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세실 콜스(Cecil Coles)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전도유망한 작곡가였다. 그러나 그는 많은 곡을 남기지 못했다. 1918년 스물아홉의 나이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서부전선에서 부상자를 돕다가 독일군의 저격에 즉사했다'고 되어 있다.
세실 콜스는 영국 '빅토리아여왕 소총연대'의 군악대장이었다. '사상 최악의 전쟁'이라고 하는 제1차 세계대전, 그중에서도 단기간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서부 프랑스 전선에서 세실 콜스는 3년을 보냈다.
군복을 입은 세실 콜스
1917~1918년은 제1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한 교전이 펼쳐졌던 시기였다. 3주간의 교전이 끝났을 때 양측을 합하여 약 11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공세를 펼친 독일군은 약 3~4㎞ 정도를 전진했다. 이때 작곡한 5분 여의 짧은 곡이 '장례 행렬'이다. 전선으로 가는 군사 행진을 장례 행렬로 묘사했다.
곡은 군악대의 북소리를 연상시키는 작은북의 리듬으로 시작한다. 이어 곧장 장중한 관현악 선율이 나온다. 그러면서 곡의 분위기가 조용하고 무겁게 가라앉는다. 전사자의 장례 행렬을 보는 것만 같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이 흘러나오는 부분에서는 전장 속에서 잠시 피어났던 젊은 병사들의 웃음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그도 잠시, 군악대를 연상시키는 북소리와 관현악 합주가 흘러나오면, 전우를 잃은 병사들의 슬픔과 죽은 이를 향한 마지막 경의가 느껴진다.
세실 콜스는 곡을 직접 지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곧 전사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 전사했는지는 기록에 나와 있지 않다. 영국 왕립 문서기록관리청이나 영국 육군군사연구소의 1차 사료에 기록이 있겠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세실 콜스는 1918년 4월26일 서부 전선에서 사망했다'고만 되어 있다. 그의 나이 29세 때의 일이다.
프랑스 크로이 공동묘지에 있는 세실 콜스의 비석
세실 콜스는 독일군의 4월 공세 때 리스 일대의 제2선에서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군악대장이 부상당한 병사를 구하다가 저격을 당했다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제1선 방어를 돌파해 들어온 독일군에게 영국군 지휘부가 측후방 기습을 허용했을 것이다. 현재 그는 리스에서 4㎞가량 떨어진 크로이(Crouy)의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장례 행렬'은 영국 한 방송사의 제1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 도입부 삽입곡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일설에 의하면 발견된 악보에는 진흙과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세실 콜스의 생애와 음악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그의 곡을 모은 CD가 나오기도 했다. 2002년에 발매된 '전선에서(Behind the Lines)'라는 제목의 앨범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세실 콜스를 선택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세실 콜스의 작품 속에는 역사성이 있다. '장례 행렬'에는 듣고 있으면 가슴속 깊은 곳의 무언가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것은 전투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사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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