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음식 韓流" 한식 세계화 현장을 가다 ] "음식이 藥이다" 경주의 약선 '신라이사금 요리'

  • 입력   |  수정 2009-08-20  |  발행일 2009-08-20 제면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 내 천마총 같은 식당 '라선재'
신라음식 개발보급 기지로 세계의 입·건강 유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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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선은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통한 장수를 그 목적으로 두는 일종의 '한방임상응용식사요법'이다. 사진은 경주 라선재의 대표식인 신라이사금요리 기본 한약재들이다.

약선요리가 뭐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음식을 약처럼 만들어 준다는 식당이 생겨났다.

이른바 '약선 전문식당'이다. 여기는 300여년 된 중국 최대 제약회사 베이징의 동인당(同仁堂)처럼 손님의 체질과 생일 등을 감안해 '약 같은 요리'를 지어준다. 입에 맞는 음식을 내는 게 아니라 몸에 맞는 요리를 준다. 하지만 아직 임상실험 사례 미비, 일반 의사와 식품영양학자들의 부정적 시각 등으로 인해 약선 관계자들만의 약선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한의대 김미림 한방식품조리영양학부 교수는 약선을 이렇게 정의한다.

"약선은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을 통한 장수에 그 목적을 두는 일종의 '한방 임상응용 식사요법'이다. 동양의학적인 기초이론을 바탕으로 식품의 특성을 구분하고 동양의학적인 처방의 원리에 맞도록 배합한 것이다. 서양에서 말하는 5대영양소의 배합 비에 따른 구분과는 달리 식재료의 특성을 온도에 따른 '사성(四性)'과 맛에 따른 '오미(五味)'로 구분하고, 음식을 만들 때 인체 음양의 상대적 평형과 오행의 운행 조화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현대의 약선은 동·서양의 학문적 접목에 의한 이론(영양소 배합비와 기능성 및 한방학적 의미)이 모두 적용되어야 하므로 관련 학문을 전공한 전문가들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히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과는 차이가 있다. 약선이라 하여 반드시 한약재가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며 약재와 식재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 한국 약선요리의 지나온 길

약선은 영어로 'Medicine Cuisine'.

80년대만 해도 국내에선 '약선'이란 용어는 없었다.

맨 먼저 약선문화를 국내에 소개한 건 한의사 안문생씨(58). 그는 91년 5월 일본 어혈학회 오사카학회에서 약선을 처음 접하고 동년 12월 베이징에 체류하면서 본격적인 자료 수집을 시작하였다. 94년 1개월씩 세 차례에 걸쳐 촬영 팀과 함께 양쯔강 유역, 황허 유역, 그리고 실크로드를 따라 가면서 각 지역 약선문화를 방송용 카메라에 담아 SBS를 통하여 1년간 방영했다. 그해 5월 무주리조트에서 제1회 국제양생학회가 열린다. 그 자리에 참석한 양생학자들에게 '한국형 약선 요리'를 선보인다. 안씨는 2005년 9월부터 명지대 산업대학원에 약선학 석사과정을 도입한다.

이에 앞서 98년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홍룡사 아랫마을에 '죽림산방'이란 생약음식 전문 식당이 생긴다. 그 식당의 주인 권민경씨는 2004년 약선 전문가 차은정씨의 요청으로 영산대에 약선학과를 개설한다. 국내 첫 대학 내 약선학과다.

