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심 외면한 공천의 대가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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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5 17:37  |  발행일 2026-04-06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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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자주 들리는 말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비판이다. 요지는 단순하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 특히 대구시장 공천이 지나치게 일방적이었고 그 결과 당 안팎에 큰 후폭풍을 남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시장 공천을 둘러싸고는 정치권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번 공천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지방선거의 본질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지역민의 뜻이다. 정당이 나름의 전략과 방향을 세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이 지역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면, 그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국민의힘 역시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 대한 지역민의 지지도와 경쟁력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수치와 흐름은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지역의 민심을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인 지표다.


그런데 공관위는 산업 경쟁력 증진, 청년 유출 방지 등을 내세우며 정치 경력보다 경제·산업 분야 역량을 더 중시하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당이 새로운 인물을 찾고, 변화의 메시지를 내세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민이 실제로 누구를 지지하고 있었는지, 또 왜 그런 선택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이번 공천은 지역의 선택보다 중앙의 판단이 앞선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더 큰 문제는 공관위의 태도다. 공천 결과를 둘러싼 의문이 커질수록 정당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더 낮은 자세로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공관위가 세운 방향이 곧 정답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지역민의 판단과 정서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중앙당의 기준에 따라 결정했으니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비쳤다는 점에서 반발은 커졌다. 최근 컷오프된 후보들에 대해 "국회와 국가정치 전반에서 더 크게 쓰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말은 자칫 대구의 선택보다 중앙당의 활용 계획이 더 우선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현 전 위원장은 대구 등 보수세가 강한 지역을 향해 "이제는 새로운 숨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나 변화는 중앙이 정해 내려보낸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 대한 변화는 지역이 납득하고, 지역이 선택할 때 비로소 힘을 가질 수 있다. 지역민의 뜻이 빠진 변화라면 그것은 혁신이라기보다 강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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