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10)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뺑 드 깜빠뉴’ 박영태 오너셰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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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8-17   |  발행일 2012-08-17 제42면   |  수정 2012-08-17
국내외 책 1400권 독파, 32년 제빵인생 중 30년 빵 본질 탐구에 바쳐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10)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뺑 드 깜빠뉴’ 박영태 오너셰프
우리밀·찹쌀 등 국내산 친환경 곡식이 든 유리병을 자식처럼 품고 있는 박영태 셰프.
■ ‘대한민국 제빵의 전설’ 김충복 선생에게서 배우다

그는 오른쪽 다리수술 후 입원 중이었다.

깁스도 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가 중요하니 굳이 자기 빵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빵 만드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본 모양이다. 대구시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입구에 있는 ‘뺑 드 깜빠뉴(시골빵집)’ 출입구 옆 벤취에 그는 잘 숙성된 식빵처럼 앉아 있었다.

기자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이 집의 만만치 않은 인기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10)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뺑 드 깜빠뉴’ 박영태 오너셰프
밀을 가는 소형제분기.
‘정체불명의 식재료는 절대 거부하고 유기농·친환경, 게다가 특허출원된 콩유산균 발효종으로 빵을 만들어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한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푸드블로거 사이에 확산중이었다. 스튜어디스 미소 못지않은 자상한 미소로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그의 아내가 “우리는 남은 빵은 재고로 안남기고 그날 모두 필요한 곳에 나눠준다”고 했을 때 색다른 직감을 받았다. 직접 밀가루를 갈아 사용하기 위해 일본에서 소형 목제 제분기를 수입했고, 5천만원대의 독일제 돌오븐기 미베까지 갖고 있다고 해서 ‘빵집 주인을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뺑 드 깜빠뉴의 오너셰프 박영태(50).

그는 “빵은 나를 지키는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라고 했다. 그는 ‘맛있는 빵보다 건강한 빵이 더 귀하다’고 믿는다.

‘모두 맛있는 빵에 최면이 걸려 있기 때문에 건강에 안좋은 저급한 식재료가 우리의 혈관을 괴롭히고 있다’고 봤다. 건강한 빵은 재주가 아니라 ‘신념의 산물’이란다.

그는 ‘인복(人福)’이 남달랐다. 기술은 책에 있는 게 아니라 장인의 머리 속에 있다는 걸 알고 고수를 혈육처럼 섬겼다.

대한민국 제빵업계의 신화적 존재인 고(故) 김충복, 대한민국 생크림케이크의 돌풍을 일으킨 대구밀탑제과의 창업멤버였던 황일하, 화과자의 비밀을 고스란히 전수해준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제과점 ‘뿌아 부리에르’의 오너셰프 이치하라 마가누사가 모두 그의 사부였다.

32년 제빵인생 중 30년은 빵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쏟았다.

1999년 경주 황성동에서 랑꽁뜨레(프랑스어로 ‘만남’이란 뜻)를 열어 대박을 쳤다. 원래 95년 울산 서남동에서 독자적인 빵집 ‘파라로렐’을 열었는데, 아토피가 너무 심한 아이를 위해 공기 좋은 경주로 이사간다. 대구로 온 것은 일종의 진검승부였다. 서울서 내려온 공룡급 공장빵들이 대구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엄청 상했다. 한때 대구밀탑베이커리의 승부사였던 그는 ‘명품 골목빵집이 새로운 빵 시대의 견인차가 되어야 된다’고 믿고 경주 빵집을 후배한테 주고 대구로 올라왔다.

입지전적인 인물들이 그렇듯 어릴 때 그의 가계는 바닥권이었다. 동생을 받아내던 아는 산파 할매가 소년가장처럼 살아가는 그를 위해 제빵업계로 떠민다. 할매의 둘째 아들이 울산에서 빵집을 경영하고 있었다. 그곳 공장장의 추천으로 서울 김충복 사단에 들어간다.

거기서 대구밀탑베이커리의 신화를 이뤄 김충복 사단에 스카우트된 황일하를 만난다. 조선아케이드점 보조기술자로 들어온 박영태는 이후 김충복 사단에서 벗어나 1983년 대구밀탑에 입사한다. 대구밀탑은 런던·뉴욕·뉴델·맘모스 등 지역 토호급 빵집을 주눅들게 했다. 빵 나오는 시각을 입구에 공개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된 경영을 했다. 가스오븐 대신 전기오븐, 심지어 발효실까지 갖추었다. 또한 잠시 서울로 갔다가 88년 다시 대구로 와서 생크림케이크 시대를 개막시킨다.

현재 뺑 드 깜빠뉴는 대구에 세 곳(수변점·상인점·범어점)을 직영한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10)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뺑 드 깜빠뉴’ 박영태 오너셰프
모닝깜.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10)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뺑 드 깜빠뉴’ 박영태 오너셰프
월넛.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10)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 ‘뺑 드 깜빠뉴’ 박영태 오너셰프
주종단팥빵.

 

국내외 책 1400권 독파, 32년 제빵인생 중 30년 빵 본질 탐구에 바쳐

유기농·친환경 재료로 팥·밤 등 직접 손질해… 콩유산균발효종 특허도

목제 제분기·돌오븐기 일본·독일서 수입해와 당일생산 당일판매

“화학제·휘핑크림 쓰는 프랜차이즈가 대구 점령 너무 안타까워 오픈”


■ 박영태 셰프 일문일답

-경주 빵집도 잘 되는데 굳이 대구로 온 이유는 뭡니까.

