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청 전통음식 담당 이성옥 계장 生生 인터뷰

  • 입력 2009-04-10   |  발행일 2009-04-10 제38면   |  수정 2009-04-10
"좋은음식 개발하기 위해선 지자체간 선의의 경쟁 필요"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지역 첫 전통음식 담당 공무원
작년부터 종가음식 종합 조사 나서…조만간 반가음식 표준레시피 등장
전통음식 육성하고 세계화 하려면 체계적 관리·법적 제도 개선 절실
안동시청 전통음식 담당 이성옥 계장 生生 인터뷰

◇…바로 전화 통화가 불가능한 사람

이 분하고는 바로 전화 연결이 어렵습니다.

안동시 식품산업과에서 전통음식을 담당하고 있는 이성옥 계장입니다. 21세기 안동 전통음식의 신지평을 기획하는 자리에 있죠. 그동안 안동은 양반의 고장, 영남 유학의 대들보 같은 공간이었다. 다른 수식어는 '사족'이었습니다. 그런데 1999년 4월 21일 방한 3일째였던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하회마을에서 경상도 반가식 생일상을 받으면서 안동의 먹거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어느 일이든지 미친 사람이 한 명 있어야 일이 됩니다. 안동 음식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거죠. 호남의 음식도 제때 잘 꿰어 한국음식의 대표주자가 됐죠.

이 계장은 안동의 최고 보물 중 하나가 바로 명현·명유의 얼과 숨이 살아 있는 고택, 그리고 종부, 아직도 형식이 살아 있는 각종 제사라고 봤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음식을 체계적으로 온라인 자료화하고, 그걸 고풍스런 고가에서 보여주고, 그 음식을 현대풍으로 살짝 분칠해 도심으로 진출, 안동의 반가음식으로 브랜딩해서 세계로 나가면 다른 도시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경남 창원이 요즘 이순신 밥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안동시청 식품산업과 안에 '전통음식 담당'이란 자리가 있다는 걸 아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안동시가 그런 직책을 마련한 것만 봐도 현재 안동시가 전통음식개발에 얼마나 애를 쓰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이 계장은 출장이 잦기로 유명합니다. 책상에서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종가와 종가 사이를 종횡무진합니다. 이 계장은 안동에 '본배(法度) 있는 음식'이 산재해 있고 특히 종부들의 고담스러운 전통음식들이 현대화되지 못하고 문중식으로 퇴락하고 있는 걸 안타깝게 여겨왔습니다. 종가와 일반인, 종가와 종가, 종가와 학술계, 종가와 외식업계, 종가와 브랜드 등 그녀가 만들어내야 할 프로젝트들은 지천으로 깔려있습니다.


◇…안동음식 집대성해서 세계 진출하는 게 소원

그녀가 생각하는 안동시의 전통음식 기반구축화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습니다.

- 안동은 현재 종가를 갖고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려고 하는데 확정돼 추진중인 시책과 향후 추진할 시책을 간단하게 정리해달라.

"예로부터 조선인재의 절반이 영남에 있고 영남인재의 절반이 안동에 있다는 600년 전통의 정신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안동에서는 각종 불천위 제례를 모시는 가정이 46집이나 됩니다. 이와 관련한 가문의 소중한 음식문화가 아직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가 음식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 구전으로만 전해져 오고 있어,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어느 순간에 소중한 자원들이 돌이킬 수 없는 입장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시에서는 2008년부터 종가음식을 조사하고 체계적인 자료화에 총력을 기울여 정리를 완료했습니다. 앞으로 책임과 의무만 남아있는 어르신들에게 종가의 지킴이로서 후세대를 위한 전승보급 기회를 가져 종부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 현재 종가 종부들의 마인드도 몇 가지로 나눠질 것 같습니다. 특히 종가는 언론 등 일반에 거의 배타적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종부의 현주소에 대해 보고 느낀 바는 뭐죠?

"지금까지 종가와 종부들의 모습은 한국적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문중이나 마을의 공동체 생활속에서 정신적·문화적 유풍의 중심적 인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하지만 종손과 종부의 일거수일투족은 개인이 아닌 가문 전체의 이미지를 대변하기 때문에 조상들에게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행동에 각별히 신경씁니다. 여자는 결혼하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봉사 3년의 생활을 철학으로 여기며 사시던 종부님들로서는 자연 언론과 일반인에게 노출되는 것을 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언론 입장에서 보면 배타적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급속한 변화 속에서 종부님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여 사회활동에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 꼭 큰 치마폭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 같습니다."

- 안동이 전통음식 1번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해결과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책을 입안한 경쟁 시·군과의 관계로 잘 정리되어야 할 것 같고, 또 중복 사업도 있을 것 같고, 종가 음식 레시피 표준화 작업도 시급한 것 같습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가 발족되고, 한식을 세계5대 음식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발표되면서, 자치단체마다 앞다투어 음식산업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존 전국 음식경연대회 행사가 지금은 대부분의 단체에서 각종 축제의 일환으로 음식행사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전통음식을 첨단화시키고 또 지키는 못지 않게 육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육성하고 세계화를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직과 관리가 필요하며, 법적인 제도 개선과 육성책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각 지자체별 좋은 음식 개발을 위한 선의의 경쟁도 필요할 겁니다."

지난해 '안동음식대전'을 치렀고 이제 안동서 지어진 한국의 최고령 고조리서 중 한권인 김유의 '수운잡방'에 대한 브랜드 작업도 그녀의 화두다. 현재 전국 500여개소에서 안동을 상호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안동찜닭, 안동식혜, 안동간고등어, 안동 헛제사밥, 안동소주, 안동국수 등이 특히 '국민 먹거리'로 격상됐습니다.

전통음식에 죽고사는 이 계장, 안중근 시인의 한시 한 수를 패러디해서 읊조립니다.

'하루에 한번 김치(전통음식)를 먹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一日不食沈菜 口中生荊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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