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12)대구시 북구 구암동 ‘녹야원’ 김명숙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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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21   |  발행일 2012-09-21 제42면   |  수정 2012-09-21
사람에 원한 쌓인 가축 대신 산골의 ‘가고시마 흑돼지’ 밥상에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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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밥에 제철 재료·무화학조미료로 낸 착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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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기존 설탕보다 당도가 낮은 백년초 설탕.

대구시 북구 구암동 주택가에 ‘착한 밥상’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특히 여주인이 당도가 낮은 백년초 설탕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에 궁금증이 발동했다. 태풍 산바가 몰고온 세찬 빗줄기를 뚫고 녹야원을 찾아갔다. 녹야원 전체 분위기는 찻집이었다. 찻집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식당까지 겸하게 된 것이다. 일단 주방부터 확인했다. 화학조미료 통이 없었다. 코스음식을 시키면 디저트로 각종 차가 나온다. 일반인들이 먹기 좀 까끌한 현미밥이 나왔다. 착한 밥상은 식재료가 중요한 것이지 맛은 두 번째. 전채로 나온 샐러드의 당귀잎에 유자청이 너무 자극적인 향기를 품고, 메인 메뉴에 따라나온 물김치는 덜 숙성돼 새콤한 맛이 부족했다. 하지만 가고시마 흑돼지, 전두부 등 식재료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건강밥상 연구가인 김명숙씨(49)와 차 연구가인 남편 김상곤씨(50). 부부는 2005년 찻집 녹야원을 열었다. 차와 세트로 움직일 수 있는 착한밥상 개발에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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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야원’의 자연음식 연구가 김명숙씨는 좋은 차와 건강밥상을 위한 전도사역을 자임하고 나섰다.


“마블링 만들기 위해 학대하며 키운 가축을 인간이 어떻게 먹나”
저당도 백년초 설탕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는 안 써

전채는 들깨 버섯죽과 당귀잎 샐러드 나와 본식은 현미밥·추어탕…
전두부·과일즙 김치 등 곁반찬 소박하나 다양

부부가 직접 만든 茶 다식과 함께 디저트 내 ‘건강밥상’ 마무리

◆ 한때 부부는 패스트푸드 광

30대 때 부부는 패스트푸드 광이었다.

몸에 안좋다는 걸 찾아가면서 먹었다. 하루에 믹서커피를 20잔 이상 마셔댔다. 특허 관련 업무에 치중했던 남편은 건강을 자신하며 하루에 담배 네 갑, 잠도 3~4시간만 잤다. 결국 협심증 등 고질적 성인병에 걸리게 된다.

경남 양산군 출신인 아내의 아버지는 경남 기장에서 미역 양식을 개척했다. 17명이 한집에서 살았다. 가마솥 밥을 하고 항상 먹을거리가 풍성했다. 그녀의 모친은 종부 스타일이었다. 재료에 구색이 맞춰지지 않으면 요리를 하지 않았다. 오방색도 잘 이용했고 좋은 식재료 확보를 위해 타 고장으로 원정을 갈 정도였다.

90년 11월 부부는 대구로 왔다. 현모양처로 있던 그녀는 92년말부터 맞벌이부부가 된다. 이때부터 문제였다.

“허구한 날 외식이었어요. 패스트푸드 중독자가 됩니다. 요리할 시간도 없으니 편한 게 주문음식이었죠. 그러다 남편이 협심증을 앓고 자연스럽게 차 전문가로 변신을 하게 된 셈이죠.”

그녀는 비염이 매우 심했고 성대 결절이 있어 조금만 피곤해도 성대가 하얗게 부풀어올랐다. 일상이 힘들어졌다. 남편의 권유로 차를 먹기 시작한다.

“처음엔 차를 좀 소모적이고 사치적으로 봤습니다. 남편이 작은 잔에 준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거실에서 차를 먹고 있는데 저도 모르는 가운데 기도하는 맘을 느끼게 되더군요. 그런 맘은 처음이었고 정말 전율이었습니다.”

그때부터 10여년간 미치도록 차와 음식에 대해 공부를 한다. 각종 차 단체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다. 나중엔 원광 디지털대 차문화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하면서 각종 자격증에 도전한다. 전통음식 약선요리 육미습생, 대체의학, 운동처방사, 테이핑요법, 웃음치료사, 레크리에이션, 꽃꽂이, 천연염색…. 무려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좋은 걸 하니 잠이 오지 않았어요.”

북구 태전동 한 아파트에 차 사랑방을 열어두었다. 이웃 등 사람이 마실오듯 자꾸 찾아왔다. 매장을 열 필요가 있어 2005년 동평초등 정면 앞에서 보이차 전문매장을 연다. 그 공간도 좁고 수업도 하기 위해, 찾아오기 힘든 현재 자리로 이전했다.

한때 너무 왜곡된 중국 보이차 문화에 자존심 상해서 경남 하동에서 나온 차를 갖고 한국형 보이차를 2007년 대구전시컨벤션센터 국제차문화축제 첫회 때 선보였다. 현재는 중국 현지에 차공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비위생적이고 거름더미에서 속성으로 제조되는 보이차가 어떻게 고가에 국내유통되는지도 일반인에게 고발하기도 했다.

◆차전문매장에서 착한식당으로 진화

차를 하다보니 지인들이 차와 같은 음식도 만들어보라고 권유했다. 찾아 오기 힘든 주택가였지만 본심이고 재료를 속이지 않자 팬 같은 단골이 많이 생긴다.

