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대한 영천시의 재정지원 방식을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영남대학교 부속 영천병원 전경. 남정해 기자
경북 영천시의회가 지역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인 영남대학교 부속 영천병원에 대한 재정지원 방식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민의 생명권 보장이란 명분과 민간병원의 적자를 공적재정으로 영구보전해 주는 것에 대한 부담이 충돌하면서 지원 조례안 제정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영천시는 지난 2024년 8월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연간 20억 원 한도 내에서 병원 적자를 정산 지원해 왔다. 실제 지원액은 2024년 17억5천만 원, 2025년 18억8천만 원에 이어 올해도 18억8천만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3년간 총 55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지원되는 셈이다. 시의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영대영천병원은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의사 구인난이 겹치면서 응급실 전담의사 5명 중 3명이 이탈해 현재는 단 2명만 남은 상태다. 병원장까지 당직 근무를 서며 행정업무를 병행하는 한시적 비상체제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병원 측은 기존 20억 원의 지원 한도를 완화하고 관련 조례를 개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응급실 전담의사뿐만 아니라 당직을 지원하는 일반 의사의 인건비와 병원 운영비 일부까지 공공 재정으로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천시의회는 지원 한도 완화를 법제화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MOU 효력이 지난 8월 23일자로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합의점 마련이 시급하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하기태 영천시의회 의장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응급실 의사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운영비까지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하 의장은 "지난 3년간 55억원 이상이 지원된 만큼, 응급실을 거쳐 실제 수술로 이어진 환자가 몇 명인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원의 합리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측은 병원의 무단 폐업이나 타지역 이전 시 지원금 전액을 반환하는 강력한 환수 각서가 이미 작성되어 있는 만큼, 시의 재정을 영구적으로 묶는 조례 제정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양해각서 체결이 관리·감독 면에서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의회는 지역 의료 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오는 8일 대구 영대병원 본원 및 영대영천병원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의료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재정지원 방향과 의료진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최종 대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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