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목 시인
화를 내는 저 사람과
말을 두고 사라진 너 사이에
아무런 접점이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고개를 파묻은 사람의 표정을
내가 흉내 낼 수 없듯이
호수를 따라 난 길은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고
육교 아래를 지나며
어떤 상쾌함을 느끼는 것
얼어붙은 호수 밑의 물고기가
죽지 않았다는 걸 이제 나는 안다
공원을 빠져나오며
서 있는 사람이 주저앉은 한 사람의 어깨를
계속해서 쓸어내리는 것을 보았다
이해했다
인간이라는 절망을 각자가 다르게 느끼는 시간이 있고, 각자의 절망을 인간으로서 함께 느끼는 시간이 있다. 이해한다. 우리가 같지 않다는 것. 우리를 나눌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불가능하다는 것. 오직 어긋남을 통해서만 우리는 만난다. 오직 상처를 통해서만 우리는 말한다. 그것이 고통이고 슬픔이며 드디어 사랑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결별은 괜찮다. 결별의 이유가 문제일 뿐. 우리는 그 이유 때문에 주저앉는다. 망각은 괜찮다. 망각의 증거가 문제일 뿐. 우리는 그 증거 때문에 여기 있다. 서로를 버린 이유로 '우리'가 있고 서로에게 버려진 증거로 '우리'가 있다. 이해했다. 우리가 같다는 것. 그 이유와 증거의 시간이 인간을 통과하기 위해 육교 아래로 바람이 불고 우리가 바람을 느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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