“1만원 정도밖에 안되는 음식을 먹고 시내 5만원짜리 같다고 할 때 정말 희열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건 순전히 남편과 단골 덕분인 것 같아요.”

“우리 음식에도 옥에 티는 있지만, 그 티가 솔직하고 배려가 담겨 있기 때문에 몸 속에 들어가서 그렇게 분탕질 치지 않는다고 봐요.”

그녀가 가루음식에 대해 비판을 한다.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 당이 급속도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당의 수치가 높아지고 인슐린이 당을 분해해 지방으로 저장해버리죠. 그럼 뇌는 포도당이 필요한데 가루음식을 먹으면 인슐린이 그걸 지방으로 만들어 저장하니 뇌세포는 에너지를 사용못해서 다시 배고픔을 만들어 음식을 자꾸 많이 먹게 만들죠. 따라서 비만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게 됩니다. 그래서 빵은 먹어도 배가 고프죠.”

그 말이 식품의학적으로 검증된 말인지 확신은 가지 않았지만, 일단 그녀가 식당을 관리하면서 영양학의 깊숙한 곳까지 터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믿음이 갔다.

“저는 음식은 ‘알아차림’이라고 봐요. 다시 말하면 명상이죠. 제가 뭘 먹고 있는지, 내 몸속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알고 먹을 때 부작용이 최소화됩니다. 일반인은 맛거리에 중독되고 최면에 걸려 있어요. 그래서 화학조미료 맛에 길들여져 그게 없으면 맛없다 해서 먹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단을 짜주고 싶습니다. 특히 편식하는 우리아이들에게. 그래서 요즘 학교 등으로도 봉사를 많이 다녀요.”

◆ 사나운 물도 먹지마라

그녀는 물에 관한 철학도 확고했다.

“좋은 음식요? 그건 음양의 조화를 맞춘겁니다. 맛있는 게 건강에 가장 나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물이 중요합니다. 폭포수도 먹으면 심성이 사나워집니다. 예전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항아리에 담아서 물을 부드럽고 순하게 해서 먹었죠. 그리고 정화수를 떠놓고 매일 기도를 했습니다. 우리 몸은 물 저장 시스템은 갖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매일 2ℓ의 물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맹물보다 좋은 차가 한 단계 숙성되고 진화됐다고 봐야죠.”

햇살, 바람, 땅 기운을 잘 받은 음양의 조화를 갖춘 음식이 건강한 밥상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제철음식이고 가능하면 시설재배보다 노지의 식재료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가축 등은 어떻게 하기 힘들다.

“요즘 대다수 식육용 가축은 온갖 스트레스와 온갖 항생제로 키워지고 있죠. 그 스트레스가 조류독감과 광우병을 만들었다고 봐요. 마블링 많은 고기가 고급으로 팔리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소기름 코팅한 항생제를 투입하고 마블링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 가축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죠. 소가 잘 못 걷고 갇혀 지내면 좋은 마블링이 생긴다고 하니. 참 가슴이 아파요. 가축의 원한이 인간에게 전이된다고 봅니다. 동물의 원한 에너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인간이 더 난폭하고 거칠게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대구가 너무 육식에 길들여져 있다고 걱정한다.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돼지고기를 많이 소진시키고, 막창과 곱창은 메카이며, 뭉티기 중독자도 엄청 많아요. 채식전문식당이라는 게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3자는 그런 식당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안전한 가축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녀는 경남 산골에서 키우는 일본 가고시마 흑돼지를 밥상에 올린다. 100% 채식식단만 고집하지 않는다. 현실을 반영했다. 흑돼지의 경우 식물 효소를 사료로 먹인다.

◆ 1만5천원짜리 현미밥상

1만5천원이면 현미건강식을 먹을 수 있다.

들깨 버섯죽과 샐러드가 전채로 나온다. 샐러드는 당귀잎 등이 들어가고 유자청 소스, 매실 진액을 사용했다. 현재 매실, 민들레, 와송이, 가지, 앵두, 오미자 등을 갖고 효소액을 만들어 뒀다.

부추전, 호박전 등 제철 부침개를 내고, 본식으로 경남 거창의 한마을에서 키우는 가고시마 흑돼지를 수육으로 낸다. 과일즙을 이용한 김치에다, 박·가지·당근채 등 세 가지 나물, 미역조림·애기고추찜·멸치볶음이 놓인다. 두유 상태에서 간수를 사용하지 않은 전두부가 나왔다. 이어 고구마줄기 김치, 물김치, 우엉잎털이, 장아찌(연근, 방풍나물, 오이), 잡채, 가자미구이가 차려졌다.

본식 먹을 때 현미밥과 추어탕(토란대·고사리·배추우거지·양파 등을 넣고, 미꾸라지를 직접 으깨 베이스 육수를 만들어 요리), 토장국 등이 나온다. 식후 디저트는 부부가 직접 만든 전통차를 내고, 이밖에 직접 만든 다식과 양갱도 준다. 샐러드와 물김치를 조금 보강한다면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가장 맘에 들었던 대목은 주방 멤버가 막강하다는 사실. 찬모 김승자씨는 요리연구가이고 사찰요리에 특히 관심이 많다. 영양사 이옥선씨가 직접 서빙을 한다. 찻물로 설거지를 자주 한다.

설탕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굳이 사용할 경우 저당도 백년초 설탕을 쓴다. 이건 다식을 사용하고 난 후에 나오는 설탕을 물과 백황설탕을 1대 1로 끓이다가 완전히 끓어 별사탕 액화될 때 백년초 가루를 넣는다. 거기에 백년초가 물들여진다. 저어주면 각질처럼 가루화된다. (053)314-6686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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