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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벽안의 이미지를 지닌 한 소녀가 파충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이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방영될 때 시청자들은 신기해 했다. 이후 CF 모델로 시청자들과 친숙해지는가 싶더니 드라마를 통해서도 감추어진 끼를 발산하려 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디에나(17)다. 파충류 소녀에서 일약 CF계의 히로인으로 떠오른 그녀가 이번에는 연기자로 신고식을 치른다. 5월3일 첫 방송되는 SBS 일일드라마 '소풍가는 여자'를 통해서다. 디에나는 극중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의 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로 일하는 러시아 출신 쏘냐 역을 맡았다. 후에 무작정 나이트클럽을 도망쳐 나와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그녀는 병태(여현수)의 도움으로 세탁일을 배우며 점차 한국 생활에 적응하게 된다.
"처음에는 진짜 많이 떨렸는데, (연기를) 해보니 재미있고 매력적이에요. 혼혈인이라는 것 때문에 캐릭터의 제한은 많겠지만 최선을 다할 거예요."
지난 28일 일산의 제작 현장에서 만나 본 그녀는 서투른 한국말이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모습이 당차고 귀엽게 다가왔다. 그녀는 "한국말도 아직 서툰데 러시아어를 같이 배우느라 힘이 배로 든다"며 "그래도 열심히 할 각오는 돼 있다"고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녀가 한국에 온 것은 2002년 7월. 미국에 있을 때만 해도 아버지와 같은 수의사가 되는 것이 디에나의 꿈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수술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자란 그녀의 입장에선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 하지만 한국에 온 후 생각이 바뀌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모델일을 시작으로 차츰 이 쪽 세계에 매료되었고 자신감도 생긴 것. 사람들과 사귀기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의 그녀로서는 이제야 천직을 만난 셈이다.
그녀는 170㎝의 늘씬한 키와 타고난 몸매로 극 초반 발군의 춤실력을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방송 출연 때문에 다음 주 치러질 중간고사가 걱정이라고 말할 때는 영락없이 고등학교 1학년생의 모습이다.
디에나는 극중 캐릭터에 공감이 간다. 자신도 미국을 떠나 한국에 왔기 때문에 그 느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말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제가 나온 프로그램을 보면 어색해서 제대로 못볼 정도예요. 가끔은 울기도 했어요. 한국 사람처럼 말도 잘하고 싶은데…. 여러 사람들과 자주 대화하다 보면 발음도 좋아지겠죠."
친구들과 만나면 주로 가는 곳은 노래방. 주로 보아의 댄스곡을 즐겨 부른다. 좋아하는 연예인도 또래의 소녀들처럼 손꼽기가 힘들 정도다. 그래도 끼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며 임창정과 보아, 김정화, 장동건, 윤도현 등을 최고로 꼽는다. 특히 외국인 1호 연예인 유민에 대해서는 라이벌 의식보다는 좋은 선배 연기자로 생각된다며 기회가 되면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이제 미국은 "단지 놀러가고 싶은 나라일 뿐"이라고 말하는 그녀. 철저히 한국사람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결혼 상대자는 한국사람 중에 선택할 거예요. 예쁜 아기를 낳아야죠. 엄마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한국인이라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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