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 블로그] '행복한 막창' 꽁지머리 장용화씨

  • 입력 2011-02-11   |  발행일 2011-02-11 제41면   |  수정 2011-02-11
"음지의 막창, 양지로 올려놓았더니 여성과 가족 단위 손님 부쩍 느네요"
'대형 막창집' 시대 개막…테라스석을 특화시키고 연기없는 무연불판 내놔
[이춘호기자의 푸드 블로그]

당신은 막창파인가 곱창파인가.

조사한 팩트는 아니지만 기자의 감으로 곱창파들이 소주에 더 강하다고 본다. 막창은 잘 씹히고, 의외로 단면적이 좁은 곱창은 상대적으로 더 쫄깃하면서 오래 씹힌다. 그래서 중독성도 더 하고 술도 더 당긴다.

서울권은 곱창, 대구는 막창이 더 강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내장요리는 대구권이 메카였다. 타도시로는 별로 번져가지 못했다. 불결한 음식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대구서도 대중적으로 번진 것은 90년대 들면서부터. 부유한 층에서는 막곱창보다 소양 요리를 더 즐겼다. 내장요리는 삼겹살이 본격화되기 전 일용직 근로자들의 위안 중 하나였다. 대구는 소스에 청양고추가 팍팍 들어가야만 제격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대구발 막곱창이 서울 중심부를 점차 가열시키고 있다. 서울에서는 흥미롭게도 된장이 들어간 양념장 대신 콩가루에 찍어먹는다. 얼얼한 소스를 맛보기 위해 수도권 막곱창 순례객들이 '성지순례'하듯이 대구로 오고 있다.

과연 이 음식은 불결한 걸까. 그건 잡내를 잡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하이타이와 같은 공업용 세척제를 사용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이는 와전된 것이다. 그런 세척제로는 막곱창 불패신화를 일궈낼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밀가루와 왕소금만 갖고도 얼마든지 말끔하게 세척이 가능하다. 밀가루가 고강력 세척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멀리서보면 꼭 분말세척제로 보인다. 그래서 하이타이 투입설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과연 지금도 그런 집이 있을까. 글쎄, 기자는 단 한 집도 없다고 본다. 보는 눈이 몇 개인데.

경북대 북문 근처 복현동오거리, 서구 내당동 네당네거리, 서부정류장, 서구 원대동 복개천, 중리동 퀸스로드, 수성구 두산동, 남구 안지랑시장, 달서구 상인동 상화로 일대…. 대구 곳곳에 막곱창 골목이 10군데가 넘는다. 골목 안까지 합치면 부산의 돼지국밥만큼 많이 퍼져있을 것이다. 이들 중 안지랑시장과 중리시장은 곱창요리가 더 강세를 보이며, 나머지는 막창군이다. 양념이 가미될 경우 막창보다 곱창이 더욱 먹음직스러워진다.

아직 대구는 막창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막창 대중화의 선두주자는 (주)달구지 푸드다. 93년 달서구 백조아파트 근처에서 시작한 대동막창을 모태로 2002년 전국 150개 가맹점을 확보하는 등 비약적 발전을 도모했다. 훈제 막창은 물론, 즉석에서 구워먹을 수 있게 진공포장용 막창도 유통했다. 2008년에는 전국 브랜드 만원의 행복도 내놨다.

대구 막창의 첫단추로 불리는 영남이공대 맞은편 황금막창은 지금도 연탄불만 고집한다. 뒤이은 상동 소막창, 서울막창, 아리조나, 마루, 최근에는 반야월 막창이 거세게 세몰이를 하고 있다. 10년전 황금네거리 근처에서 태어난 부자막창은 불탄 걸 싫어하는 젊은이를 위해 5년전부터 TBC 대구방송 뒤편으로 이전해 불에 타지 않는 수정불판까지 출시했다.

현재 대구의 막곱창 흐름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 달서구 진천동에서 2008년'행복한 막창'이란 브랜드로 급부상중인 꽁지머리 장용화씨를 들안길 점(2009년 오픈)에서 만났다. 현재 8개 직영·가맹점이 있다.


■장용화씨 일문일답


◆막창과 행복이 만났다

-막창과 행복이란 결합이 재밌어 보인다.

"막창을 먹으면서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 상호에 '행복'이란 단어를 넣었다."


-원래 시민운동 등에 관심이 많은 분인 줄 아는데 어떻게 이쪽으로 오게 됐는가.

