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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뭉티기 |
(1) 뭉티기=보통 훈제 연어 말이 등으로 많이 나오는데 소 우둔살에서 나온 뭉티기는 자칫 너무 크고, 힘줄을 잘 제거하지 않을 경우 오래 씹어야 하고, 나중에 심이 남을 수 있는 게 폐단이다. 뭉티기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무순이나 아스파라거스, 부추 등 적절한 채소 및 과일을 곁들이면 식감을 더욱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뭉티기는 매콤한 고춧가루와 빻은 마늘을 참기름으로 감싼 양념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 소스를 접시 위에 까는 것도 좋지만 외국인들에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많은 대구사람들은 외국인들이 뭉티기에 대해 혐오감을 느낄 것이라고 걱정을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유럽에서는 아주 대중적인 메뉴다. 쇠고기말고도 타조, 양, 생선 등도 날 것으로 먹는다. 번데기의 경우 유럽에선 낯설고 남아프리카인들에게 어필된다. 뭉티기를 라이스 페이퍼로 변형, 롤 버전으로 편곡하거나 스시 형태로 변주해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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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따로국밥 |
(2) 따로국밥=대구육개장이란 이름으로 나오는데 이날은 수프용으로 나왔다. 무와 파만으로 제대로 된 양식 느낌이 나지 않을 것 같아 4~5㎝ 칼국수를 집어 넣었다. 야채수프 느낌이 나서 괜찮다는 기분이다. 뚝배기에 담겨져 나왔던 기존의 따로국밥이 아주 모던해지는 순간이다. 그릇 하나가 바뀌었는데 확실히 달라져 보인다. 그날 칼국수 길이가 너무 짧은 것 같았다. 1~2㎝ 더 길어도 무방할 것 같았다. 매운 버전과 맵지 않은 두 개 정도는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식감은 으깬 선지도 좋은데 들어갈 경우 양지와 사태살 중 어느 걸 사용하는지도 결정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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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빵 |
(3) 빵=이날 오징어 먹물로 만든 오징어 빵은 곁에 단 팥소가 너무 많고 이밖에 감자가 들어간 고로케 등 전반적으로 전채보다는 후식의 단빵 같았다. 전채로 오려면 바게트 같은 하드롤 스타일을 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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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복불고기 |
(4) 복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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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무침회 |
(5) 무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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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동인동찜갈비 |
(6) 동인동찜갈비=스테이크 대용으로 메인 메뉴로 나오는데, 동인동 특유의 양념 맛을 내려면 스테이크 요리보다 두 배는 더 공력을 들여야 제 맛이 나온다. 잘 못 하면 스테이크 먹는 게 더 낫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날 막창도 옆에 냈는데 온기가 없었다. 신선로형 워머 위에 올려놓고 온기를 유지해야 식감이 줄지 않을 것 같다. 막창을 찜갈비에 붙이기보다 간 같을 걸 넣고 순대처럼 만들어 튀긴 뒤 슬라이스 해 막창돈가스 버전으로 변형시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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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납작만두 |
막장의 석탄.
이게 불로 피어나기까지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향토음식도 마찬가지다. 향토음식이 타지에 강력하게 알려지려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된다. 그냥 우리 지역 음식이 맛있으니 먹으러 오라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이 없다. 맛있고 멋있는 음식이 흘러넘친다. 탁월한 음식, 경이로운 음식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
농업기술센터 생활개선과 등이 특산물을 갖고 그 지역만의 신메뉴를 개발한다. 하지만 알리는 과정에 다들 좌절한다. 그래서 ‘푸드스토리텔링 마케팅(Foodstorytelling marketing)’을 제안한다. 스토리텔링은 대중화됐지만 아직 ‘푸드스토리텔링’은 생소한 개념이다.
◆ 전국이 푸드스토리텔링에 목매다
전주는 ‘전주10미’, 광주는 ‘광주5미’, 목포는 ‘목포5미’, 대구도 ‘대구10미(이하 10미)’를 스토리텔링 마케팅차원에서 홍보를 하고 있다. ‘숫자마케팅’의 연장이다.
