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소속 장원태 팀장이 37년 공직생활을 마치는 퇴임 기념으로 첫 수필집을 펴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퇴임식 날 밥 한 끼 먹거나 수건 한 장 돌리는 대신, 37년 공직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아낸 '내 경험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달 말 공로연수를 앞둔 대구시청 소속 장원태 팀장의 퇴임 인사는 남달랐다. 관행적인 기념품 대신 처음 출간한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기존 관행처럼 떠나는 선배들의 뒷모습이 허무해 보여 새로운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는 게 그가 첫 수필집을 펴낸 이유다. 1988년 대구시에서 발간하는 '월간 대구문화' 편집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공보관실, 대구문화예술회관, 달성공원 등 대구 문화행정의 구석구석을 누벼온 그가 후배들과 시민들에게 건네는 고백록이기도 하다.
우선 '돼지국밥에 사형 선고를'이라는 강렬한 책 제목에 이끌렸다. 거창한 이유가 있을까 싶었지만 "건강검진 결과 돼지국밥 금지령이 내려졌다"는 소탈한 고백이 나와 피식 웃음 짓게 한다. 책장은 막힘없이 술술 넘어가지만, 행간에 녹아있는 유쾌한 재미와 은근한 감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틀에 박힌 퇴임 인사 대신 책을 펴낸 그의 색다른 행보, 그리고 대구 문화행정의 최일선을 지켜온 공직자로서 바라본 '대구 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혜안을 듣고 싶어 지난달 27일 그와 마주 앉았다.
돼지국밥에 사형 선고를
▶언제부터 퇴임 기념 책을 구상했나.
"나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보여주는 책을 선물하는 게 진짜 내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월간 대구문화'와 공보관실 등에서 오랫동안 기사 글과 보도자료를 썼지만, 온전한 '창작'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마침 7년 전 동료의 권유로 '수필 문예대학' 문을 두드렸고 네 분의 스승 밑에서 심화 과정을 밟으며 실력을 다졌다."
▶이번 수필집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세상을 넓고 적극적으로 바라보자는 태도다. 책 속엔 오토바이나 외발자전거 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람들이 '공무원 맞나'면서 별종 취급한다. 공직 사회의 틀에 갇히지 말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도전하라는 제 삶의 실천과 조언을 담았다."
▶대구수필문예회에서 작품상을 받은 '풍선장수의 독백'이나 역사를 고증한 글이 눈길을 끈다.
"'풍선장수의 독백'은 기존 수필 문법을 깨고 타자의 시선으로 삶을 풀어낸 새로운 형식의 글이다. 달성공원 근무 시절 기존 시청 보고서에 '순종황제 식수'로 잘못 기록됐던 향나무의 실체를 학술 조사를 통해 바로잡은 '가이즈까 향나무의 배신'도 행정가로서의 고증 정신을 담고 있어 애착이 간다."
▶대구 문화행정이 직면한 가장 큰 그늘을 짚어준다면.
"현재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거대 공룡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기능이 다른 분야를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통합해놓으니 간부 직책과 행정 경비가 늘었다. 정작 순수 예술인 지원금은 줄어 청년 예술가들이 대구를 떠난다. 공연과 전시는 각자 전문성에 맞게 분리·독립해야 하며, 끝장 토론을 통해서라도 조직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폐쇄성과 카르텔도 단골 비판 소재다.
"특정 학연 카르텔과 온정주의가 고질병이다. 대구시립예술단은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2년에 한 번 치러지는 평정(오디션)이 온정주의에 휩쓸리니 30년간 일하며 정년을 채우는 단원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구조와 오디션 원칙만 엄격하게 세워도 퀄리티는 자동으로 따라온다."
▶후배 공무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과 앞으로의 계획은.
"조직 내부에만 매몰되지 말고 안 해본 것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길 바란다. 그리고 4년 전부터 현직 작가들과 독서 토론회를 해오고 있는데, 조만간 '서평집'을 낼 계획이다. 은퇴 후에도 끊임없이 읽고 쓰며 최상의 단어를 고민하는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박주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6·3 스케치] 정치적 위기 때마다 뭉쳤다…선거 막판 서문시장 ‘보수 대결집’](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6/5_kakaotalk_20260601_165840325.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