"난 대구가 고향이 아니다.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나와 서울의 외식업체에 근무하다가 15년전에 대구로 내려와 들안길 봉창이 칼국수의 총매니저로 일했다. 그런데 대구의 칼국수가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계층이 다 좋아하는 막창 요리에 승부를 걸었다."


-막창집,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맛보다 마케팅전략, 서비스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구가 막창에 사족을 못쓰고 있지만 성공하기도 그만큼 어려울 것 같다.

"맛은 거의 차이가 없다. 관건 중 하나는 '막창 부드럽게 하기'인데 현재로서는 키위즙이 가장 좋은 연육제인 것 같다."


-진천동 본점의 성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5년 계약으로 들어왔는데, 막창업을 하고 있는 집주인도 외면한 장소였다. 다들 6개월 내에 망한다고 전망했다. 나도 3억원 이상 투자를 했는데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막창집에 등장한 테라스과 별실

-타 업소와 다른 게 뭔가 있었을 것 같다.

"있다. 일단 다른 업소에 비해 규모가 크다. 396㎡(120평)에 테이블 수가 45개, 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별실을 각각 만들었다. 또한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테라스 공간도 특화시켰다. 입구에 들어오면 테이블 15개가 있는 테라스가 손님을 유혹한다. 여름에는 다들 번호표 들고 그 자리를 노린다. 나는 막창을 위해 꽁지머리 스타일을 연출했고, 텁수룩한 이미지를 캐리커처화 해서 상표화했다. 무엇보다 연기없는 레스토랑 같은 막창집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대화에 방해되는 집연기를 없애고 대신 막창이 타서 연기를 피우지 않는, 특허받은 50여만원 상당의 무연불판을 도입했다. 일반 불판은 문제가 있다. 겉과 속이 비슷한 속도로 익지 않는다. 겉이 타기 시작해도 속은 익지 않았다. 그런 건 대개 질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이 대류되는 무연불판을 도입했다. 개업식도 없앴으며, 전단도 돌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첫날부터 사람이 바글거렸다. 복인지 내 능력이었는지 아직은 판단이 안 선다."


-주 고객층은 어떤가.

"본점의 경우 여성 고객이 절대적으로 많고 가족손님층도 두텁다. 새로운 흐름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요즘 막창집은 젊은이와 여성들이 들끓어야만 흥한다."


-고기는 어떻게 장만하는가.

"주인이 모든 걸 다 장만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가공업체들을 활용하면 된다. 나는 소스와 막창을 OEM 방식으로 받아 쓴다. 소스의 경우 일반 업소와 달리, 쌈장을 사용한다. 소스는 전자저울로 표준화 해서 사용한다."


-요즘 '막창세태'를 말해줄 수 있는가.

"진천동 본점의 경우 낮 12시에 오픈하자마자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들이 주고객이며 남편이 퇴근하기 바로 직전까지 소주를 곁들여 먹는다. 여성파워가 이렇게 세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20~30대는 남편 흉을 덜 보는데 40~50대는 남편 흉이 막창보다 더 맛있는(?) 안주인 것 같더라."


◆막창집 주인의 근성은

-막창집 주인에게 필요한 근성이 있을 것 같다.

"요즘 대구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하는데 이 일을 하다보면 정말 절감한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고, 명퇴 직후의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하고, 친구한테 배신이나 사기를 당하고, 자식한테 푸대접 받은 이들에게 막창은 최대의 위안인 것 같더라. 혼자 와서 구석에서 고개 숙이고 막창 먹는 손님이 계시면 슬그머니 다가가 대작도 하면서 술친구가 돼준다. 그때는 세상 사는 맛을 좀 느낀다고나 할까."


-왜 1급지 네거리 모퉁이에는 막창집이 없는가.

"아직 상당수 막창집은 영세하다. 사업의 성패는 일단은 길목에서 날 것 같다. 최근 동성로 야시골목 네거리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66㎡짜리인데 권리금 1억원, 월 임차료가 260만원이라서 두말없이 손을 번쩍 들었다. 처음은 대규모로 가려고 있는데 이젠 소형 점포를 공략하려고 한다."


장씨는 요즘 웰빙막창문화를 위해 발효음식과 효소를 배우고 있다. 한양대와 경북대 외식경영자과정을 나왔다. 허락이 된다면 통념을 깨는, 정말 깨끗한 자장면집도 만들어 볼 심산이다. 아직 상당수 서울 사람들은 대구의 막창 소스를 '수프'인 줄 안다. 대구는 현재 포화상태다. 대구발 막곱창 브랜드가 수도권을 확실하게 공략했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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