전주10미는 황포묵·콩나물·열무·애호박·모래무지·민물 게·무·미나리·파라시(팔월에 수확한 감)·서초(西草·잎담배), 대구10미는 따로국밥·동인동찜갈비·납작만두·무침회·누름국수·뭉티기(쇠고기 육사시미)·복불고기·야키우동·논메기매운탕·막곱창, 광주5미는 무등산보리밥·한정식·오리탕·김치·송정떡갈비, 목포5미는 민어·갈치·꽃게·낙지·홍어다.
최근에는 DMZ관광홍보를 위해 ‘DMZ10미’도 만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선정한 비무장지대(DMZ) 일원 10개 시군별 가볼 만한 10곳과 먹거리 10가지를 대상으로 ‘DMZ10경10미’ 관광상품을 내놓았다. 이는 해당 지역의 현지 주민, 대표 음식문화를 접목한 1박2일 또는 2박3일 종합투어프로그램이다. 10미로 꼽힌 음식은 강화 젓국갈비, 연천 민물매운탕, 고성 물회 등이다.
푸드스토리텔링을 멋지게 꽃 피우려면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파워블로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마케팅전문가·푸드스타일리스트·컬러전문가·식기전문가·테이블전문가·조명전문가는 물론, 심지어 카피라이터 등도 필요하다. 또한 한국관광공사·국내 외교사절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주물러야 한다.
때로는 ‘스크린마케팅’으로 의외의 대박을 낼 수 있다. 또한 ‘스타마케팅’도 여전히 유효하다. ‘1박2일’팀이 왔다거나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와 10미를 연결해도 통한다. 만약에 서울 학전소극장 김민기 대표가 10미로 뮤지컬을 만들거나, 신성일씨가 10미 홍보대사로 나서면 효과가 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연극과 뮤지컬, 영화, 그림, 조각을 만들어도 괜찮다. 10미 티셔츠를 만들어 각종 축제 때 흘려도 좋을 것이다.
아트 디렉터를 통해 토털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하고 이것을 지역 언론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받아주고 오피니언 리더를 움직여야 한다. 이 테크닉은 한 가지 콘텐츠를 갖고 여러가지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인 ‘원소스멀티유저(One source multi user) 마케터’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식품을 띄우기 위한 단발 자문회의, 단발 용역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 10미 마케팅 어디까지 왔나
대구시는 2006년 10미위원회를 통해 따로국밥·동인동찜갈비·막창·누름국수·뭉티기·복불고기·야키우동·논메기매운탕·무침회·납작만두를 엄선했다. 올해 11회를 맞는 대구국제음식관광박람회의 전국적 인지도가 당시 그다지 높지 않은 걸 감지한 대구시가 더욱 예리한 푸드마케팅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하지만 10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다. 술안주로 더 어울린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만찬 메뉴로는 뭔가 1% 부족하다 등 여러 지적의 말도 나왔다. 그렇지만 따지고보면 10미만큼 대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먹거리도 없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는 2007년부터 ‘대찬맛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대구를 벗어나 서울로 입성했다.
서울역 KTX도착 출입문 앞에 ‘대찬맛’이란 로고가 찍힌 광고탑도 세웠다. 올해는 서울역 KTX 2층 손님 맞이방에 LED 전광판을 달았다. 10미 중 5가지(육개장·찜갈비·뭉티기·막창·납작만두)를 홍보하고 있다.
따로국밥과 동인동찜갈비 살리기 작전에 돌입한다. 김범일 대구시장도 시청 구내식당에서 이걸 맛보기도 했다. 대구보건대 안홍 교수 등을 중심으로 표준 레시피 개발에 들어갔다. 찜갈비의 경우 이를 담는 찌그러진 양은 냄비가 비위생적이고 혐오스럽다는 비판이 도마에 올랐다. 그래서 지난해 스테인리스스틸 용기를 개발, 업소에 돌리기도 했다.
