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희의 쉰셔널지오그래픽] 해외여행에서 소매치기 당하지 않는 다섯가지 방법

  • 서상희 크레텍 이사·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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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19 12:47  |  발행일 2026-06-19
캄팔라 시내의 교통편인 오토바이 택시들. 이렇게 혼잡한 거리에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 오히려 내 안전을 걱정해준 착하고 순수한 오토바이 드라이버. 그에게 SNS 등에 얼굴사진을 올려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자, 우간다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캄팔라 시내의 교통편인 오토바이 택시들. 이렇게 혼잡한 거리에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 오히려 내 안전을 걱정해준 착하고 순수한 오토바이 드라이버. 그에게 SNS 등에 얼굴사진을 올려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자, 우간다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여름이다. 공항이 붐비고 다들 어디론가 떠난다.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모 유명 작가는 일부러 공항 로비에서 글을 쓴단다. 그 작가에 빙의해 공항의 사람들을 본 적 있다. 부산스럽고 정신이 없다. 아이보다 캐리어를 더 챙기는 모습에 저러다 사고 날까 걱정마저 든다. 그러면서 다들 하는 한마디가 있다. "외국에는 소매치기가 많다니까 여권과 지갑은 단디 챙기래이." 저 유럽이라는 땅은 본디 집시들이 살아서, 마치 남의 것도 자기 것처럼 윙크하고 가져가는 곳이다. 과연 우리는 거기서 안전할 수 있을까? 몇 번 가본 사람으로서, 여행 시즌을 맞아 나만의 '소매치기를 물리치는 아주 비과학적인 방법'을 공개한다. 물론 책임지지 않는다. 그저 좀 더 즐겁게 여름휴가를 즐기시는 데 보탬이 되길 바라면서 촌내 풀풀, 그러나 방어력 만렙인 나만의 방법을 소개한다.


①현지 마트 장바구니를 옆에 껴라.


공항에 내려 가장 먼저 가는 곳은 현지 마트이다. 유제품과 간식을 사며 현지 물가를 체크한다. 그리고는 나올 때 1유로짜리 마트 장바구니를 사는데, 우리로 치면 이마트 다회용 장바구니 같은 것이다. 이걸 여행 내내 들고 다니면 혹여 누가 날 보더라도 견적이 나온다. '이곳에 살며 마트나 좋아하는 중산층 동양인 아줌마'에게 재화의 총량이 많을 것이라 기대하는 바보는 없다. 이런 장착템은 소매치기가 붙을 염려가 없다는 장점과 함께 푸른 눈의 연하 남성 역시 나를 생까고 지나가는 단점이 있으니 알아서들 택하시길.


마치 예전의 세운상가와 청계천의 모습 같은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시내 모습. 저 어디쯤 호텔리어가 꿈인 내 친구 수지도 당당히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마치 예전의 세운상가와 청계천의 모습 같은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시내 모습. 저 어디쯤 호텔리어가 꿈인 내 친구 수지도 당당히 걸어가고 있을 것이다.

②현지 티셔츠 입고, 무국적 방랑자로


마트 다음 가는 곳은 현지 시장이다. 동네 사람 다 가는 길거리 난전 혹은 양품점 같은 데 옷이면 더 좋다. 그 현지 옷을 입으면 난 더욱 그들 속에 쏙 묻힌다. 사진 찍는다고 알록달록 예쁜 옷만 가져가는 것은 '날 좀 봐주소' 같은 비언어적 메시지. 한국 브랜드 표시가 나는 옷, 특히 아웃도어 로고가 크게 보이는 경우는 십중팔구 한국인이기 때문에 소매치기범들의 타깃이 된다. 명품 아이템을 걸치거나 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말이지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주방에 국 올려두고 금방 마트에 뭐라도 사러 나온 엄마처럼 여행지를 다니시라. 그럼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고, 잘하면 덤으로 사과 한 알이라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 아닌가.


③내 옷 줄게, 추억 다오.


