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두류공원에 위치한 2·28민주운동 기념탑. <영남일보DB>
원내 6개 정당이 추진하던 개헌이 무산된 가운데, 대구지역 시민사회는 향후 개헌 논의에서 2·28민주운동까지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헌안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만 포함되고 2·28민주운동은 제외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국회는 7일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야당인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됐다.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은 만큼 향후 2·28까지 포함한 방향으로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2·28은 1960년 대구 고등학생들이 일으킨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업회는 2·28이 현대사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민주화운동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가치와 시민 저항 정신이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토대가 된 만큼 2·28 정신 역시 헌법 전문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주의의 시작점인 2·28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민주주의 가치를 온전히 전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 2·28을 4·19혁명의 일부 정도로 인식하는 시각이 이번 개헌안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해석이며 2·28은 4·19혁명을 촉발한 선구적 민주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사업회 백재호 사무국장은 "앞으로 특정 지역의 요구가 아닌 대한민국 민주주의 형성 과정 속에서 2·28의 역사적 위치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것"이라며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과 동시에 정치권 역시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닌 국가 민주주의 역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영석 정치학 박사(전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회장)는 "2·28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원을 이룬 중요한 운동"이라며 "그 정신이 헌법에 담겨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개헌 추진 과정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2·28이 빠진 이유에 대해 정부나 국회의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국회 차원 논의가 너무 부족했다"며 "결국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개헌 논의에서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학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2·28의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경북대 채장수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28이 아직 전국적 의제로 자리 잡지 못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며 "헌법 전문 수록 여부를 논의하기 이전에 2·28의 역사적 의미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채 교수는 기존처럼 과거 사건 자체를 반복 설명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와 시민정신, 학생운동의 의미를 현재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교육·콘텐츠·학술사업 등을 통해 2·28의 의미를 현대화·전국화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향후 개헌 논의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 변영학 교수(정치외교학과)는 "2·28은 대구가 가진 민주주의 전통을 상징하는 역사"라며 "헌법 전문에 포함됐다면 지역 민주주의 기억을 공고히하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개헌 논의는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다소 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개헌이 무산된 만큼 지역 현안과 정치 평가 등 선거 본질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평을 남겼다.
변 교수는 "2·28은 역사적 의미에 비해 전국적 인지도와 정치적 가시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사실"이라며 "향후 대구 민주주의 역사라는 점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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