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울릉도를 방문한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아프면요? 날씨 풀릴 때까지 버텨야죠."
14일 오전 경북 울릉군 한 주민이 무심하게 꺼낸 말에 행사장 공기가 잠시 가라앉았다. 울릉도를 방문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도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웃으며 시작된 간담회 분위기는 그 순간부터 조금 달라졌다.
이날 울릉도에는 모처럼 중앙 정치권 인파가 몰렸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인사가 직접 섬을 찾아 주민들과 공개 간담회를 연 것이다. 하지만 현장은 흔한 선거 유세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박수보다 하소연이 많았고, 공약보다 생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끊긴다"였다. 배가 끊기고, 병원이 끊기고, 생계가 흔들린다는 이야기였다. 한 어업인은 "육지는 안 잡히면 다른 일이라도 하지만 여긴 바다가 무너지면 같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관광객은 울릉도를 예쁘다 하지만 주민들은 매일 바람부터 본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주민 발언을 들으며 수첩에 메모를 이어갔다. 중간중간 질문도 던졌다. 특히 오징어 조업 상황과 냉동공장 운영 이야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끊지 않고 들었다. 김경철 울릉수협 상임이사는 "오징어가 예전 같지 않다. 대출 만기라도 막히면 배부터 넘어간다"고 했다. 이어 "얼음은 만들수록 적자인데 어민들 사정 때문에 가격도 못 올린다"고 설명했다.
14일 울릉도를 방문한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주민 의견에 답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정 위원장은 "원가보다 싸게 계속 공급하면 결국 누군가는 버티다 쓰러지는 구조 아니냐"고 되물었다.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의료 문제도 반복해서 언급됐다. 주민들은 "응급 상황이 생기면 결국 날씨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노인은 "섬에서는 아픈 것도 운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도 이 부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울릉도는 관광지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 주민 삶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며 "와서 보니 왜 고립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장 밖 분위기는 조금 더 냉정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주민들 사이에서는 "누가 오든 결국 똑같았다"는 말도 적지 않게 나왔다. 한 주민은 "선거철 되면 다들 울릉 한번씩은 온다"며 "중요한 건 사진이 아니라 겨울에도 배가 제대로 뜨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말은 늘 있었는데 달라진 건 체감하기 어렵다"며 "섬사람들은 기대보다 먼저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 울릉에서는 의료 공백과 높은 물류비, 불안정한 여객선 운항 문제가 해마다 반복된다. 특히 겨울철 기상 악화가 길어질 경우 주민 불편은 단순 생활 문제를 넘어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그럼에도 이날 방문 자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의미 있게 보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상 보수 초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울릉까지 직접 내려왔다는 점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일정조차 잡지 않았을 지역에 중앙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발을 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득표 계산만 보면 효율 안 나오는 곳"이라며 "그런데도 직접 들어왔다는 건 단순 지원 유세 이상의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간담회 말미에 "멀리 있다고 지원도 멀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 표정은 마지막까지 차분했다.
행사가 끝난 뒤 사람들은 다시 항구 쪽으로 흩어졌고, 일부 주민들은 바람 세기를 확인하며 내일 배가 뜰지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이날 울릉 주민들이 정치권에 던진 질문은 거창하지 않았다.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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