡 마을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엥가딘은 전통 가옥의 외벽을 장식하는 스그라피토 기법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고부가가치 워케이션 중심지로 성장했다. 개발을 최소화하고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지켰더니 오히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된 것이다.
봉화·영양·청송의 전략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빈집을 허물거나 대규모로 개발하는 대신, 정원을 품은 소규모 스테이로 정비해 깊은 자연 속 체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더해진다. 주민이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민 협동조합이 숲밥상과 숲 치유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면 숲을 지키는 행위 자체가 지역민의 일자리로 이어진다. 자연을 소비하는 관광이 아니라, 자연을 보전할수록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다.
궁극적으로 이 전략은 봉화·영양·청송 일대를 '국가 숲 모델'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이 지역을 개발의 대상이 아닌, 국가가 보전하고 가꾸는 백두대간 생태 정원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구경모(세종)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3/news-p.v1.20260228.8d583eb8dbd84369852758c2514d7b37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