옷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는 여행 시 옷을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그것마저도 현지에 두고 온다. 저 저개발국을 여행할 때면 그곳 호텔 청소하는 분들께 내 옷을 드린다. 한번은 우간다 호텔에서 내 방을 청소하는 스무 살도 안 돼 보이는 소녀에게 내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건넸다. 어린 소녀가 사회생활 초기 정장으로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주는 것에도 예의가 있다. 팁과 함께 '당신이 입을 수 있으면 나는 기쁘겠다'라고 적어줬더니, 다음날 그 소녀가 내 방의 벨을 눌렀다. "매니저가 오해할 수 있으니, 증빙할 수 있는 각서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또 일필휘지 해줬지. 너 이름이 뭐니? 수지? '나는 귀엽고 영특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수지에게 내 옷을 준다. 이것은 그녀와 나만의 추억이니, 꼭 수지에게 줄 것을 부탁하노라.' 편지와 옷을 끌어안고 뛸 듯이 기뻐하는 수지를 보며 난 울 뻔했다. 물자가 귀한 곳에서 이것마저도 보탬이 된다니, 오히려 내게 행운이지 뭔가. 수지, 잘 살고 있지? 네게 아침마다 쓸데없이 야단치는 그 매니저에게 한번은 눈 부라리고 대들어. 알았지?


우간다 캄팔라 거리에 오토바이를 탄 소매치기들이 많았지만 수지가 답례로 준 수제 팔찌가 현지인 비호받는 VIP로 날 보이게 했는지, 내겐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에든버러에 도착하면 검은색 건물들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현지의 돌인 사암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산업혁명기에 뿜어져 나온 석탄 연기와 그을음에 노출된 이후 수백 년간 굳어졌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에 도착하면 검은색 건물들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현지의 돌인 사암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산업혁명기에 뿜어져 나온 석탄 연기와 그을음에 노출된 이후 수백 년간 굳어졌기 때문이다.

④과도한 사진 찍기는 NO


한국인들은 유난하게 사진을 많이 찍는다. 명승지 길을 가로막고서는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그렇게들 찍고 또 찍는다. 하지만 그들은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틈을 노린다. 유난스러운 사진 찍기는 '나는 여행자요, 이곳에서 나는 당해봤자 영사관이나 경찰서에 가서 울 뿐이지, 당신네 사회에서 당신을 벌할 힘은 없소'라는 말과 같다. 사실 그 많은 사진은 나중에 별로 쓰이지 않는다. 시간 들여 사진 찍는 대신 좀 더 많이 보고 좀 더 많은 감성을 충전하시길.


스코틀랜드 기념품 가게. 양모 자켓, 모자, 배지 등 기념품이 많지만 난 작은 스카프를 하나 샀다. 해리스트위드라는 수작업 직조품이 유명하다.

스코틀랜드 기념품 가게. 양모 자켓, 모자, 배지 등 기념품이 많지만 난 작은 스카프를 하나 샀다. 해리스트위드라는 수작업 직조품이 유명하다.

⑤흔적 남기지 말고 돌아오세요


스코틀랜드 거리를 기억한다. 여름임에도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고 석조 건물은 세월의 그을음에 덮여 온통 검은색을 띠었다. 마치 과거로 순간이동한 것 같은 중세식 으스스함에 나는 움츠러들었다.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하고 싶었다. 길거리 카페에서 오렌지색 술을 한 잔 마셨고 기운을 차린 나는 하염없이 그 거리를 걸어다녔다. 무척 외로웠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난 이 도시에 원래 없던 사람! 눈을 들어 그들의 조용한 풍경을 바라봤다. 내 입을 닫고 귀를 열어 저장 버튼을 눌렀다. 기념품 하나를 조용히 산 후 그 도시를 떠나왔다. 여행자였던 나를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지구를 여행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조용함과 청결함이다. 기념품과 선물을 여러 개 산다고 흥정하는 와중에 지갑이나 물품 분실이 발생하니, 이 또한 조심하시라. 필히 조용히, 아무도 날 보지 못하게, 흔적 없이 바람처럼 다녀오시라 권하고 싶다.


LNT(Leave No Trace), 미국 환경단체에서 히말라야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벌인 운동이다. 삶도 여행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훌쩍 다녀오시고 돌아와서는 새로운 힘으로 소생하시길. 우리는 지속되고 순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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