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문수면 조제리에서 생강 농사를 짓는 박찬길씨가 가뭄 걱정에 한숨을 지으며 밭을 바라보고 있다. 권기웅 기자
봄 농사 준비가 한창이어야 할 3월 초, 경북 영주시 들녘에선 벌써부터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물부족 문제 때문이다. 영주시 이산·평은·문수·장수면 등 남부권 농민들은 4~5월 본격적인 영농기를 앞두고 농수 공급에 대한 걱정이 크다.
문수면 조제리의 생강밭에 선 박찬길(70)씨는 땅을 한번 발로 툭 차 보이더니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이 바싹 말랐다"고 했다. 박씨는 이 일대에서 생강 5천㎡(약 1천500평)를 재배한다. 비가 제때 오지 않으면 생강은 뿌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물을 대는 일은 곧 비용 증대를 뜻한다. 박씨는 "평소엔 이렇게까지 물 걱정을 안 했는데, 가뭄이 들면 하루에만 관수를 열 번 가까이 해야 한다"며 "1천㎡당 5t 정도를 써야 하니 평년보다 물 쓰는 양이 5~6배 는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지난해 관수 자재까지 포함한 추가 부담은 1천㎡당 50~80만원 가량이다. 양수기를 돌리는 전기료를 감당하는 동안 농가 살림은 버티기 어렵다. 수확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품질도 '중·하'로 내려앉았다. 출하 시기는 같아도 남는 건 예년만 못하다는 얘기다. 박씨는 "가뭄을 농민 개인이 알아서 견디라는 식으론 안 된다"며 "재해로 인정하고, 대형 양수장 설치, 소규모 용수시설 전기요금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수면 월호리·권선리 일대에서 수박 5만㎡(약 1만5천평)를 재배하는 전인만(63)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수박은 그나마 점적 관수(식물 뿌리 부분에 물방울을 아주 조금씩 공급하는 방식)로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물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다. 전씨는 "물을 아껴 쓰려고 점적 관수를 해도, 가뭄이 심하면 하루 여덟 번은 돌려야 한다"며 "1천㎡당 3t 정도를 쓰는데 평년의 6배쯤 된다"고 했다. 그는 "겉으론 버틴 것 같아도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면 결국 상품성이 무너진다"며 "농민 입장에선 가뭄을 막아낸 게 아니라 손해를 줄인 것뿐"이라고 했다.
가뭄 상습지역인 영주 이산·평은·문수·장수 4개 면의 농경지 면적은 5천756ha, 농가 수는 4천249세대(8천662명)에 이른다. 논과 밭이 넓게 퍼진 이 지역에서 물 문제는 일부 농가의 애로가 아니라 남부권 농업 전반의 생존 문제에 가깝다. 모내기와 밭작물 생육이 본격화하는 4~5월 물 수요가 커지고, 한여름인 7~8월엔 가뭄이 더 깊어진다.
이에 영주시는 봉화에서 영주, 예천으로 흐르는 내성천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포함해 올해 150억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양수장 건립과 송수관로 설치가 축이다. 지난달 꾸려진 가뭄대책위원회에선 영주시 수리시설 현황, 재해저감 대책 수립 방향 등이 논의됐다. 나효순 영주시 건설과 농업기반팀장은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향후 지구지정과 사업계획 등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주시 문수면 일대 수박밭이 가뭄에 피해를 입었다. 영주시 제공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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