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선거 후 남은 약속

  •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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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7 18:25  |  발행일 2026-06-18
박용기 기자<경북부>

박용기 기자<경북부>

선거철이 되면 지역 주민들은 오래된 지역 현안들이 금세 풀릴 듯한 기대에 부푼다.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중앙에서 내려온 각당 지도부는 지역 발전을 약속하고, 후보들은 공항과 철도, 산업, 예산, 일자리 공약을 쏟아낸다.


구미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선거에서 구미 발전을 위한 많은 공약이 제시됐다. 이 중 KTX 접근성 개선, TK 신공항 접근교통망 확충, 반도체 팹 유치, 방위산업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 산단 재도약은 각 후보 모두 공감한 구미의 공통 해결 과제였다.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구미의 발전과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이라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다. 승패가 갈린 뒤에도 그 약속은 그대로 남아 있을까. 선거기간 제시된 지역 공약은 선거 승리의 보상이 아니다. 시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에 필요한 일이라면 누가 당선됐는지와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 특정 후보가 이겼기 때문에 챙기고, 졌기 때문에 외면해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실의 정치는 지금껏 다르게 흘러왔다. 선거 과정에서는 지역 현안이 마치 국가과제처럼 다뤄지다가, 선거가 끝나면 정당의 이해와 정치일정 속에 묻히는 일이 반복됐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지역발전에는 여야가 없다'고 말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치인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는 물론 경쟁이다. 그러나 지역의 미래까지 경쟁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약속의 대상은 특정 후보나 정당이 아니라 지역주민이어야 한다.


정치의 진정성은 승리의 순간보다 선거가 끝난 뒤에 드러난다. 당선자는 선거기간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낙선자 역시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과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치권도 특정 후보 지원을 넘어 지역과 맺은 공적 약속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해결을 약속했던 공통 공약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특히 최근 호남권의 반도체 기업 유치설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선거기간 각 후보 제1호 공약이나 마찬가지였던 반도체 팹 유치 약속을 선거가 끝났다고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우리 편을 뽑아주면 해주겠다'가 아니다. '누가 선택되든 지역을 위해 필요한 일은 끝까지 챙기겠다'는 책임 있는 정치다. 선거는 끝났지만, 지역민의 삶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후보들이 내놓은 약속들이 표를 얻기 위한 말로 사라지지 않고 구미 발전을 위한 사명이자 정치인의 책임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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