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지난 8일 어린이재단의 여름 비전워크숍에서 고3 학생들과 진로 이야기를 나눴다. 수시 원서접수를 한 달가량 앞둔 때라 질문은 온통 대학과 학과로 쏠렸다. 제 성적으로 어느 대학까지 쓸 수 있을까요? 나는 대학 이름을 말하기 전에 되물었다. 그 대학에 붙으면 정말 갈 거니? 한 학생은 안정지원으로 적어둔 대학 이름 앞에서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경쟁률과 지난해 입시 결과는 줄줄 외우고 있었지만, 그곳에 붙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그려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성적표 위에서는 가장 안전한 카드였지만, 마음속에서는 안전한 선택이 아니었던 셈이다. 붙을 가능성은 오래 계산해봤어도, 붙은 뒤의 선택까지 생각해본 학생은 많지 않았다.
일반대학과 교육대학의 수시는 최대 여섯 번 지원할 수 있다. 그래서 원서 여섯 장을 흔히 카드라 부른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7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수시 비중은 80.3%까지 늘었고 정시는 19.7%로 줄었다. 게다가 최초합격이든 충원합격이든 수시에 합격하면 등록하지 않아도 정시와 추가모집에는 지원할 수 없다. 그래서 여섯 장은 여섯 번의 복권이 아니다. 합격했을 때 내가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섯 개의 미래를 미리 고르는 일이다. 붙어도 가지 않을 대학이라면, 그것은 안전카드가 아니라 다음 선택을 막는 카드가 된다. 혹시 모르니 한 장 써보자는 말이 생각보다 무거운 이유다.
원서를 잘 쓰려면 수험생은 자신의 현재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내신이 강한지, 수능에 더 자신이 있는지 솔직하게 따져보자. 수능 최저와 면접 일정도 챙겨야 한다. 같은 내신이라도 대학과 전형에 따라 유불리는 달라진다. 지난해 결과 하나만 붙들지 말고, 최근 2~3개년의 흐름과 올해 달라진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수시를 쓸 때 2상향·2적정·2안정도 누구에게나 맞는 공식은 아니다. 정시 문이 넓은 학생이라면 수시에서 더 도전해도 된다. 반대로 정시 대안이 좁다면 적정과 안정 지원을 더 꼼꼼히 챙겨야 한다. 숫자를 똑같이 나누는 것보다, 여섯 장이 이유 있는 지원 전략으로 이어지는 일이 중요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원서 옆에 지원 이유를 한 줄씩 적어보라고 한다. 성적이 되니까, 부모님이 원하니까, 인서울이니까만 남는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졸업한 뒤 어떤 길을 기대하는지, 붙었을 때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지가 함께 적혀야 한다. 자기 이유가 없는 원서는 결과가 나와도 쉽게 흔들린다. 상담 말미에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성적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답은 비슷하다. 대학마다 반영 범위가 다르니 확인은 해야겠지만, 당장 반영되지 않는다고 학교생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년 전 이 지면에 묻지마 인서울은 반대라는 글을 썼는데, 지금도 생각은 같다. 지원 전략에 있어서 수도권 대학이라고 다 상향은 아니고, 지역 대학이라고 다 안정도 아니다. 학과의 교육과정과 장학금, 기숙사, 졸업 뒤 진로까지 함께 봐야 한다. 대학의 주소보다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부모가 원서를 대신 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부모는 답을 골라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설명하도록 질문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질문은 하나로 충분하다. 붙으면 정말 갈 거니? 나는 가장 높은 대학에 낸 원서가 늘 좋은 원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붙었을 때 기꺼이 선택할 수 있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왜 지원했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야 좋은 원서다. 원서를 접수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어보자. 붙으면 갈 것인가? 그 질문에 기꺼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대학만 여섯 장 안에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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