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일을 멈춘 공구들, 마켓에 나오다… 황병석 개인전 ‘TOOLS MARKET’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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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8 17:19  |  발행일 2026-09-18
오는 27일까지 예술상회 토마서 열려
달리고 춤추고 여행하는 전동드릴 ‘툴즈’
18일 오후 예술상회 토마에서 만난 황병석 작가는 상품과 작품의 경계에 있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 전시 제목을 TOOLS MARKET으로 정했다며 단순한 아트토이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에 대한 오마주도 곳곳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18일 오후 예술상회 토마에서 만난 황병석 작가는 "상품과 작품의 경계에 있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어 전시 제목을 'TOOLS MARKET'으로 정했다"며 "단순한 아트토이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에 대한 오마주도 곳곳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황병석 작. 권혁준 기자

황병석 작. 권혁준 기자

황병석 작. 권혁준 기자

황병석 작. 권혁준 기자

황병석 작. 권혁준 기자

황병석 작. 권혁준 기자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공구들이 일을 멈추고 쉬고, 놀고, 춤추고, 여행한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쉬는 전동드릴이 있는가 하면, 팔다리를 힘껏 뻗어 달리거나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드릴도 있다. 스케이트보드에 올라탄 모습도 눈에 띈다.


황병석 작가의 개인전 'TOOLS MARKET'이 오는 27일까지 대구 중구 예술상회 토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전시장을 하나의 '마켓'으로 꾸몄다. 선반 위에 작품을 진열하고 포장박스와 라벨, 영수증 등을 배치해 실제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처럼 연출했다.


툴즈는 경북대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한 황 작가가 졸업 뒤 1~2년간 조형물 제작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황 작가는 "회사를 다니며 다른 작가들의 의뢰를 받아 작품을 만들다 보니 '남의 것을 계속 만들려고 내가 미술을 시작한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매일 손에 쥐던 것이 전동드릴이었다. 드릴은 일을 하기 위해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도구인데, 그걸 나에게 대입해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가 일을 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것이 작업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 황 작가는 2022년 여름부터 노란 전동드릴을 의인화하며 '툴즈' 작업을 본격화했다. 공구 자체의 형태만으로는 정적으로 보일 수 있어 달리고 춤추는 등의 몸짓을 더했다.


황 작가의 작업 세계는 개인전을 거듭하며 확장됐다. 2023년 'PotentialTools'에서 작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뒤 2024년 'Melting Tools'에서는 대구의 뜨거운 여름에 녹는 모습 등 외부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도구를 다뤘다. 같은 해 'Tools Factory'에서는 컨베이어벨트와 폐공구 등을 활용해 툴즈가 공장에서 생산되는 과정을 구현했다. 지난해 'The Tools Trip'에서는 툴즈가 여행을 떠났고, 올해는 그렇게 만들어진 툴즈가 '마켓'에 진열됐다.


황 작가는 "팩토리가 툴즈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툴즈가 상품처럼 마켓에 나온 것"이라며 "작품과 상품의 경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에 대한 오마주도 곳곳에 숨어 있다. 워홀의 '브릴로 박스'를 연상시키는 오브제와 캔 등을 작업에 끌어들였다. 귀여운 외형 탓에 아트토이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면서도 단순한 캐릭터 상품에 머물지 않으려는 시도다.


제작 과정에는 디지털 기술과 손작업이 함께 쓰인다. 직접 모델링한 형태를 3D프린터로 출력한 뒤 에폭시나 레진을 덧입히고, 표면을 다듬어 도색한다. 목공을 배운 경험을 살려 스케이트보드 등 일부 구조물도 직접 제작한다. 조각과 함께 회화 작업도 병행한다. 조각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툴즈의 상황과 배경을 평면에서 풀어내기 위해서다.


공장에서 태어나 여행을 떠나고 마켓에 나온 툴즈의 다음 목적지는 '집'이다. 황 작가는 "다음에는 테이블부터 생활공간까지 한 사람이 살아가는 집 전체를 툴즈로 구성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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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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