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문 논설위원
독일판 대학경쟁력 강화정책인 대학 엑설런스 정책은 2005년 연방정부와 16개 주(州)정부의 합의에서 시작됐다. 이듬해 첫 지원이 시작됐고 현재 확정된 지원은 2033년까지 이어진다. 30년 가까이 같은 정책의 큰 틀을 이어가는 셈이다.
정권이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세계 수준의 대학과 연구거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유지됐다. 출발부터 연방과 주정부가 목표와 재정부담을 함께 정한 것이 장기정책의 토대였다.
첫 엑설런스 이니셔티브에는 19억유로(2006년 평균환율 기준 약 2조3천억원)가 투입됐다. 2012년 시작된 두 번째 단계에는 27억유로(2012년 평균환율 기준 약 3조9천억원)로 늘었다. 재정은 연방정부가 75%, 해당 대학이 있는 주정부가 25%를 부담했다. 중앙정부가 만들고 지방정부가 집행한 사업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동정책으로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독일은 엑설런스 정책으로 일부 대학만 집중 지원한 것이 아니다. 같은 2005년 '연구·혁신협약'을 체결해 독일연구재단(DFG)과 막스플랑크, 헬름홀츠, 프라운호퍼, 라이프니츠 등 주요 연구기관의 연구비도 안정적으로 늘렸다. 세계 수준의 대학과 연구집단은 경쟁을 통해 집중 지원하면서, 국가 전체의 연구기반도 함께 강화한 것이다.
초기 엑설런스 이니셔티브는 세 축이었다. 우수한 박사인력을 키우는 '대학원학교', 특정 분야의 세계 수준 연구집단을 만드는 '엑설런스 클러스터', 대학 전체 발전전략을 지원하는 '미래전략(대학)'이다. 미래전략 지원을 받으려면 최소한 하나의 클러스터와 하나의 대학원학교를 먼저 확보해야 했다. 대학 전체를 지원하기 전에 실제 연구역량부터 검증한 셈이다. 첫 단계에서는 모두 85개 사업이 지원됐고, 2012년 두 번째 단계에서는 대학원학교 45개, 클러스터 43개, 미래전략(대학) 11개가 선정됐다.
특징은 먼저 대학을 정해놓고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학들이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계획을 내면 국내외 전문가들이 연구의 질과 독창성, 연구진 역량, 연구환경과 협력체계를 평가했다. 대학과 대학, 대학과 막스플랑크 등 연구기관, 서로 다른 학문분야가 함께 클러스터를 구성할 수도 있었다. 기존 대학서열보다 연구계획과 연구집단을 중심으로 세계 수준의 연구거점을 찾은 것이다.
심사에도 국제성을 강하게 적용했다. 대학원학교와 클러스터는 독일연구재단이, 미래전략(대학)은 독일과학위원회가 중심이 돼 평가했다. 2012년 평가에는 457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는데 87%가 독일 밖의 연구자였다.
한번 선정됐다고 지위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2006~2007년 미래전략 지원대학은 아헨공대, 베를린자유대, 프라이부르크대, 괴팅겐대, 하이델베르크대, 카를스루에공대, 콘스탄츠대, 뮌헨대, 뮌헨공대 9곳이었다. 2012년 재경쟁에서는 프라이부르크대와 괴팅겐대, 카를스루에공대가 탈락하고 베를린훔볼트대, 브레멘대, 드레스덴공대, 쾰른대, 튀빙겐대가 새로 들어와 11곳이 됐다. 기존 대학도 신규 대학과 다시 경쟁했다.
주목할 것은 독일은 장기지원과 경쟁을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 수준의 대학과 연구거점을 만든다는 국가 목표와 지원체계는 장기간 유지하되, 어느 대학과 연구집단이 지원받을지는 계속 경쟁하도록 했다. 정책은 오래가지만 수혜 대학은 고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독일은 2016년 정책 자체에 대한 국제평가를 실시하고 제도를 다시 손질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꿨는지는 다음 칼럼에서 살펴본다.
박종문
청류(淸流)와 탁류(濁流) 사이, 시대정신을 고민합니다. Navigating between the clear and the turbid, reflecting on the Zeitgeist.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경오미자 하프마라톤대회]가을 문경 달린 3천여 명…오미자마라톤 첫 대회부터 ‘흥행’](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10/5_26.10_.15_오미자_하프마라톤_썸네일_출력본2_.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