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경북천년숲정원'. 정원으로 들어서면 가늘고 긴 실개천과 같은 모습의 습지가 펼쳐진다. 습지의 외나무다리는 이름난 포토존이며 물에 비치는 반영이 아름다워 거울숲이라 불린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파랗게 파랗게 높은 하늘/ 가을 길은 고운 길' 한동안은 이 노래를 흥얼거릴게 분명하다. 천성이 성실해서 찬란한 계절, 성급하게 한 해의 마지막을 내다보면서도 어쩐지 젊어진 기분이다. 천성이 정직해서 충만한 계절, 가을이 깊어질수록 물빛도 깊어진다. 그윽이 살랑거리고, 잔잔히 떨고, 고요히 하나 되는 충직함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문광저수지. 물가 400m 정도가 은행나무 길이다. 동네 할아버지가 기증한 은행나무 묘목이 자라나 이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 충북 괴산 '문광저수지'
문광면이라 문광저수지다. 양곡리라 양곡저수지라고도 한다. 저수지는 1978년 5월에 준공됐다. 그 전 해였나, 이듬 해였나, 여하튼 저수지의 준공을 전후해 마을의 한 할아버지가 은행나무를 기증했다고 한다. 200그루라고도 하고 300그루라고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묘목 장사를 하던 분이라고도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은행나무를 심었고 나무는 쑥쑥 이렇게나 자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사실 마을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골짜기라 한다. 그러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골짜기 깊이 석양에 물드는데, 그 볕이 하도 찬란해서 이곳의 나무들은 일찍 단풍들고 일찍 낙엽진다. 그 즈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이면 단풍든 물빛이 사늘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홀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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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대전 방면으로 가다 김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방향으로 간다. 연풍IC로 나가 배상교차로에서 10시 방향 문경, 괴산 쪽으로 간다. 약 500m쯤 달리다 적석교차로에서 증평, 괴산 방향 오른쪽으로 빠져나가 직진한다. 34번국도 괴산, 증평, 청주 방향으로 계속 달리다 동진교차로에서 나가 괴산방향으로 직진, 시계탑사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 대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9번 국도를 타고 가면 된다.
경북천년숲정원 습지를 따라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숲에는 흙길과 데크 길이 이어진다. 메타세쿼이아의 곧은 줄기와 그들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습지는 거울처럼 비춘다.
◆ 경주 '경북천년숲정원'
경주의 '경북천년숲정원'은 1907년 묘목을 키우는 묘포장으로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산림자원의 보호와 연구를 위해 우수한 식물자원을 가꾸어 오다 2018년경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개방해 우리의 정원이 되었다.
먼데서부터 앙양한 자세로 눈부시게 솟아 있는 메타세쿼이아가 보인다. 그들의 넉넉한 줄기 사이를 지나 정원으로 들어서면 가늘고 긴 습지가 실개천마냥 누워있다. 습지를 따라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숲에는 흙길과 데크 길이 신선하게 밟히고, 도톰하게 높인 제방에는 무궁화 길과 목련길이 아득하다. 습지에는 외나무다리가 있어 사람들이 그 위에 올라 사진을 찍곤 한다. 물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이 거울 같아서 이 습지는 '거울 숲'이라 불린다. 메타세쿼이아의 곧은 줄기와 그들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습지는 거울처럼 비춘다. 무궁화와 목련의 길 너머에는 철쭉원, 천년의 미소원, 왕의 정원, 암석원, 초화원, 겨울정원, 휴게정원, 버들못정원 등 온갖 정원들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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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경주 IC로 나가 직진하다 배반사거리에서 좌회전해 간다. 사천왕사지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가면 된다. 동절기(11월-2월) 개방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며 주차와 입장은 무료다.
호박소 계곡은 여름 피서지로,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계곡 따라 호박소까지 나무 데크 길이 조성되어 있다.
절구를 닮은 호박소. 가지산에서 발원한 물이 백운산을 타고 내려와 반석위에 떨어지기를 수십 만 년,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도 끝이 닿지 않을 만큼 깊은 소가 되었다.
◆ 경남 밀양 '호박소'
영남알프스, 굉장하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면 밀양 산내면으로 들어선 것이다. 언제 이렇게 가을이 깊어졌나. 태산준령으로 둘러싸인 천지사방이 울긋불긋 눈부시다. 산내면은 옛 부터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 부르던 땅이다. 1천m 전후의 웅대한 산들이 둘러섰는데 그 사이를 재약산과 가지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하나로 모여 흐르고, 물줄기 따라 하나의 길이 통하니 그 모양이 호리병 같다는 얘기다.
길은 호리병의 밑동에 닿아 석남고개를 넘고 서늘한 얼음골을 지나 호박소 계곡으로 든다. 우수수 떨어지는 잎들이 계속 내 어깨와 머리를 툭툭 친다. '날 좀 보소'하고. 작은 폭포들이 연달아 떨어지고, 계곡을 따르던 길이 작은 전망대에서 멈추면 호박소다. 호박은 확의 방언인데, 돌절구를 뜻한다. 동부 영남에서 가장 높은 가지산에서 발원한 물이 백운산을 타고 내려와 여기 커다란 반석위에 떨어지기를 수십 만 년,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도 끝이 닿지 않을 만큼 깊은 소가 되었다. 소에 이파리 내린다. 바위를 타고 미끄러지는 물줄기가 쉼 없이 가을을 쓸어내지만, 가을은 쉬지 않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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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로 나가 울산 언양 방향 24번 국도로 간다. 가지산도립공원 얼음골을 지나 조금 가면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고 조금 더 직진해 가면 호박소다. 호박소 주차장은 무료이며, 주차장에서 호박소까지 거리는 10여분 내외다.
낙강물길공원. 안동댐 아래에 숨은 듯 자리한 아름다운 공원으로 사람들은 비밀의 숲이라 부른다.
◆ 안동 '낙강물길공원'
안동댐을 향해 내리 달리는 강변길은 은행나무길이다. 그 노란 길의 끝, 회색빛 댐이 거대하고 담담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자리에 '낙강물길공원'이 자리한다. 예전에는 '폭포공원'이라 했고 이제 사람들은 '비밀의 숲'이라 부른다.
전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새처럼 높이 솟구친 숲 속에 연못이 있고, 습지가 있고, 절벽에서 미끄러지는 폭포와 부서지며 빛을 내는 분수가 있다. 분수는 꽃잎처럼 떨어지고, 수련들은 분수의 낙하를 구경하러 동그랗게 몰려든다. 수련의 무수한 동그라미들 사이로 조각난 하늘이 물빛과 재잘댄다. 나무의 향기를 담은 상쾌한 공기와 와글거리는 사람들의 음성 때문에 이 사랑스러운 날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다. 안동루로 향하는 '단풍나무 길'의 낭자한 단풍도 꼭 만났으면 좋겠고, 안동댐 정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에 깜짝 놀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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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로 나가 시청방향으로 간다. 안동대교, 영호대교, 영가대교 어느 다리를 건너든 우회전해서 월영교, 안동댐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월영교 앞을 지나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를 지나면 곧 길이 갈라지는데 아래 강변 쪽으로 가면 된다. 댐 아래 길 끝에 주차장이 있고 그 왼쪽에 낙강물길공원이 자리한다. 안동댐 정상길은 동절기(11월-2월) 동안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개방한다.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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