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60대 여성 인생 바꾼 작은 공 하나…칠곡군 파크골프 고수 정여진씨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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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9 09:18  |  수정 2026-09-19 13:37  |  발행일 2026-09-19
정여진씨가 파크골프장에서 사진촬영 요청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준영 기자

정여진씨가 파크골프장에서 사진촬영 요청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준영 기자

"공 하나를 쫓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삶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파크골프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은 정여진씨(63).


그에게 파크골프는 처음부터 특별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저 건강을 위해 시작했다. 가볍게 공을 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을 하나씩 쳐나가는 사이 그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집과 일터가 생활의 대부분이었던 삶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고, 기다려지는 시간이 생겼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30여년 전 경북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에 정착해 현재 남편과 함께 농산물가공업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선수까지 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처음에는 공이 뜻대로 가지 않았다. 생각한 방향과 전혀 다른 곳으로 굴러가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기하기는 싫었다.


조금씩 실력이 늘면서 욕심도 생겼다. 한번 더 잘 쳐보고 싶었고, 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취미로 시작한 운동이 어느 순간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운동보다 사람을 얻은 게 더 큽니다."


파크골프의 가장 큰 매력을 묻자 의외로 '사람'을 먼저 이야기했다.


파크골프장에 나가면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환경도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함께 공을 치다 보면 금세 가까워지고, 경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눈다.


"공을 치러 갔다가 사람을 만나고 오는 날이 많아요. 힘든 일이 있어도 운동장에 나가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하다 보면 마음이 좀 가벼워집니다."


파크골프를 하면서 건강만 좋아진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결과에 마음을 많이 썼다면 이제는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잘될 때도 있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운동을 통해 배웠다.


그에게 파크골프는 어쩌면 인생의 축소판인지도 모른다.


잘 친 공 하나에 기뻐하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실수 하나에 속상해한다. 그러나 한 홀을 망쳤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다음 홀로 가야 한다.


"잘 안되는 날에도 다음 공을 쳐야 하잖아요."


운동을 하면서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경기에서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시간이 오히려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인생도 똑같은 것 같아요. 잘 안 되는 날이 있다고 해서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잖아요. 다음 공을 쳐야 하니까요."


그에게는 이제 승패보다 중요한 것이 생겼다.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다는 것, 함께 운동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하루를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전국대회 여자부 정상에 오른 것도 그런 시간들이 쌓인 결과였다. 전국대회 우승은 분명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우승 자체보다 그동안 자신과 함께 운동해온 사람들을 먼저 떠올렸다.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저도 계속할 수 있었죠."


"앞으로도 오래 공을 치고 싶어요."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목표가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운동하고 싶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 그리고 자신처럼 파크골프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또 다른 삶이 열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의 삶을 묻자 특별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공을 치고,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지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삶을 바라보는 눈은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


잘 쳐지는 날도 있고, 공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날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이 어디로 갔느냐보다 다시 공 앞에 서는 일인지도 모른다.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결과 뒤에서 그가 얻은 것은 어쩌면 트로피 하나가 아니라 다시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새로운 일상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그냥 지금처럼 살고 싶어요. 건강하게 운동하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요."


정씨가 말하는 '잘 사는 법'은 의외로 소박했다.


'다음 공을 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을 함께 바라봐 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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