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19금 영화’의 매력에 빠졌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한국영화 네 편 모두가 ‘19금 영화’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절찬리에 상영 중인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이하 ‘간기남’)와 ‘은교’는 물론, 개봉을 앞두고 있는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 ‘돈의 맛’ 등이 섹스와 노출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단순히 ‘벗는 영화’로 치부되는 것을 경계한다. 극 중에 등장하는 섹스와 노출은 캐릭터간의 갈등을 예고하는 장치이자, 정서적 클라이맥스를 제공하는 도구로 사용돼 사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끈한 노출 열풍의 중심에 있는 여배우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관심은 높은 편. 남성뿐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자리한 그녀들을 만나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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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교’ 김고은 |
◆‘은교’의 김고은
“노출장면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뜨거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사건을 만들어주는 흐름의 한 고리였을 뿐이라고 생각하니까, 그것에 대해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최근 충무로의 가장 핫한 여배우로 꼽힌 ‘은교’의 김고은이 한 말이다.
극 중 은교는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과 묘한 관능미를 지닌 소녀로, 기복이 큰 감정연기에서부터 파격적인 노출까지 신인 여배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묵직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김고은은 영화 데뷔작에서 박해일의 상대역을 거머쥐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뛰어난 심미안을 발휘한 정지우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데뷔와 동시에, 대어급 신인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정지우 감독은 오디션을 통해 300여명의 은교 후보를 만났고, 본인이 상상했던 은교의 이미지와 거의 일치하는 김고은을 한눈에 알아봤다.
김고은은 “감독님이 최악의 상황만 생각하자고 했다. 영화가 잘 되면 빛을 볼 수 있지만, 안되면 그냥 ‘노출한 배우’로만 기억될 거라고 해서 너무 무섭고 막연했다. 이런 마음을 붙잡고 갔기 때문에 ‘은교’를 마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노출 연기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거나 엉덩이로 이름을 쓰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 덕분에 ‘은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물량공세 속에서도 개봉 첫 주만에 60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 중이다. 게다가 김고은은 벌써부터 ‘제2의 전도연’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간기남’의 박시연
화려하고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매력적인 박시연은 ‘간기남’을 통해 자신의 섹시함과 치명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박시연은 그런 자신의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영화 포스터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냈다. 올인원 수트를 입고 묘한 자세로 앉아 있는가 하면, 섹시한 가슴라인과 전라 뒤태를 전시하며 단숨에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만 해도 박시연의 노출 사실은 일체 비밀이었다. 그녀가 이례적으로 매체와의 인터뷰를 시사회에 앞서 잡은 것도 그런 이유다. ‘간기남’의 홍보를 맡았던 더홀릭 컴퍼니의 김시내 팀장은 “지난해 11월 결혼한 박시연이 데뷔 이후 가장 파격적인 노출연기를 선보였다는 점 때문에 조금은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사실 박시연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만 해도 이런 과감한 노출신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로서의 열정과 욕심 때문이었다. 2005년 데뷔 이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박시연으로서는 일대 전환점이 필요했을 터. 그런 점에서 ‘간기남’은 그녀가 진정한 연기자로 도약하기 위한 훌륭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극중 박시연은 내면에 깊은 슬픔을 지닌 수진으로 분해 자신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청순함과 섹시함을 오가는 이중적인 매력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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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궁: 제왕의 첩’ 조여정 |
◆‘후궁: 제왕의 첩’의 조여정
‘방자전’으로 재미를 본 조여정 역시 ‘후궁’에서 또 한 번 강도높은 에로티시즘을 선보인다. ‘후궁’은 사랑에 미치고, 복수에 미치고, 권력에 미치고,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 광기의 정사(政事)를 그린 에로틱 궁중사극이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의 김대승 감독이 6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 작품은 일찌감치 19금 판정을 받고 예고편과 포스터마저 심의가 반려돼 노출 수위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조여정이 또 벗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김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에서 평단의 기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김대승 감독은 이번 영화의 화두는 ‘욕망’이라고 정의하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노출에 대해서도 “노출 수위나 베드신 자체도 굉장히 강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의 베드신은 감정신이었고,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며 “여배우의 노출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된 자세”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여정은 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변해야 했던 화연으로 분해 관능적인 매력과 슬픈 눈빛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굉장하다는 생각과 함께 무조건 출연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관객이 눈을 보고 캐릭터의 생각을 알 수 있도록 눈 속에 진실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돈의 맛’의 윤여정과 김효진
‘돈의 맛’은 섹스와 기득권에 대한 이야기다. 2010년 국내외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하녀’를 제작한 임상수 감독의 야심작이다. ‘돈의 맛’ 역시, ‘후궁’처럼 성인버전 19금 예고편은 아슬아슬한 수위로 심의에서 두 번이나 반려됐다.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한 ‘돈의 맛’은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숨겨진 진실과 인간 본연의 섹스와 돈에 대한 욕망, 사랑, 증오 등 다양한 감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임상수 감독은 그간 TV드라마를 통해 어머니로 이미지를 굳힌 윤여정을 젊은 육체를 탐한 탐욕적인 재벌가의 안주인 백금옥 여사로 변신시킨 데 이어, 김효진을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이미지의 윤나미 역으로 포장했다. 특히 임상수 감독 특유의 섹스와 돈에 대한 노골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은 이번 영화를 통해 더욱 세련되고 깊어졌다.
특히 김강우와 김효진의 서로에 대한 욕정, 김강우에 대한 윤여정의 탐욕의 감정은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하녀’에도 출연해 속옷 차림으로 열연을 펼쳤던 윤여정은 더욱 농도 짙은 노출연기에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여정은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베드신이 참 힘들었다”며 “매우 곤혹스러웠고, 베드신을 찍는 날은 마치 시합장에 나가는 선수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배우 유지태와 결혼한 김효진 역시, 고상하고 쿨한 재벌2세답게 자신의 욕망을 망설임 없이 표현하는 당당함을 보여준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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