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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대구시 달서구 대구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치유학교 캠프에 참가한 중학생들이 자신의 고민거리를 종이에 적은 뒤 조별로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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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달서구 대구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치유학교 캠프에 참가한 한 중학생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적고 있다. |
지난 20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대구청소년수련원 본관 2층의 한 교실에서는 20여명의 학생과 멘토들이 사람의 뇌 모양에 자신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종이에 적고 있었다.
잠시 후 조별로 발표가 이뤄졌다.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변비입니다. 이곳에 온 지 9일째인데 대변을 한 번밖에 못 봤어요. 미치겠어요.” 주위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퍼졌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저마다의 고민거리를 솔직히 말했다.
또 다른 아이가 말했다. “저는 이곳을 나간 후가 걱정입니다. 다시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을까….” 방금 전까지 웃음소리가 가득하던 교실은 한순간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사회자가 나섰다. “뭘 겁내고 그래. 지금처럼 하면 돼. 게임은 조금만 하면 되잖아. 우리 약속한 거 잊지 마.” 그때서야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감돌았다.
◆아름다운 치유의 현장
청소년들의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와 민간단체 차원의 치유프로그램 운영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청소년수련원에서 이뤄진 ‘2013년 인터넷중독 기숙형 치유프로그램’ 현장은 중독에 빠진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떻게 보호하고 치유해야 할지 알려주는 자리였다. 대구시교육청이 대구청소년지원재단에 의뢰해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치유학교 캠프’에는 대구지역 중학생 27명이 참여했다.
11박12일이라는 짧지 않은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하루 평균 2~3시간 인터넷 게임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저마다 중독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번 치유 캠프에는 이런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 청소년심리상담을 전공하는 멘토 대학생 17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한 사람이 치유캠프에 참여한 학생 2명을 전담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심리상담 및 멘토역할을 담당했다. 또 매일 아침 운동과 저녁 명상, 저글링, 바비큐 파티, 프로야구 경기 관람, 승마체험 등 사회성을 강화하고, 스포츠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에 집중했다.
캠프가 종료된 후에도 상담전문가와 연계해 3개월간 개별 상담을 통해 치유효과를 극대화하게 된다.
하루 3~4시간씩 서든어택이란 게임을 즐겼다는 김진호군(15)은 “캠프에 참여한 후 사나흘은 힘들었다. 하지만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게임을 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치유캠프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힐링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엘소드라는 인터넷 게임에 빠져 하루 평균 5시간, 심할 때는 24시간 쉬지 않고 게임을 했다는 강봉민군(가명·14)은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게임하는 꿈을 꿨다”며 “하루빨리 집에 돌아가 서 게임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강근모 대구청소년지원재단 상담위원은 “치유캠프를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는 아이도 있지만, 봉민이처럼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경우 전문의의 치료와 함께 상담교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치유프로그램 필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치유 캠프에 참여한 학생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실제 중독됐거나 중독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의 90% 이상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에서 인터넷 주의·위험사용군에 포함된 학생은 전체 재학생의 2.05%(6천877명)에 이른다. 또 스마트폰 주의·위험사용군도 전체 재학생의 6.74%(2만2천587명)로 조사됐다.
좋은 치유프로그램이 있지만 예산상의 한계로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구지역 인터넷·스마트폰 위험사용자군 중학생(1천842명)의 2%만이 대구시교육청에서 마련한 여름 방학기간 치유캠프에 참여했다. 이 캠프는 남학생만 대상으로 운영했으며, 여학생은 아예 참여 기회조차 없었다.
현재 대구시교육청은 이들 학생에 대해 3차로 나눠 단계적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1차로 담임교사가 생활지도와 연계해 중독 여부를 파악하고, 2차로 학교별 상담지도교사가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지도를 한다. 3차로 전문기관(대구청소년지원재단 등)을 통한 집단·가정방문 상담, 공존질환 검사 후 병원 치료, 치유캠프 참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치유캠프 등 집중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학부모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체계화된 치유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정신건강 전문의조차 체계화된 프로그램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중독 증세를 겪고 있는 청소년을 치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스마트폰중독척도(S-척도) 청소년 자가진단 | |||||
| 번호 | 항 목 | 전혀 그렇지 않다 (1점) |
그렇지 않다 (2점) |
그렇다 (3점) |
매우 그렇다 (4점) |
| 1 | 스마트폰의 지나친 사용으로 학교성적이 떨어졌다 | ||||
| 2 |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더 즐겁다 | ||||
| 3 |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 ||||
| 4 |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려고 해보았지만 실패한다 | ||||
| 5 | 스마트폰 사용으로 계획한 일(공부, 숙제 또는 학원수강 등)을 하기 어렵다 | ||||
| 6 |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면 온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
| 7 |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초조해진다 | ||||
| 8 |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 ||||
| 9 | 수시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 ||||
| 10 | 스마트폰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다 | ||||
| 11 |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그만해야지 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계속한다 | ||||
| 12 | 스마트폰을 너무 자주 또는 오래한다고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불평을 들은 적이 있다 | ||||
| 13 | 스마트폰 사용이 지금 하고 있는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 ||||
| 14 |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패닉상태에 빠진다 | ||||
| 15 | 스마트폰 사용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 ||||
| ※출처:한국정보화진흥원 | |||||
| ◇위험군/일반군 판정방식 | |||
| 판 정 | 총 점 | 요인별 점수 | 비 고 |
| 고위험 사용자군 | 45점 이상 | 1요인 16점 이상, 3요인 13점 이상, 4요인 14점 이상 | 총점에 해당하거나 요인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 |
|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 | 42∼44점 | 1요인 14점 이상, 3요인 12점 이상, 4요인 13점 이상 | 총점과 요인 중 한 가지라도 해당 |
| 일반사용자군 | 41점 이하 | 1요인 13점 이상, 3요인 11점 이상, 4요인 12점 이하 | 총점, 요인 모두 해당해야 함 |
| ※8,10,13번 문항에 역코딩 실시 (1점=매우 그렇다, 2점=그렇다, 3점=그렇지 않다, 4점=전혀 그렇지 않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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