때맞춰 2009년 <사>대구음식문화포럼, 이듬해 10월 대구경북미식가위원회가 10미를 띄우기 위해 투톱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동남아 라이온스대회 때 10미가 회원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외국인과 외지인들을 위한 ‘대구음식 정찬메뉴’를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납작만두를 이용한 샐러드, 팔공산 자연송이 콘소메, 동해안 생선요리, 청도홍시 셔벗, 선지와 후추로 맛을 낸 한우안심스테이크, 감포 멸치젓으로 맛을 낸 시저 샐러드, 사과를 곁들인 요거트 샤롯데, 커피와 떡 등 모두 여덟가지 코스 메뉴를 개발했다. 인터불고 차현식 조리부장 등 지역의 호텔 수석셰프들이 동참해 개발한 것이다. 기자도 지난해 여름 당시 노보텔 총주방장 루이스 설포테인에게 10미를 시식해 보고, 퓨전10미를 만들도록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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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코스화된 대구10미를 맛보고 코멘트를 해주기 위해 지난 13일 프린스호텔 커피숍에 모인 시식평가단. |
◆ 10미정찬 먹어보니
지난 13일 남구 대명동 프린스호텔에서 ‘10미정찬’을 풀코스식으로 내놓고 코멘트를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구경북미식가위원회가 주선했고 기자도 참석했다.
이틀 뒤 김범일 대구시장이 참석하는 10미정찬 시식회를 위한 전문가 모니터링 자리도 열렸다. 미식가위원회 회원인 최영준 대구공업대 교수, 안홍 대구보건대 교수, 김충호 영남이공대 교수 등이 10미정찬 메뉴 구성을 도와줬다. 이광수 프린스호텔 요리부장이 요리해 선을 보였다. 10미정찬은 난코스였다. 10가지 음식이 워낙 개성이 강한 탓이었다.
셰프에 따라 구성은 물론 맛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10미를 풀코스 양식으로 제시했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대다수 메뉴가 실제 10미 전문식당에서 맛본 음식의 질감과 풍미를 따라가지 못했다. 10미를 전혀 맛보지 못한 이들이 그걸 대구10미로 확신하게 될 우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미를 동시에 맛본다는 의미는 있지만 코스식으로 묶는 데에는 요리학적으로 한계를 보인 셈이다.
술안주로 어울리는 매운 메뉴가 무려 5가지(뭉티기·막창·동인동찜갈비·무침회·복불고기)나 된다. 이게 문제였다. 중화하는 ‘사이 메뉴’를 끼우지 않고 두 메뉴가 이어져 나오면 속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매운 맛을 감미롭게 만들면 식감이 떨어진다. 10미의 본질은 누름국수 정도만 제외하고는 모두 매운 것 일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번에 맛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게 분명하다. 절충점을 찾기가 참 어려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납작만두는 그 속 내용물을 달리하면 ‘대구식 라비올리(만두 모양의 파스타)’가 될 수 있고, 야키우동도 스파이시 스파게티로 각인될 수 있다. 누름국수도 매운 메뉴 사이에 잘 넣으면 균형을 이뤄줄 것 같았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는 원래 10미 스타일대로 갈 건지, 아니면 완전 퓨전 스타일로 갈 건지도 고민해야 된다. 미식가위원회에서는 일단 내국인을 대상으로 만들고 원형을 거의 유지하는 정찬으로 간다는 가이드라인을 잡았다.
일단 전채로 뭉티기, 이어 수프로는 육개장 칼국수, 다음에는 빵·복불고기·무침회, 본식에 앞서 조금 부대끼는 속을 다스려주는 동치미 슬러시를 내고, 이어 막창을 곁들인 동인동찜갈비, 후식으로 유자청 곁들인 절편과 산수유차를 내기로 조율했다.
누름국수는 육개장 칼국수에 포함됐고, 칼국수가 육개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야키우동은 뺐다. 논메기매운탕은 비린내 때문에 제외됐지만,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제공될 수 있다.
미식가위원회는 일단 10미정찬을 양식 스타일에 이어 오는 5월에는 대구한의대 한방식품조리영양학부 김미림·최미애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한식 스타일, 계속해 일식 버전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답을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계속 실험을 해보면서 가장 대중적인 스타일을 찾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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