학과가 생긴 그 해 11월 부산 해운대 벡스코 3층에서 아주 흥미로운 학술대회가 열린다. 국내에선 첫 약선 관련 학술 심포지엄이었다. 약선의 이론과 실제를 기초로 각 나라와 민족이 갖고 있는 식문화를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가톨릭 의과대 김동명 교수, 함소아의학연구소 박찬국 소장, 한국생약협회 엄경섭 회장, 한방전통음식연구가 권민경씨, 일본 본초약선학원 신교 히로시 원장, 중국 베이징 동인당 유한공사 장징(張靜) 부사장이 참석했다. 그 해 죽림산방은 약선전문 한식당으로 거듭난다. 8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마당가든'으로 시작한 고메홈도 한국전통약선한정식 레스토랑으로 변신한다. 약선연구가 양만호씨도 약선 전문 식당을 연다. 차은정씨는 훗날 영산대 약선학과장을 지내고 뒤에 경주로 들어와 경주시의 용역을 받아 '신라 이사금요리'를 개발했고 재차 지난해 경주관광개발공사 옆에 (사)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를 개교하고 지난 5월에는 약선 전문 한식당 라선재(羅膳齋)까지 연다. 차 교장은 아직 연구된 바가 없는 신라 음식의 주 식재료를 찾기 위해 고조리서를 뒤지고 있다.

◆약선사관학교인 한국역사음식문화학교

경주시는 신라의 음식을 세계화시키기 위해 '신라이사금 요리'를 개발했다.

시는 역사문화관광도시에 걸맞은 식문화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에 '신라역사문화음식모델 개발 용역'을 의뢰했다. 시는 용역 결과에 따라 '신라이사금' 상차림을 브랜드화해 한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왕권을 계승해온 신라의 본고장 경주를 한국음식문화의 메카로 자리매김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일품요리(양생탕, 시면, 남새골동반), 코스요리(신라 이사금상), 신라역사문화음식 식기인 놋그릇(합, 대접, 접시, 잔, 수저 등), 발효식품(웰빙식품)인 뽕잎장아찌, 효소된장, 포(사슴고기) 등의 시식회를 가진 바 있다.

신라이사금요리 전파 공간은 '약선사관학교'로 불리는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 내에 있는 라선재. 꼭 분위기가 '천마총'같다.

아직 VIP급 인사들이 많이 이용하고 일반에는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일단 담장 안으로 들어오면 넓은 잔디밭과 신라 때 기와집 같은 라선재 본관 동이 보인다. 안에 대형홀과 작은 룸, 그리고 옆에 수강생들이 수업을 하는 요리강습실이 있다. 수강생이 요리사로 기용되기도 한다.

지난 7월15~17일 국제교류재단에서 라선재에 귀한 손님을 모시고 갔다. 세계 39개국 고교 교사를 초청한 것.

그날 풀코스 요리는 이렇다. 경주 암곡, 언양 등에서 나오는 개암으로 만든 죽이 맨 먼저 나온다. 인삼소스를 곁들인 겨자채와 고사리와 들깨가 섞여진 임자증, 다음 나오는 게 가장 화제의 음식인 돈과채(豚果菜). 돼지 사태를 삼백초, 오가피, 우슬, 겨우살이, 토봉령, 죽여 등으로 달여낸 물에 익힌 것이다. 다음은 산야초 튀김와 어록구이가 나온다. 어록구이는 사슴고기와 황태를 합친 먹을거리인데 신라 때 경주의 대표적 진상품에 황태가 포함된 데 착안했다. 사슴도 일반 사슴 대신 보리 등겨와 비지를 먹여 키운 걸 사용하는데 이 사슴고기에 황태를 붙여 불고기 양념을 올리고 찹쌀풀로 감싼다. 다음엔 신라골동반이 나온다. 일명 '약선 비빔밥'이다. (054)771-6005



■ 신라이사금요리 풀코스 예

개암죽 →인삼소스 겨자채→임자증(들깨가 곁들여진 고사리)→돈과채(한약재 달인 물에 익힌 돼지사태) →산야초 튀김→어록구이(사슴고기에 황태를 붙여 불고기 양념을 올리고 찹쌀풀로 감싼 것) →신라골동반(약선 비빔밥)→디저트(살구 냉·온차 등)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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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의 용역을 받아 (사)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가 개발한 신라이사금요리 한상차림. 맨아래 가운데 음식은 일명 신라비빔밥으로 불리는 '약선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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