“대구가 원래 윈도 베이커리 전통이 깊은 곳이죠. 그런데 정형화된 프랜차이즈 빵집이 대구를 좌지우지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입니다.”

-개업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2009년 12월 오픈전 채 경력 2년도 안되는 애숭이를 데리고 오픈 준비를 했습니다. 1달간 하루 80ℓ드럼 3개 분량의 빵을 내버리면서 팀워크를 조정했습니다. 어떤 분이 ‘빵을 버리지말고 자기한테 주면 안되냐’고 했을 때 저는 ‘제대로 되지 않은 빵은 절대 남에게 먹일 수가 없다’고 보고 버린 빵을 가져가지 못하게 물을 부어놓았습니다. 도예가가 흠집있는 작품이 아까워도 모두 부수는 것과 진배없죠.”

-현재 깜빠뉴가 다른 제과점에서 전혀 시도하지 않은 경영 기법은.

“재료가 남다르다고 자부합니다. 국산 팥을 직접 끓여서 앙금을 만들고, 오미자·복분자·딸기·매실 등을 재워서 사용하고 밤도 직접 끓여 사용합니다. 인공향료와 냉동 제품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향이 못할 수도 있지만, 건강하다는 믿음 하나로 고수하죠. 재고관리도 좀 특별납니다. 빵 종류는 당일생산 당일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남은 빵은 다음날 재사용하지 않고 푸드뱅크를 통하여 기부합니다.”

-새로운 식재료 발굴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죠.

“불어는 잘 모르지만 매월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월간지 ‘라 듀날드 파티쉐리’를 보면서 재료에 관한 이론이나 신제품 정보도 얻고 있습니다. 한때 일본의 교보문고와 같은 기노쿠니아에 가서 닥치는대로 일본요리원서를 사갖고 왔어요. 현재 외국원서 800여권, 국내 제빵 관련서 600여권을 갖고 있습니다.”

-특허출원한 콩유산균 발효종이란 어떤 거죠.

“원래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위해 고민하다가 개발하게 됐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콩유산균은 ‘소이팜’이란 제품으로 순식물성 단백질 식품 대두를 발효시켜 만든 콩유산균을 액체상태로 만든 콩유산균과 분말상태로 만든 파우더 제품이 있습니다. 콩유산균 이용 테스트 결과 제품 만들기에는 섭씨 35℃, 18시간 발효가 가장 적합한 것 같습니다. 식빵 1g당 모두 4천200마리의 유산균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계란 배합량이 높을수록 유산균수는 되레 감소한다는 사실도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했습니다.”

-정말 잘 된 빵을 구분하는 법은.

“이론상으로 유산 75%, 초산 25%의 빵이 가장 맛있고 잘된 빵이라고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저도 아직 그런 빵을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빵을 유산이 몇 프로인지 초산이 몇 프로인지까지는 과학적인 검정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만 제대로 공정과정을 거쳐서 정직하게 만들어진 빵을 드셨던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는 빵이 잘 된 빵이라고 봅니다.”

-빵의 방부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가 요즘 주제로 삼는 말이(세미나 때 마다) ‘맛있는 빵보다 건강한 빵이 우선이다’죠. 양산빵이나 냉동빵 또는 프랜차이즈빵에는 화학개량제가 안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윈도 베이커리는 대부분 빵이 당일 생산 당일 판매이기 때문에 그런 재료가 필요가 없겠지요. 혹자들이 말하는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안 된다는 말들은 밀가루가 아니라 그런 빵 속에 들어 있는 화학 재료들 때문이죠.”

-현재 우리의 생크림 문화에 대해 알려주세요.

“생크림과 휘핑크림을 구분하지 않고, 마가린 크림과 버터 크림을 구분하지 않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그 허술한 법률을 악용하여 공룡업체들은 제일 싸구려 재료로 선심쓰는 양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상당수는 코코넛 팜유 같은 것에 전지분유와 유화제 등을 넣은 휘핑크림을 사용하지만 저는 유통기한이 1주일도 안되는 생크림만 사용합니다.”

-올챙이 후배들에게 성공적인 제빵인이 되기 위해 어떤 자세를 갖고 어떤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3년만 미쳐봐라’고 당부하고 싶네요. 윈도 베이커리가 프랜차이즈에 비해서 모든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무시간, 휴무 일수, 월급 그 어떤 것도 웬만한 윈도 베이커리가 프랜차이즈를 이길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기술만은 아닙니다. 프랜차이즈의 3년은 몸도 편하고 돈은 좀 더 받을는지 몰라도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데 있어서는 윈도 베이커리가 더 경쟁력이 있겠지요.”



▨취재후기= 모르긴 해도 그는 ‘대구의 김탁구’가 될 소양을 다 갖춘 것 같다. 좋은 재료에 목숨을 걸고 재료를 속이지 않으니깐. 그런데도 그는 아직 많이 배가 고프단다. 선보이고 싶은 제품은 아직도 60%도 보여주지 못했단다. 그가 1992년 일본의 한 기술자한테 배워 감명받은 일본식 유럽빵인 ‘노와레장(호두와 건포도란 뜻)’을 택배로 보내왔다. 먹어봤다. 시큼했다. 맛있지 않고 ‘건강한 것’ 같았다. 혀보다 맘을 움직이는 맛이었다. 모닝깜(호밀과 밀가루와 전립분을 주재료로 만든 투박한 빵 ), 월넛(유기농 밀가루와 우리밀가루를 갖고 호두로 토핑한 것), 주종단팥빵(주종을 만들어 직접 끓인 팥으로 만든 빵) 등이 히트 친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 외래 빵 브랜드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 중앙으로 빠져나가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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