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더불어 윤어게인당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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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7 18:22  |  발행일 2026-09-28

흔히 정치는 언어로 연출되는 권력의 연극으로 불린다. 미국의 정치 기호학자 머레이 에델만의 '정치적 구경거리' 이론에서 발달한 관점이다. 에델만은 '정치적 상징의 사용'이라는 저서를 통해 정치는 객관적 실체라기보다 언어와 기호, 상징으로 구성되는 대중 연극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에서 '말의 정치'를 체감하는 정치인들이 담론 선점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를 자신이 구축한 '언어의 울타리' 안에 가두기 위함이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언어철학적 맥락으로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인물은 단연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다. 한 의원은 27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더불어 윤어게인당을 창당하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이 자신을 겨냥해 '당원 게시판' 사건을 꺼내 들자 신조어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더불어 윤어게인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동시 타격하는 명사적 프레임이다. 한 의원의 명사 중심 수사학은 정치적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준다. 그는 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새천년NHK 대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의 신약 로비 의혹을 '오빠 독약 로비'로 명명하기도 했다.


한 의원의 '명사 정치학'은 강력한 확산력만큼이나 위험성도 품고 있다. 대중은 명사가 제공하는 직관성에 매료되기 쉽지만, 그 과정에서 맥락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성숙한 비판적 사고는 마비되기 십상이다. 언어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한 의원이 던지는 언어의 한계가 곧 우리가 접하는 정치 세계의 한계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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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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