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경주 손순유허 원비, 비각 아래에 있을까

  •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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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4 18:13  |  발행일 2026-06-14
1888년 세운 원 유허비, 1960년대 이후 행방 확인 안 돼
물리탐사서 비각 아래 반응…업체 “발견 아닌 가능성 단계”
경주시 문화유산과 “최종 보고서·전문가 검토 뒤 추가 조사 판단”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 경주 손순유허 비각 전경. 최근 이 비각 아래에서 물리탐사 반응이 확인되면서, 사라진 원비의 행방을 밝힐 단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장성재 기자>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 경주 손순유허 비각 전경. 최근 이 비각 아래에서 물리탐사 반응이 확인되면서, 사라진 원비의 행방을 밝힐 단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장성재 기자>

신라 효자 손순의 설화가 깃든 경주 현곡면 손순유허 비각 아래에서 물리탐사 반응이 확인되면서 사라진 원비의 행방을 밝힐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 623번지에 있는 경주 손순유허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115호다. 신라 흥덕왕 때 효자로 알려진 손순의 효행을 기리는 유적이다.


손순의 이야기는 삼국유사 손순매아 편에 실려 있다. 손순은 늙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아내와 함께 품팔이를 하며 살았다고 전한다. 어린 아들이 어머니의 음식을 자꾸 빼앗아 먹자, 부부는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얻을 수 없다"며 아이를 묻기로 하고 취산 북쪽으로 갔다. 그런데 땅을 파던 중 큰 돌종이 나왔다. 종소리는 궁궐까지 퍼졌고 흥덕왕은 손순의 효성을 기려 집 한 채와 해마다 벼 50석을 내렸다고 한다. 손순은 이후 살던 집을 절로 삼아 홍효사라 했다. 돌종도 그곳에 걸어뒀다고 전해진다.


지금의 손순유허는 이 같은 손순 효행 설화가 전해지는 유허지다. 낮은 담장과 오래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고 단청을 입힌 비각 안에는 유허비가 서 있다. 경내에는 수령 350년으로 표시된 회화나무 보호수도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손순유허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대목이 있다. 조선 말기 학자인 허전이 찬술한 비문을 새긴 원래 유허비의 행방이다. 이 원비는 1888년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재 현장에는 남아 있지 않다.


현재 비각 안에 세워진 비는 1970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원비는 1960년대 문중에서 비각 건립을 논의하던 시기를 전후해 행방이 불분명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온전히 땅에 그대로 묻혔다는 말도 있고 조각나 흩어졌다는 구전도 남아 있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단법인 홍효사는 사라진 원비의 흔적을 찾기 위해 경주시 문화유산과와 협의해 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 단체는 1985년 경주·밀양·평해 손씨 종친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졌다.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 경주 손순유허 비각 안에 현재의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1888년 세워진 원비가 아니라 1970년에 다시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장성재 기자>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 경주 손순유허 비각 안에 현재의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는 1888년 세워진 원비가 아니라 1970년에 다시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장성재 기자>

손순유허에서는 지난해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1차 시굴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경내 일부에 제한적으로 7개 트렌치를 내고 조사했지만, 원비나 관련 유구·유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 뒤 현장은 원상복구됐다.


올해 3월 진행된 물리탐사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반응이 나왔다. 탐사업체 보민글로벌이 3D GPR 방식으로 물리탐사를 한 결과, 비각 하부와 주변부 등에서 이상체 감지 신호가 확인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강한 반응은 현재 비석 아래쪽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반응이 곧바로 원비나 유물의 존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노경찬 보민글로벌 이사는 "무엇이 발견됐다고 말할 수는 없고 일반적인 흙이 아닌 다른 물체가 묻혀 있을 가능성을 보이는 신호가 몇 군데 확인된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강한 신호는 비각 아래쪽에서 나타났지만, 콘크리트 바닥과 현재 비석에 따른 간섭 가능성도 있다"며 "지하 1m 남짓한 지점에 이상체가 있을 가능성은 굴착이나 시굴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승권 홍효사 사무국장은 "물리탐사에서 비각 아래쪽 등에 이상 신호가 나온 만큼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경주시의 협조를 받아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문화유산 보존 차원에서 추가 조사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추가 조사가 곧바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손순유허가 도지정 기념물인 만큼 비각을 옮기거나 땅을 파려면 경북도와 현상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각 아래를 굴착했다가 별다른 유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 원상복구 비용도 따를 수 있다.


경주시 문화유산연구팀은 "현재 단계에서는 물리탐사 최종 보고서를 받아봐야 한다"며 "현장 일대는 암반과 자갈, 잡석이 많은 지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비석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묻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보고서와 전문가 검토를 바탕으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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