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온도 낮추기 좋은 청도 여행지
천년고찰 운문사 적요함 느끼며 산책
섶마리 한옥마을선 고택의 매력 만끽
신화랑풍류마을 다양한 체험시설 가득
118개 코스 갖춘 신화랑스카이트레일
날이 뜨거워졌다. 몸도 마음도 후끈한 열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늘을 찾아도, 찬 음료를 마셔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무기력함.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몸의 온도가 아니라, 마음 온도를 낮추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실마리를 명상에서 찾아본다. 가만히 숨을 고르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던 심정은 서서히 가라앉고, 체감 온도도 한풀 꺾인다. 굳이 방 안에 정좌해야만 명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편한 장소로의 여행도 명상의 또 다른 얼굴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경북 청도로 향한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된 1천400년 역사의 사찰이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머물며 삼국유사를 집필했던 운문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운문사 동·서 삼층석탑과 대웅보전.
◆1일 차, 천년 고찰에서 고요하게 걷기
고요하게 걷기 딱 좋은 장소로 사찰을 빼놓을 수 없다. 운문면 호거산 자락의 운문사를 찾기로 했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되었다니 그 역사가 1천400년을 헤아린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이곳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집필했다는 이야기는 사찰이 품은 시간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오늘날 운문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속세의 인연을 뒤로한 스님들이 엄격한 계율 속에서 수행자의 길을 걷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청도 운문사에 있는 처진소나무. 가지가 사방으로 축 늘어진 수령 400년의 이 소나무는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한다.
운문사 돌담길의 분홍색 접시꽃이 정취를 더한다. '단순, 편안, 다산, 풍요'라는 꽃말을 생각하며 걷다 보니 더위를 느낄 새도 없이 2024년에 개관한 운문사 역사문화관과 마주한다. 신발을 벗어두고 실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물인 '청도 운문사 동호'에 시선이 닿는다.
그 외에도 천년고찰 운문사가 품은 유물들부터 큰 스님인 명성스님의 지승공예 작품까지 운문사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이 펼쳐진다. 법정스님이 명성스님께 보낸 편지를 읽어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청도 운문사 경내에 있는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 해마다 봄가을이면 스님들이 막걸리를 물에 타 뿌리에 부어주며 나무를 정성껏 돌본다는데, 나무도, 사람도 함께 수행하는 공간임이 느껴진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밖으로 나와 경내로 향하는 흙길을 걷다 보면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적요함과 풍요로움이 느껴지는데, 경내에 있는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가 품은 기운인 듯하다. 가지가 사방으로 축 늘어진 수령 400년의 이 소나무는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한다. 해마다 봄가을이면 스님들이 막걸리를 물에 타 뿌리에 부어주며 나무를 정성껏 돌본다는데, 나무도, 사람도 함께 수행하는 공간임이 느껴진다.
반야용선 사상을 담은 대웅보전과 500분의 나한님이 모셔진 오백전까지 운문사만의 사색의 공간을 둘러본다. 오백전에는 499분만 모셔져 있고, 한 분은 사리암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운문사에서 오백전 수행 기도가 열리면 불자들이 그 한 분인 나한존자를 만나기 위해 사리암까지 올라간다고 하는데, 시간이 된다면 사리암과 청신암·내원암·북대암 등의 산내 암자들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명상 걷기, 공암풍벽 트레킹
운문사를 나와서 차로 20분 남짓, 운문호를 끼고 있는 공암풍벽으로 향한다. 공암풍벽은 운문산 산줄기 끝자락에 자리한 높이 약 30m의 반달 모양 절벽이다. 정상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구멍이 있어 처음엔 '공암'이라 불리다가, 조선 시대 성리학자 조긍섭이 이 절벽을 보고 지은 한시 덕분에 지금의 이름인 '공암풍벽(孔巖楓壁)'을 얻었다고 한다.
봄이면 진달래가 절벽을 붉게 물들이고, 여름에는 맑은 호수가 더위를 식혀주며, 가을에는 이름 그대로 오색 단풍 병풍이 생긴다. 그래서 여름에는 절벽 아래의 물에 푸른 산이 비친다고 하여 '공암창벽(孔巖蒼壁)'이라고도 부른다. 이름의 절묘함에 박수가 절로 쳐진다. 가는 길 또한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이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고, 왕복 한 시간이면 충분해 산책 삼아 다녀오기에도 부담이 없다. 출발 지점 부근의 파평 윤씨 집안이 지은 정자 거연정은 옛날부터 공암풍벽을 즐기던 쉼터이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거점으로도 쓰였다니, 아름다운 풍경이 품은 역사의 결도 함께 느껴볼 만하다.
