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블로그] 자영업계 폐업률 1위 외식업…식당주인들이 뿔났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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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08   |  발행일 2013-11-08 제41면   |  수정 2013-11-08
식재료 구입비 세액공제 한도
내년부터 매출액의 30%로 축소
업주들 “현실 무시” 반발
20131108
지난달 21일 소상공인진흥원 대구교육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연구원 주최 프랜차이즈 업종 CEO 간담회.

식당주인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다들 식당 못 해먹겠다고 야단이다. 현재 전체 자영업계 중 외식업이 폐업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자는 그 속내를 청취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24일 대구경북연구원 경제교육센터의 ‘미래전략아카데미’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프랜차이즈 CEO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수 있었다. 그들이 지금 얼마나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는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도 이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싶어서 그들의 불만을 정리하기로 했다. 반드시 정책에 반영될 사안인 듯했다.

이 자리에서는 거대기업이 장악한 지역 병원, 장례식장, 예식장, 공기관 등의 입찰 시 지역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대구시 시장개척단이 해외로 나갈 때 제조업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도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상표·상권 등록 시 변리사에게 가면 비싸지니 이를 지원해주고 지도해 주는 지원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대구시엔 소상공인 담당자가 없다. 우선 소상공인 담당 부서와 담당자가 있으면 좋겠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이 오르는데 음식값은 올릴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음식업은 대부분 야간근무라서 야간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정리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359개 대상 경영상황을 조사한 결과 소상공인은 판매 부진·과당경쟁·카드수수료 등으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었다. 소상공인의 86.9%가 현재의 체감경기를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1년간 경영수지를 묻는 질문에는 불과 7.8%만이 ‘흑자 상태’라고 대답했다. 소상공인의 81.7%는 경영을 위해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 중 35.5%는 기한 내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해 심각한 상태였다.

특히 외식업자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갈창균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중앙회장은 기관지 성격의 잡지 ‘음식과 사람’ 11월호를 통해 골목상권을 살려야 하는 이유를 적시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의 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자영업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영업자 56%가 월수입이 100만원도 안 된다는 국세청 자료를 제시했다.

◆의제매입 세액 공제의 허와 실

의제매입세액공제란 음식점의 식재료 구입비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대다수 자영업자는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식재료 구입비에 대해 세액을 공제받았다. 그런데 정부는 음식점이 재료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과도하게 세액을 공제받았다고 판단하고 내년부터는 매출액의 30%까지만 공제해 주겠단다.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음식점의 농수산물 식재료 구입비가 연 매출의 30% 이하일 경우에는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전부 인정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넘을 경우 부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한도를 매출액의 30%로 설정했다. 이는 현실과 부합되지 못한 규제로 보인다.

가령 횟집에서는 수산물과 채소가 주재료이고 공산품인 간장과 고추장, 된장 등은 전체 식재료비의 1% 미만이다. 고깃집의 경우에는 축산물과 채소가 주재료이고 공산품은 미미하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의 환경과 물가의 변화다. 기후환경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농산물 가격은 과거와 비교가 무색해질 정도로 폭등해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식자재비 구성 비율이 최종 소비자가의 45~50%에 달하고 있다. 기재부가 주장하는 음식점들의 의제매입세액공제 신청금액 과다청구는 실제 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에 의한 억측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식당주의 지적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부가세 신고와 관련해 모두가 아는 비밀(?)이 하나 있다. 이것이 또 외식업을 어렵게 한다. 바로 ‘농축산물 거래자료 확보문제’다. 식당에서 구매하는 농수축산물은 일반적으로 전통시장과 유통상인, 농어민들로부터 구매한다. 그런데 이 경우 거래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농산물 판매자의 경우 면세품인 농산물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득세는 납부해야 된다. 그 때문에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외식업 경영자에게 자료를 건네주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반면에 식당주는 어떤가. 고객에게 최종적으로 음식값을 받을 때 신용카드 결제 및 현금영수증 부가세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세원 확보를 위해서는 농수축산물 원자재 판매 및 납품 거래의 투명성 확보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세수 확보 차원에서 의제매입세액공제에 한도를 설정했지만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를 ‘경우의 수’에 미처 넣지 못한 것이다. 한도를 설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국내 농산물에 대한 구입 메리트가 상실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수입농산물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출처도 모르는 재료를 대충 사용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국민의 건강은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 농가의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면세품인 농산물을 소비하는 주요 업종인 음식점, 휴게음식점, 유흥음식점은 물론 농산물을 매입하는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들의 조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며 수익성 만회를 위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음식점 신고제 재검토 필요하다는 지적

1998년 김대중정부 시절 식품업체에 대한 진출입 규제를 완화하면서 음식점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다. 반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뉴질랜드, 호주 등은 허가제 개념을 도입했다. 현재 한국은 인구 1천명당 음식점 수는 미국의 6배, 일본의 2배가 넘는다. 가장 만만한 게 치킨집. 실제 국내에선 매년 7천400개의 치킨집이 생겨나고 그중 5천개가 문을 닫는다. 절반 정도가 개업 3년안에 실패하고 80%는 10년 안에 문을 닫는다.

◆카드 수수료 줄여라

카드수수료도 덫이다. 현재 연매출 2억원 이하는 신용카드는 1.5%, 체크카드는 1%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매출 2억원 이상이면 신용카드는 2.3%, 체크카드는 1.7%를 내고 있다. 그런데 대선 때 신용카드를 1.5%로 내려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자기 계좌를 갖고 있는 체크카드에 대해서 1.7%를 받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현재 외국의 경우 수수료는 0.1~0.5% 수준.

요즘 결제는 거의 카드로 이뤄지고 있다. 현금으로 내는 사람은 5%도 안된다. 그런데 현금 매출의 경우 현금영수증을 가져가는데 부가세 신고 때는 현금 비중이 낮다는 지적 때문에 없는 매출을 일부러 넣어 신고하는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복잡한 유통구조에 따른 높은 식재료 구입비, 치솟는 인건비, 홀 직원 확보 어려움, 음식물종량제 추진, 식당 내 금연법 시행, 매장 내 음악저작권 사용료 부과 등이 식당주를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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