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시작하면 끝" 길을 만든 사람, 칠곡을 자전거 성지로 바꾸다
김태경 칠곡군자전거연맹 회장이 '호국의 다리'에서 행장안전부장관 표창장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준영 기자>
"접수 창을 여는 순간 마감된다." 경북 칠곡에서 열리는 자전거 대회를 두고 동호인들 사이에서 통하는 말이다. '열면 끝나는 대회'. 이 현상의 중심에 김태경 칠곡군자전거연맹 회장이 있다.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의 설명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시간이 담겨 있다.
칠곡의 산악자전거 코스는 연맹 회원들이 수년간 직접 만든 길이다.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 삽을 들고, 끊어진 구간을 잇고, 위험 구간을 손봤다. "회원들이 직접 다 닦은 길입니다. 하나씩 연결하다 보니 지금의 코스가 됐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렸다. 인공적인 시설보다 '타는 재미'를 우선에 둔 설계였다.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한 번 찾은 라이더들이 다시 찾으면서 칠곡은 '목적지'가 됐다.
여기에 행정이 더해졌다. 칠곡군은 산악 코스와 도심을 연결하고, 안전시설과 안내체계를 정비했다. 자전거를 단순한 취미가 아닌 지역 자원으로 보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코스와 운영, 행정이 맞물리면서 칠곡은 하나의 '자전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성과는 분명하다. 칠곡에서 열리는 자전거 대회는 해마다 조기 마감을 반복하고 있다. 접수 시작과 동시에 정원이 채워지고, 마감 이후에도 참가 문의가 이어진다. "다른 지역은 대회를 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칠곡은 열면 바로 마감됩니다."
후원도 따라붙는다. 대회를 열면 개최비의 최대 4배에 달하는 후원금과 물품이 모인다. 국내 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먼저 찾는 대회가 됐다. 대회는 계절을 따라 이어진다.
3월 산림청장배가 성황리 열렸고, 6월 원바이오젠배, 9월 낙동강 랠리, 11월 칠곡군수기 대회가 예정돼 있다. 봄부터 초겨울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 칠곡은 '사계절 자전거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산림청장배 유치 과정은 그의 방식이 잘 드러난 사례다.
"제가 직접 심사위원들 앞에서 설명했습니다. 현장을 아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유치 성공이었다. 그의 활동은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 경북도 자전거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자전거 활성화 공로로 행정안전부 장관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성과보다 '본질'을 먼저 말한다. "결국은 코스입니다. 코스가 좋아야 사람들이 다시 옵니다."
현재도 그는 길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고, 기존 코스를 보완하며 안전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높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짧게 말했다.
"길은 사람이 만듭니다." 그 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정의에 가까웠다.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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