이 마음 그대로 하루를 보낼 만한 숙소로 이동한다. 금천면 신지리에 있는 섶마리 한옥마을. 이곳은 조선 전기 학자 박하담이 터를 잡은 이래 밀양 박씨 집안이 대를 이어 살아온 집성촌으로,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운강고택과 강변 절벽 위에 세운 별당 만화정을 비롯한 다양한 고택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는데, 섶마리 고택문화마을 숙박 시설에서 고택의 즐거움을 누려볼 수 있다. 여름이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물놀이터도 만들어져 있고, 작은 토끼 생태학습장도 마련이 되어 있어 가족여행이라면 더없이 좋다.
청도 신화랑풍류마을은 화랑정신 발상지 기념관과 화랑오계관, VR 체험관, 국궁장 등 시설을 갖춘 체험형 복합문화단지다. 신라 화랑이 세속오계의 정신을 갈고닦았던 고장인 청도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다.
◆2일 차, 명상과 체험을 함께 하는 신화랑풍류마을
동창천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둘째 날은 특별한 정신을 만나러 간다. 신라 화랑이 세속오계의 정신을 갈고닦았던 고장인 청도의 역사를 느껴볼 수 있는 체험형 복합문화단지인 신화랑풍류마을이다. 화랑정신 발상지 기념관과 화랑오계관, VR 체험관, 국궁장 등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세속오계의 다섯 가지 가르침인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며, 벗을 신의로 사귀고,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살아 있는 것을 가려서 죽인다는 오랜 계율을 찬찬히 읽어보는 것도 이 여정에 깊이를 더한다.
실제로 이곳에는 명상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명상실'에는 피톤치드 산림욕·사운드&컬러테라피·온열 의자·인바디·스트레스 지수 측정기 등이 갖춰져 있어 명상을 하고, 몸의 변화도 체크할 수 있다. 잠깐의 멈춤이 오히려 남은 일정을 더 온전히 즐기게 해준다.
청도 신화랑풍류마을을 찾은 청소년들이 스카이트레일을 이용하고 있다. 2023년에 문을 연 신화랑스카이트레일은 총 118개 코스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레포츠 시설이다.
청도 신화랑풍류마을의 스카이트레일. 코스마다 난이도가 세분되어 있어 체력과 담력에 맞춰 고를 수 있고,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되어 있어 처음 도전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하늘길 코스를 걷다
명상으로 정돈한 마음을 안고 이번엔 하늘로 눈을 돌린다. 2023년에 문을 연 신화랑스카이트레일은 챌린지 코스, 미니 짚라인, 번지점프, 유아용 코스까지 더해 총 118개 코스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레포츠 시설이다. 1층은 유아 전용이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성인과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어, 가족 모두가 층마다 눈높이에 맞는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코스마다 난이도가 세분되어 있어 체력과 담력에 맞춰 고를 수 있고, 안전요원이 상시 배치되어 있어 처음 도전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다. 완주 후 내려다보는 신화랑풍류마을과 주변 산세의 풍경은 그 자체로 이날의 도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된다.
청도 운문호반 에코트레일에서 본 높이 30여m의 반월형 절벽인 공암풍벽(孔巖楓壁). 조선 시대 성리학자 조긍섭이 이 절벽을 보고 지은 한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짚라인과 롤러코스터의 재미를 결합한 짚롤러코스터는 401m 길이의 트랙 위를 곡선과 오르막, 360도 회전, 수평 구간까지 다채롭게 오가며 속도의 완급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좌식 하네스에 몸을 맡기고 전용 트롤리에 올라 청도의 풍경 위를 활강하다 보면, 국토를 순례하며 심신을 단련했다는 옛 화랑들의 기개를 잠시나마 짐작하게 된다.
신화랑풍류마을은 계절이 바뀌면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는데, 10월에는 가족 단위의 친환경 캠핑인 '캠린이 청도왔는감'과 문화·체험 행사인 '하이스토리 경북, 신화랑 풍류 살롱'이 열린다. 11월~12월 중에는 신화랑풍류마을 곳곳을 누비며 '야간 공포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깔끔한 숙박 공간과 식당도 갖추어져 있어 하루를 머물면서 즐기기에 더없이 훌륭하다.
마음을 비우는 법과 다시 채우는 법을 모두 알려준 청도 여행. 특별한 목적지 하나만을 찍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걷는 걸음마다 마음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여행이라면 이 여름 더없는 선물이 아닐까? 더울 땐 마음 온도를 낮추러 청도로 떠나자.
글=박성미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공동기획 - 청도군청>
이지용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사진 전문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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