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기원전 43년 3월20일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의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가 출생했다. '변신 이야기'는 신들의 어머니인 가이아(로마 신화에서는 테라)의 천지창조부터 오비디우스 출생 1년 전에 죽은 카이사르까지의 역사를 노래하고 있다. 250여 가지가 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담은 1만1천995행의 이 대서사시는 책으로 열다섯 권이나 된다.
'변신 이야기'는 단테, 보카치오, 셰익스피어 등 대문호들에게 영감을 주어 그들이 대작을 생산하는 소중한 토대로 작용했다. 일일이 거론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수많은 화가·조각가·음악가들이 '변신 이야기'를 창작 동기(motif)로 하여 훌륭한 그림·조각·음악을 낳았음은 새삼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다.
이상이 '날개'의 끝을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다시 한 번만 더 날자꾸나!'라고 마감하는 데서 충분히 짐작되듯이, 인간의 영원한 소망은 변신에 있다. 오비디우스가 '변신 이야기'를 'In nova fert animus mutatas dicere formas(새로운 몸으로 변신한 형상들을 노래하라고 내 마음 나를 재촉하네)'로 시작한 것도 그런 인식의 결과이다.
거대 담론의 변신을 도모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도 소소한 변화는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이 교훈을 주듯이,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에 병이 든다. 오비디우스 본인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처음에는 법률가가 되려는 공부를 했지만 마침내 시인으로 변했다. 덕분에 그는 법률가로서는 꿈에서도 희망할 수 없는 결실을 이루었다. 부처가 되고 성인이 되고 군자가 되는 담대한 변신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세계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1956년 3월20일 타계한 박인환은 사흘 전인 3월17일 '죽은 아폴론'을 발표했다. 이상을 '시의 신'으로 떠받든 박인환은 '그날 당신은 (중략) /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다니고 / 허망한 서울의 하늘에는 비가 내렸다'라고 읊조렸다. 죽음은 사람 모두가 겪는 변신인데, 그래도 인지상정은 실존으로든 마음으로든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허망을 느낀다.
박인환은 '운명이여 / 얼마나 애타는 일이냐'라고 탄식했다. 운명이라는 말에는 인간이 자유의지로 삶의 길흉화복을 결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첨단 과학시대를 사는 현대인 중에도 기복신앙에 매몰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대인이 다수인 것을 보면 점을 치는 등의 행위가 인간의 운명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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