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권력' 하면 십상시가 떠오른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황제 영제 재위 때 국정을 농단한 환관 집단이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영제의 무력함을 기화로 십상시는 매관매직 등 전횡을 일삼으며 후한의 멸망을 자초했다. 매관매직이 워낙 흔해 가격표까지 정해졌다는데, 삼공 1천만전, 태수는 2천만전, 현령 4백만전이라고 한다.
후한서(後漢書)는 십상시가 많은 봉토를 소유하고 그들의 부모형제는 높은 관직에 올랐다고 전한다. 수장 장양, 부수장 조충을 포함해 하운, 곽승 등 10명이어서 십상시로 명명됐다. 하지만 정사(正史) 후한서에는 12명, 삼국지 연의엔 10명으로 기술돼 있다. 서기 189년 십상시의 난이 일어나고 그때 황궁으로 진입한 동탁에 의해 환관 등 2천여명이 살해됐다. 기실 십상시의 원조는 진시황 사후 유조(遺詔)를 위조한 진나라 말기 환관 조고다.
십상시는 역사적으론 부패한 환관 집단을 뜻하지만, 작금엔 권력 주변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비선 실세나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이재명 정부의 문고리 권력은 누굴까.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고락을 함께했던 경·성 라인이 꼽힌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대표적이다. 경·성 라인이 내각 및 정부 고위직 인사에 간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이들은 특별감찰관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다. 문고리 권력이 국정을 전횡한 정권은 대체로 말로가 험악했다. 이 대통령의 '문고리'들은 권력을 절제할 수 있을까.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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