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학급·번역 앱 확대에도 현장은 '일상 지원' 요구
학생은 국어 서술형·친구관계, 부모는 숙제·진로·방학 돌봄 호소
영주시 어울림가족센터에서 베트남 출신 학부모 하승희씨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권기웅기자>
경북교육청이 이주배경학생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학생과 부모의 요구는 더 구체적이었다. 교육청 정책이 한국어교육과 학교 적응, 통번역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가정이 실제로 호소한 어려움은 숙제 한 줄, 안내문 하나, 모둠활동에서의 소외감 같은 생활 문제에 가까웠다. [영남일보 6월 9일 12면 경북 초교 교사 74% "이주배경학생 맞을 준비 안 됐다" 보도]
경북교육청은 올해 다문화교육 선도학교와 한국어학급을 운영하고, 찾아가는 한국어교육과 다문화 언어강사, 정서·심리 상담, 진로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학교 안내문과 상담 과정에서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자동번역 앱과 상담 통역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제도만 놓고 보면 한국어, 학습, 상담, 진로, 소통 지원이 두루 갖춰진 모양새다.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부모와 학생들은 "지원이 있다"는 사실과 "필요할 때 닿는다"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영주시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학부모 하승희(35) 씨는 방과후 공부방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인터넷 신청 절차가 어려워 포기했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받아쓰기와 독후감 같은 과제를 도와주고 싶어도 한국어 표현력이 부족해 설명하지 못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주배경학생은 "수학은 그나마 괜찮지만 국어 서술형이 제일 어렵다"며 "내용은 아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난감할 때가 많다"고 했다.
정책의 첫 번째 빈틈은 '기초학습의 지속성'이다. 학생들은 기초학습 수업과 학습 멘토가 실제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주 못 한다", "한 번 듣고 나면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회성 특강보다 정기적으로 묻고 답할 수 있는 튜터링, 국어 문해력과 서술형 답안 쓰기, 과제 수행을 도와주는 상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부모와 학교 사이의 소통이다. 번역 앱과 상담 통역은 분명 도움이 됐다. 한 학부모는 예전보다 학교 안내문 이해가 나아졌다고 했다. 다만 전화 상담처럼 빠르게 오가는 대화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 있었다. 학생들도 "카톡이나 문자로 보내 달라", "안내장에 여러 나라 언어를 써 달라"고 했다. 단순 번역을 넘어, 신청 방법을 안내하고 상담 내용을 쉽게 풀어주는 '교육 통역'이 필요한 대목이다.
세 번째는 정서와 관계 문제다. 한 학생은 친구들이 "엄마가 한국말을 이상하게 한다"고 말한 뒤 상처를 받았다. 또 다른 학생은 모둠 과제에서 자신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문제는 한국어 수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다문화 이해교육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생활 속에서 반복돼야 하고, 담임교사가 교우관계와 모둠활동을 세밀하게 살피는 체계가 필요하다.
진로교육도 새 과제로 떠올랐다. 학부모는 한국의 교육제도와 직업 정보, 진로 선택 과정을 잘 몰라 자녀의 미래 준비가 어렵다고 했다. 교육청이 진로교육을 사업에 포함하고 있지만, 현장은 학생 대상 프로그램만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다국어 진로상담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의 이주배경학생 정책은 '있는 제도'를 '닿는 제도'로 바꾸는 단계에 와 있다. 한국어학급과 번역 앱은 출발점이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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