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산묘목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묘목을 고르고 있다.
봄기운이 완연해진 지난 11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 환상리 일대 경산 묘목시장은 본격적인 출하 준비로 분주했다. 전국 7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유실수 묘목 주산지답게 도로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농원마다 사과·복숭아·감·대추 등 유실수 묘목이 출하를 앞두고 빼곡히 놓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2월 하순부터 오는 4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최대 묘목 유통 성수기를 맞아, 이날 도매업자들 몇몇이 농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대량으로 사들인 묘목을 싣고 갈 트럭에 싣느라 분주했다. 평일이라 봄철을 맞아 묘목을 사러 온 일반 손님들의 발길은 뜸했으나, 질 좋은 묘목을 구하려는 단골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울산에서 화훼집을 운영한다는 장순이(57)씨는 "꽃나무 구색이 좋고 물건도 실해 봄철이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청도에서 헛개나무를 사러 왔다는 김수림(81)씨는 "몇 해 전 밭에 심은 감나무가 죽어 다시 나무를 구하러 왔다"며 구입한 2년생 헛개나무 묘목 250주를 차에 실었다.
하지만 상인들이 체감하는 묘목시장의 활기는 예전만 못하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농원을 운영해 온 박형돌 삼일종묘농원 대표는 "옛날 같으면 평일에도 차가 줄을 이었고, 주말이면 사람들로 꽉 찼다"며 "작년보다 조금 낫다고 하지만 예전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며 씁쓸해했다.
박미연 국민원예종묘 대표는 "예전에는 성수기 하루 매출이 3천만원씩 나올 때도 있었다"며 "지금은 1천만~2천만원 정도로, 체감상 손님이 예년의 3분의 2 수준이다. 해마다 5%씩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경산묘목시장의 한 농원에 출하를 앞둔 사과·복숭아·감·대추 등 유실수 묘목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과거와 비교해 상황이 달라진 건 최근 들어 묘목 구매 패턴이 변화한 영향이 크다. 직접 시장을 찾아 묘목을 고르는 과수 농가와 달리, 일반 소비자나 소규모 도시 수요는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만난 정희진 경산묘목조합장은 "전체 물량 가운데 인터넷 판매 비중이 5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대면 거래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올해 묘목 시세는 생산량 감소 여파로 지난해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묘목 고사 증가로 일부 품종의 경우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조합장에 따르면 사과 묘목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20% 상승해 현재 2년생 기준 1만5천원~2만원 선에 거래된다. 복숭아 묘목은 지난해 6천~7천원 수준에서 올해 1만원 안팎으로 올라 30~40% 가까이 상승했다. 자두 등 다른 유실수 묘목도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조합장은 "경산 묘목시장 전체 하루 판매량을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15만~20만주 가까이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과가 전체의 70~80%를 차지하고 복숭아와 대추 등이 뒤를 잇는다"고 말했다.
유통 방식과 소비 구조가 재편되고, 고령화로 인해 생산 농가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묘목 산업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우리나라 농가 특유의 빠른 품종 교체 성향 덕분에 묘목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조합장은 "조합원은 현재 380가구 정도이고, 실제 농사짓는 분들은 500가구 안팎"이라면서도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농가들은 품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교체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잘 돌아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경산지역 종묘 재배면적은 하양읍과 진량읍을 중심으로 약 600㏊에 달하며 이 가운데 유실수 묘목이 40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산 농가는 약 600호로 연간 생산량은 2천800만주, 생산액은 약 1천540억원에 달한다.
글·사진=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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