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풍경] “여기는 좀 더 자유로워요”…산과 바다 사이, 울릉도 60명 아이들의 학교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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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0 09:40  |  발행일 2026-09-20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한 울타리서 생활…비 안 오면 매일 아침 축구로 하루 시작
울릉도 저동초등학교의 아침 풍경. 홍준기 기자

울릉도 저동초등학교의 아침 풍경. 홍준기 기자

"여기! 여기로 패스!" 아침부터 울릉도 저동초등학교 운동장이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축구공 하나를 따라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고, 공이 골문을 가르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저동초등학교의 아침 풍경이다.


교장 선생님도 운동장에 함께 나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같이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거창한 체육수업도,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도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학교의 일상이다.


울릉도 동쪽 저동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저동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생을 포함해 60명의 아이들이 생활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학교 안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6학년 김하늘 학생은 그 이유를 "집에서 휴대전화를 하는 것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어서 더 밝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늘이는 원래 경기도 용인에서 살다 3학년 때 아버지의 일 때문에 울릉도로 왔다.


하늘 학생에게 도시와 섬의 차이를 묻자 "용인은 건물이 많아서 도시 느낌인데, 여기는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했다. 처음 울릉도에 왔을 때 가장 좋았던 것도 공기와 바다였다. "공기가 제일 좋고 바다도 맑아서 너무 좋았어요"라는 말에는 섬에서 생활하며 느낀 아이의 솔직한 감상이 묻어났다.


저동초등학교 김하늘(가운데) 학생과 친구들. 홍준기 기자

저동초등학교 김하늘(가운데) 학생과 친구들. 홍준기 기자

육지 친구들이 부럽지는 않으냐는 질문에는 친구들과 자주 연락하기 때문에 "별로 그런 생각은 안 든다"며 웃었다. 반면 같은 6학년 강채은 학생에게 울릉도는 태어날 때부터 살아온 고향이다. 아버지는 울릉도 사람이고 어머니는 대구 출신으로, 언니는 포항에서 태어났지만 채은이는 예정일보다 일찍 진통이 오는 바람에 울릉도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채은 학생은 "엄마가 갑자기 진통이 와서 나갈 수도 없는 상태였대요. 그래서 울릉도에서 태어났어요." 태어날 때부터 울릉도와 인연을 맺은 채은이에게도 육지 학교에 대한 호기심은 있다. 육지에서 학교를 다녀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조금 있긴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학교가 싫은 것은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학교생활은 재미있다고 했다.


매일 같은 교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끼리 다툴 때도 있다. 성격이 달라 부딪히기도 하고 선생님과 생각이 달라지는 순간도 있지만, 결국 다음 날이면 다시 같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함께 웃는다.


울릉도 저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저동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바라는 것도 있었다. 채은 학생은는 "저희를 좀 더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 학교인 만큼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때로는 부딪히는 일도 있지만, 그만큼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학생 기자단도 이 학교의 특별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6학년 4명과 5학년 1명이 학교 안팎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글로 기록한다. 친구들의 일상부터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까지 자신들의 눈으로 바라보고 글로 남긴다. 학교 규모는 작지만 아이들이 학교의 주인공인 동시에 기록자가 되는 셈이다.


저동초등학교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시설이나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산과 바다가 가까운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서로 부딪히며 함께 자라는 일상이 이 학교의 가장 큰 풍경이다.


울릉도 저동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저동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운동장 뒤편으로 울릉도의 산이 솟아 있고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육지에서 온 하늘이에게는 처음부터 인상적인 풍경이었지만 울릉도에서 태어난 채은이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다.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아이와 섬에서 태어난 아이가 같은 교실에서 만나고 같은 운동장에서 공을 차면서 울릉도를 자신의 고향으로, 학교를 자신의 일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운동장을 누비던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뒤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두고 간 축구공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60명의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저동초등학교의 하루는 그렇게 또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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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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