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논설실장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집권 1년차 50~60%를 넘나들다, 2년차 들어 스멀스멀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30%대가 드문드문 보인다. 주식시장이 이 정도라면 '베어 마켓', 즉 약세장에 접어들었다고 할 것이다.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미묘한 한미관계와 북극항로 개척을 염두에 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테이블에 오른 상황에서다. 고개가 갸웃한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북한을 끌어들인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은 수긍할 수 있겠다. 상대를 바꿔 우리의 혈맹이자 전쟁(6.25 및 베트남 전쟁)을 함께 치른 최고의 우방 미국 입장에서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소리는 참으로 찜찜할 것이다.
국가간 외교에서 말은 다른 레벨로 작동한다. '영원한 적도 없다', 이런 표현은 아마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 무드에 들어간다면 선택할 수 있을 수사(修辭)다. 작금의 한미간 삐걱대는 상황에서 외교적 언사는 "우린 확고한 동맹이다. 서로의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상호 이해한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만큼 외교는 어렵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자극한 측면도 있지만, 이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을 기도하는 우크라이나'란 표현을 쓴 것도 주워담기 힘든 말이다. 동시에 유럽내 전쟁에 한국은 일절 발을 담글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합리적 국익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 하지만 우린 트럼프의 미국도 아니고, 제국(帝國)의 경험이 있는 나라도 아니다. 디딘 발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새삼 알게 된 사안인데 한국의 주(駐)유엔대사 차지훈은 뉴욕주(州)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으나, 외교관 출신은 아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통령 선거법 위반 재판 변호인이고, 성남시 고문변호사였다고 한다. 한동훈 의원은 현지 국정감사에서 직업외교관이 아닌 그를 아마추어라고 공박했다. 한반도 휴전선은 법적으로 유엔 관할이다. 유엔이란 무대는 외교의 핵심 최일선이다. 그런 곳에 굳이 외교적 역량이 의심되는 인물이 배치돼 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을 잡는 것은 계곡 정비보다 쉽다'고 했다. 두고두고 회자될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고가 아파트 보유를 고통스럽게 하겠다는 민주당 정부의 인식은 꼬이고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 보면 서울의 주거 비용은 합리적으로 형성돼 있다. 10만원짜리 고시촌에서부터 월세 3천만원 레지던시까지 존재한다. 서울 부동산은 복잡한 함수를 잉태하고 있다.
대구시민 입장에서는 서울의 천정부지 아파트 값을 둘러싼 논박이 이상한 나라의 얘기로 들리는데, 대구가 처한 상황을 유추해보면 수도권 아파트는 공급으로 승부해야 한다. 바람을 막아주고, 안락한 침실에서 잠을 자게 해주는 집을 보유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욕망이다. 소유를 적대시하는 '공급 절벽'은 마차가 말을 끄는 또다른 정책이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는 9천까지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주식의 급등락에도 이유가 있듯이 대통령 지지율 약세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 재판의 변호인들이 끝없이 기용되고, 논리 비약의 발언, 근본이 의심되는 정책들이 주범이다.
강경화 주미대사는 워싱턴 현지 국정감사에서 "백악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북한 지뢰도발도 "불의의 사고는 분명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의 인식과 결이 다르다. 이런 사실의 충언(忠言)이 모일 때 약세장은 강세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물론 절대권력은 충언을 끌어모으기가 생래적으로 어렵긴 하다.
박재일
30년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설과 칼럼을 집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