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왕사남’을 뛰어 넘는 예천 영화를 꿈꾼다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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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1 10:08  |  발행일 2026-03-11
영화흥행 관광객급증 공식
후광에만 기대면 오래 못 가
지역 자원엮는 플랫폼 구축
참여형 프로그램 결합시킨
지자체 전략이 우선되어야
장석원 경북본사 부장

장석원 경북본사 부장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천만 명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가 성공하면서 영화 주인공인 '단종'이 유배지로 머물렀던 강원도 영월과 청령포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영월군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해당 유적지를 찾은 관광객은 약 11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관광객 추이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다. 지난해의 경우 누적 방문객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시점은 6월이었으나, 올해는 불과 두 달여 만에 작년 상반기 전체 실적을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주말이면 청령포로 들어가는 나룻배를 타기 위해 관광객들의 줄이 끊이지 않고 늘어서 있다. 이에 따른 관광효과도 엄청나다고 한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지역 관광과 경제를 어떻게 살리는지 보여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영화를 보고 찾아오는 관광객은 어느 시간이 지나면 주춤해지고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은 다시 줄어들 수 있다. 영월군이 이번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원도 오지 영월군이 새로운 대한민국 관광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다. 영월군이 단종을 기리는 행사를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매년 단종문화제를 개최했고 올해도 4월에 열린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역민을 제외하면 행사에 참가하는 외지 관광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로 역사를 배우기 전까지 많은 국민들은 영월군에 단종의 왕릉이 있다는 것도, 청령포의 존재도 몰랐다. 그만큼 기존 관광 홍보와 전략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북지역으로 눈을 돌려 보자. 도내에는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등 외국인들까지 잘 알고 있는 장소가 여럿 있다. 드라마 '동백꽃이 필 무렵'으로 포항 구룡포가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찾고 있거나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과 영덕에 간간이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는 정도다. '흥행'을 '관광 성공'으로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인구 수만 명에 불과한 지방자치단체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관광 전략'의 부재다.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한 이후, 후광효과로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드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곳에는 모래사장만 남게 된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안일하게 '성공'이나 '흥행'에 기대는 전략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스스로 관광지나 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올해 8회째를 맞는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는 예천군이 '관광 자원'과 '영상 콘텐츠'를 결합한 상품으로 예천군이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다. 스마트폰으로 제작한 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이 영화제는 참여 문턱이 낮고 창작 방식이 자유롭다. 단순한 영화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를 '촬영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낙동강 물길이 휘돌아 흐르는 회룡포와 삼강나루, 용문사, 도청신도시의 현대적 도시 풍경 등은 영상 콘텐츠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예천이 스마트폰영화제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촬영지, 역사, 문화관광, 영화 체험 프로그램, 영상 제작 투어 등과 같은 세밀하고 촘촘한 전략을 마련한다면 '영화가 만든 관광지'가 아니라 '문화와 역사가 만든 영화 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될 것이다. 예천국제스마트폰영화제를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도시 브랜드와 관광 전략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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