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물 위의 마지막 손, 경북수난구조대의 14년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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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6 21:08  |  발행일 2026-03-16
지난해 12월 경북수난구조대의 밤 행사 이후 대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피재윤 기자

지난해 12월 경북수난구조대의 밤 행사 이후 대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피재윤 기자

강이나 호수에서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경찰이나 119다. 그러나 경북 안동에서는 그보다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경북 안동지역 '물놀이 안전지킴이'로 불려온 안동시수난구조대, 지금의 <사>경북수난구조대다.


이 단체를 이끌어온 백민규 전 회장은 2012년 4월, 스쿠버다이빙과 수상레저 활동 경험을 가진 동료 10여 명과 함께 구조대를 창설했다. 물놀이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전문성을 갖춘 민간 구조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출발점이었다. 50명으로 시작한 구조대는 현재 100여 명 규모로 성장했고, 경북에서는 유일하게 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민간 수난구조단체가 됐다.


활동 성과는 수치로도 분명하다. 2012년 이후 구조대는 익수자 2명을 구조했고, 장기간 실종되거나 수중에 잠겨 있던 익사자 23명을 인양했다. 단순 구조에 그치지 않았다. 안동댐과 안동호, 임하호 일대에서 연간 50여 차례 출동하며 119 구조구급 활동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 사례는 2013년 임하호 산림청 헬기 추락 사고다. 당시 구조대원들은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투입돼 기체와 시신 위치를 파악했고, 이는 사고 수습의 분수령이 됐다. 이후에도 안동호 침몰 보트 조기 인양, 물에 빠진 낚시객 구조 등 크고 작은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구조대의 강점은 장비와 숙련도다. 수중음파탐지기 등 고가 장비를 자비로 마련해 수색에 투입한다.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운영비와 장비 대부분을 대원 개인 부담과 자체 기금으로 충당한다. '있는 듯 없는 듯' 활동하겠다는 내부 원칙은 조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지켜냈다.


이 같은 공로로 백민규 전 회장은 소방방재청장 표창에 이어, 여름철 물놀이 안전관리 대책 평가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구조대 차원의 성과가 개인 표창으로 이어졌지만, 그는 늘 공을 조직으로 돌렸다. "장비도, 현장도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말이 반복됐다.


구조 활동은 봉사로도 확장됐다. 구조대는 안동댐 환경정화 활동을 연 4회 이상 진행했고, 낙동강사랑 시민탐사대회와 각종 지역 행사 안전 지원을 맡았다. 결손가정 아동과 장애인을 위한 수상 체험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며 '구조 이후의 안전'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러한 축적된 현장 경험은 대원 개개인의 대응 능력으로 이어진다. 최근 안동 차전장군노국공주축제 현장에서는 구조대원 조귀순 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70대 여성을 발견해 즉각 응급조치를 시행했고, 환자는 무사히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몸이 먼저 반응했다"며 "그동안 받은 교육과 사명감 덕분"이라고 말했다.


경북수난구조대는 현재 안동시 재난네트워크 본부로도 위촉돼 있다. 실적과 신뢰가 쌓이면서 강원도 등 타지역에서도 지원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도시 민간 봉사단체의 역량이 지역 경계를 넘어 확장되는 사례다.


백 전 회장은 구조대를 '영웅 조직'으로 부르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에 남는 손'이라는 표현을 쓴다. 누군가는 물 위에 서 있어야 하고, 누군가는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지난 14년간 경북수난구조대는 말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현장은 조용했지만, 그 침묵은 수많은 생명과 지역 안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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