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지역 영양교사들 '인스턴트 식단' 과의 전쟁 선포

  • 입력 2010-01-15   |  발행일 2010-01-15 제43면   |  수정 2010-01-15
김치·된장 외면하는 아이들 늘면서
영양교사, 친환경웰빙 약선식 강추
도교육청 권유로 약선연수도 받아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지역 영양교사들
경주 보문단지 내 한국역사음식문화학교 차은정 교장이 차린 약선을 주제로 한 이사금 요리.

◇…식품첨가제 얼마나 나쁜가

식품첨가제는 몸에 얼마나 나쁠까요?

정확한 건 신(神)만이 압니다. 인체구조상 길게는 수십년만에 특정 첨가제의 후유증이 발현되는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식품공전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법정첨가제는 여느 식품과 동일시됩니다. 다국적기업방식으로 대량 유통되는 가공식품은 재료를 장기 유통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0여종 이상의 첨가제를 넣어야 유통산업이 존속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국가가 특정 첨가제의 유해성을 알기 위해 최소 30년 이상 임상실험을 추진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제약조건이 너무 많습니다. 특정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30년이상 첨가제 유해성에 대한 임상실험을 하고 싶지만 현재 예산회계법상 예산이 1년 단위로 끊어 지급되기 때문에 그런 '대동여지도'급 야심찬 사업은 국책사업으로 반영되기 힘듭니다. 의지가 있다면 독지가가 나서거나 시민들이 성금을 보내야 가능할 겁니다.

설령 30년짜리 임상실험이 가동되어도 더 골치 아픈 문제가 가로 막습니다. 바로 현대과학의 힘으로는 하루에 위로 들어가는 수백 가지가 넘는 각종 식재료 성분의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가 특정 장기와 어떤 함수관계를 갖게 되는 지를 동시다발적으로 풀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영양교사들도 약선식단에 눈독 들인다

연초 제게 두 통의 메일이 왔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차은정 한국역사문화음식학교장과 대구한의대 김미림 교수입니다. 두분다 지역에선 알아주는 '약선 전도사'이죠. 차 교장은 영양사를 대상으로 약선식단 직무연수를 했다는 내용이고 김 교수는 오는 22일 대구한의대 바이오센터에서 제1국제약선심포지엄을 개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국제양생약선요리경연대회도 대구한의대가 유치했다는 겁니다. 약령시의 도시, 대구가 점차 약선의 메카로 거듭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역사음식문화학교는 경주보문단지 내에 있습니다.

거기 가면 약선원리에 따라 경주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로 정갈하게 요리한 이사금 요리도 먹을 수 있죠. 그런데 차 교장이 이번 겨울에 참 의미로운 연찬회를 벌인 모양입니다. 요즘 초등학교 급식이 '친환경·유기농·로컬푸드 버전'으로 가기 위한 각종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정치권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인천은 초등학생들에게 무료로 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다 그럴 순 없습니다. 예산 때문이죠. 이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경북도교육청이 대구경북영양사회의 요청을 받아 이번 겨울에 8일간 32시간 약선연수를 받게한 겁니다.

골자는 학교급식에 약선 마인드를 심으면 더 나을 것 같다는 겁니다. 차 교장은 학교에서 자주 내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면류, 수산물, 채소류, 어패류 별 대량요리에 어울리는 약초 고르는 법, 주재료와 궁합이 맞는 약초를 사용했을 때 기존음식의 맛과 향, 질감이 어떻게 다른 지 확인하기, 약초양념 등을 가르쳤습니다.

차 교장은 "패스트푸드에 주로 사용하는 케첩이나 마요네즈, 치즈 등 서양식 소스류에 맛이 길들어져 있는 요즘 청소년들이 우리 전통음식을 기피하고 학교급식에서 제공되는 발효식품과 김치는 아예 먹지 않고 빼버리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학교급식 식생활개선을 위해 약선식단으로 청소년 면역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로 연수내용을 짰다"고 말합니다.



◇…아이에게 참 음식먹는 교육 절실

참고로 이젠 '영양사'란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젠 영양교사(교사2급)로 불리며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교육부 소속입니다. 하여튼 체질에 맞고 계절에 맞는 신토불이 먹을거리를 우리 아이들이 많이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약선직무연수의 산파역은 대구경북영양사회 배인숙 회장입니다. 그녀는 늘 약선음식과 학교급식을 어떻게 접목할까를 놓고 고민하는 약선연구가입니다. 배 회장은 200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학교급식에서의 약선음식 도입'이란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배 회장은 "학교급식에 약선을 도입한다는 것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 같은 약선이 아니라 아이들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라고 말합니다.

2000년부터 우리 영양교사들도 웰빙버전으로 마인드를 바꿉니다. 튀김요리, 인스턴트 가공식품 등을 자제하자. 우수농산물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자. 발효식품 안 좋아하는 아이 위해 안 매운 김치 개발하기 등입니다.

하지만 현재 교장 재량이기 때문에 학교마다 학생들 음식마인드 제고를 위한 의무교육프로그램은 없습니다. 교장이 시기상조라 여기면 영양교사가 하고 싶어도 실천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차기 교육감이 누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스턴트에 거의 노출된 청소년들의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를 위한 새로운 지침을 마련해야 될 겁니다. 일본은 2003년 국민건강교육법을 제정했습니다. 우리도 자극받은 듯 한나라당 송숙미 의원이 발의한 '국민영양기본법'이 국회를 거쳐 현재 법제처에 계류중이고 작년엔 농수산식품부에서 식생활교육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젠 우리식단을 위한 독립군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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