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수 공천 ‘언더독 효과’?…역풍 맞은 ‘공천 개입’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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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0 19:03  |  수정 2026-05-11 09:31  |  발행일 2026-05-10
지역구 국회의원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 속 반감 확산
현직 군수 컷오프 후 안병윤 예비후보 지지로 판세 뒤집혀
후견정치 메커니즘 역풍…안동시장 공천도 입김 의혹에 경종
김학동 예천 군수 지지자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모임에 안병윤 예천 군수 에비후보의 공천 확정을 알리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예천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 제보>

김학동 예천 군수 지지자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모임에 안병윤 예천 군수 에비후보의 공천 확정을 알리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예천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 제보>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북 예천군수 공천에서 열세로 평가 받았던 안병윤 전 부산시 부시장(예비후보)이 최종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지방정치의 구조적 모순을 압축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 개입이라는 전형적인 '후견정치 메커니즘'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는 점에서, 불공정한 공천 과정 자체가 선거 변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도 나와 주목된다.


이번 예천군수 공천 과정은 초반부터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안동·예천을 지역구로 둔 김형동 국회의원의 특정후보 밀어주기 의혹은 국민의힘 경선 내내 꼬리를 물었다. 지역 정가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의 단수공천을 주장하며 버티고 있다'는 의혹이 공공연히 제기됐고,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관위는 대구·경북의 다른 지역 기초단체장 공천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하면서도 안동·예천만 유독 결론을 내지 못하고 발표를 미루다, 결국 지난 2일 중앙당 공관위로 공천권을 넘겼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중앙당 공관위는 3선에 도전하는 김학동 예천군수를 전격 '컷오프'(공천 배제)하고 도기욱·안병윤 예비후보 간 2인 경선을 확정했다. 지방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군수를 배제한 결정은 지역 정가에 상당한 충격과 함께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세인 안 예비후보와 맞대결을 성사시켰다는 것이다.


변곡점은 컷오프된 김 군수가 안 예비후보 지지카드를 꺼내들면서다. 김 군수는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동 출신 국회의원이 예천을 농락하고 군민의 주권을 짓밟았다"며 안 예비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이는 단순한 공천 불복을 넘어 경선 구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예천군 국민의힘 관계자는 10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군수가 공천에서 배제되자 그의 지지층이 도기욱과 안병윤 예비후보로 양분됐는데, 김 군수의 지지선언으로 단 이틀만에 경선 구도가 안 예비후보에게 유리하게 재편됐다"고 했다.


이는 정치학에서 말하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작동하는 추동력이 됐다. 특정 후보 밀어주기 의혹이 팽배해 지면서 기득권에 대한 반감이 안 예비후보의 지지표로 전환됐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어렵사리 공천권을 따낸 안 예비후보가 본 선거에서도 최종 승리한다면, 중앙 정치인이 지역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 대한 당원과 유권자의 반감이 임계점을 넘어설 때, 밀실에서 설계된 공천 구도가 뒤집힐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예천군수와 함께 중앙당으로 공천권이 이관된 안동시장 경선 역시 후견정치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역 정가에서는 여기서도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를 지원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고, 이는 공천 지연의 빌미가 됐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A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사법리스크를, B예비후보는 민주당 접촉설 등을 이유로 경선 배제를 고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국회의원은 A·B예비후보를 컷오프시킨 뒤 경선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는 컷오프된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 등 표심 분열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결국 국민의힘 중앙당은 3자 경선으로 교통 정리를 했고, 그 결과 권기창 예비후보가 공천권을 획득했다. 지역 인지도가 높은 현직 안동시장이 승리함에 따라 예천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에 경종을 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안동시장과 예천군수 경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밀었다는 두 후보가 모두 패배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며 "국회의원이 권한을 활용해 기초단체장 경선판을 설계하는 전형적인 후견정치 시도가 더 이상 일방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10일 영남일보가 전화로 관련 의혹에 대해 질의하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시군민들의 뜻을 존중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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