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리앤의원 원장
"의사는 의료사고를 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의료사고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서 흔히 들리는 주장이다. 이는 의료 분쟁을 바라보는 대중의 깊은 오해와 이로 인해 발생한 의사에 대한 반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틀렸다. 하지만 동시에 의사가 의료사고를 냈다고 해서 모두 처벌받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의료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 그리고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담당 의사에 대해 가능한 많은 이력을 알고 싶다는 환자의 요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의료사고'와 '의료과오'의 개념이 뒤섞여 소비된다면, 치료과정 중 발생한 의료인의 명백한 과실과 최선을 다했음에도 피할 수 없었던 악결과는 점점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법과 사회가 규정하는 '의료사고'란 진단·검사·수술·투약 등 의료행위 전 과정에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모든 경우를 뜻한다. 의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피할 수 없었던 합병증, 환자의 특이 체질로 인한 부작용, 질병 자체의 급격한 악화 등 불가항력적인 결과들이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 고령이나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난이도 높은 수술을 도맡는 의사일수록,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사고와 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커지게 된다.
반면 '의료과오'는 의료인이 당연히 지켜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피해를 준 명백한 과실을 의미한다. 모든 의료과오는 의료사고에 해당하지만, 모든 의료사고가 의료과오는 아니다. 이 엄연한 구분이 무너지면 의료사고 이력이라는 표현은 의사의 도덕적 흠결이나 무능을 뜻하는 낙인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의료사고라는 단어의 사회적 인식을 하루라도 빨리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의료과오가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매우 엄정해야 한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면허정지와 취소 같은 행정처분, 나아가 필요하다면 형사책임까지 감당하는 것이 옳다. 의사는 법 위에 군림하는 집단이 아니며, 의료 전문성에 상응하는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는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왜 의사는 책임지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치료과정 중 악결과가 두려워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자를 그저 지켜보아야만 하는가. 단지 치료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담당 의사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한다면, 생존 확률이 희박한 중증 환자 앞에서 적극적으로 메스를 들 의사는 결국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결과론적인 처벌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의지를 꺾어선 안 된다. 올바른 치료에도 피할 수 없었던 악결과가 곧바로 처벌이나 이력 공개를 통한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의사들은 누구라도 치명적인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위험하고 까다로운 치료에 시도는커녕 관망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낙인 시스템이 아니라, 의료과오는 엄하게 다스리되 불가항력적 사고는 사회가 함께 분담하는 성숙한 제도가 필요하다. 환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의료인에게는 소신 있는 진료 환경을 보장하며, 의료진의 자발적이고도 솔직한 사고 보고를 장려하는 제도여야 한다.
따라서 의료사고 이력 공개는 의료진에게 낙인을 찍는 수단이 아니라, 의료계의 투명성과 환자의 신뢰를 동시에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면 폐기 및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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