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막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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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06 14:58  |  발행일 2026-10-07

대구경북에서 은행 점포가 한 곳도 없는 읍·면·동이 282곳에 이른다고 한다. 경북은 321개 읍·면·동 가운데 240곳, 무려 74.8%에 은행이 없다. 이름하여 '금융사막'이다. 요즘은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가 부족한 곳에도 '사막'이라는 말을 붙인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우면 의료사막, 신선한 식품을 구하기 어려우면 식품사막, 지역뉴스를 접하기 힘들면 뉴스사막이다.


수도권 집중이 심한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생활서비스의 공백이 지방에서 더 쉽게 생긴다. 특히 경북처럼 고령층이 많고 주민이 넓게 흩어져 사는 지역은 더욱 그렇다. 도시에서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농촌에서는 아예 없거나, 이용하는 데 많은 시간과 불편이 따른다.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고 상점이 떠난다. 버스 노선은 줄고 어린이집과 학교, 돌봄시설도 버티기 어려워진다. 인구 감소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한 지역에서 겹치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조건 자체가 하나둘 사라지는 것이다.


지방소멸은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이 스스로 생활과 공동체를 유지할 힘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생활 기반의 약화는 주민의 이탈을 부르고, 인구가 줄면 남아 있는 서비스마저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한번 사라진 생활 기반은 수요가 더 줄어든 뒤에는 다시 복원하기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병원 하나, 버스 노선 하나를 되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을 새로 불러들이는 정책 못지않게 지금 사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생활의 기본 조건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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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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