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읽기] 김기창

  • 입력 1999-11-04 00:00  |  발행일 1999-11-04

"내 예술의 중심은 어린아이들의 세계와 같은 진실과 순수성이다." 운
보 김기창(雲甫 金基昶.1914-)은 서울에서 태어나 8세때부터 장티푸스 후
유증으로 청각기능을 잃었다.

승동보통학교를 마친 후인 1930년, 이당 김은호의 문하에서 본격적인 화
가 수업을 시작한 그는, 불과 반년만에 제10회 '선전'에 등단한 뒤 1937년
에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하며 순식간에 국내 대표화가로 자리잡았다.
초기 운보예술은 현실에 뿌리를 둔 삶의 양상과 단면에 대한 관심에서 출
발했다. 그러나 김기창은 이당이란 호수 안에 단순히 풍속화가란 그물로
묶어두기엔 너무나 크고 자유로운 물고기였다.

1946년 우향 박래현과 결혼하며 인생과 예술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그는 다양하고 폭넓은 소재 편력과 실험을 거듭해 기존의 관념적 동양화에
서 탈피하고, 구상.추상 등 장르 구애에서 벗어난 활발하고 격정적인 운필
과 투박한 형태가 주축이 된 심상세계, 문자를 이용한 서체추상 등 자유로
운 세계를 펼쳐나갔다.

60년대 들어 상파울로 비엔날레, 뉴욕 국제미술전, 한국미술 유럽순회전
등 활발한 해외 활동을 통해 더욱 의식의 지평을 넓힌 운보는 인간 본연의
진솔한 그림에 관한 오랜 고민 끝에 민화를 자신의 소박하고 분망한 형식
으로 재해석한 '바보산수'와 여기에다 종래 풍속화적 요소가 가미된 청록
산수로 나아갔다.

만년에 이르러 그는 봉걸레에 먹을 잔뜩 묻혀 화면위로 끌고다니거나,
휘두르는 등 운필과 행위성의 극대화를 꾀한 자기 해방의 달인 경지에 이
르렀다.
이영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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