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31)대구 동구 중대동 궁중요리 전문 ‘다우산방’의 이종찬·권현숙 부부

  • 이춘호
  • |
  • 입력 2014-02-07   |  발행일 2014-02-07 제41면   |  수정 2014-02-07
여덟가지 체질별 닭요리, 힐링푸드의 정수 선보여
20140207
이종찬 권현숙 부부가 영주 전통 삼계탕 산업육성사업단의 용역 의뢰를 받아 개발한 닭, 약용자원 및 쌀(곡물)을 활용한 팔상체질별 삼계반 밥상. 모두 8종류의 닭, 장아찌, 피클과 소스가 진열돼 있다.
20140207
태양 금양인과 태양 금음인을 위한 삼계반.


아내는 푸드스타일리스트
남편은 미식가 ‘바늘과 실’
함께 재료 찾고 음식 연구
연근요리만 20여가지 개발
맷적 등 특별한 궁중요리도

대구 동구 중대동 팔공산 파계사 아랫동네에 부부셰프가 살아간다.

아내는 전통음식전문가인 권현숙씨(55), 남편은 미식가 이종찬씨(61). 아내는 ‘현대판 효부’다. 시아버지는 대구 북구 칠성동 홈플러스 근처에서 1995년까지 45년간 미화제과를 꾸려갔다. 유과 등을 지역 유명 전통시장에 공급했다.

89년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 직후부터 권씨에게 버티기 힘든 시집살이가 찾아온다. 4대가 한 집에서 살았다. 2년간 운신 못하는 시할아버지 대소변을 받아냈다. 살림살이와 요리에 나름 안목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96년 현재 자리로 이사를 온다.

2006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시댁 어른의 영양식을 위해 식이요법, 당뇨식 등에 관한 책을 구해 탐독했다. 그러다가 2007년엔 덜컥 본인이 유방암에 걸린다. 그게 되레 ‘전화위복’이 된다. 시댁의 힐링 음식을 책임지고, 또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선 약보다 음식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그녀는 점차 요리연구가로 변신한다. 서울에 있는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 밑으로 들어가서 궁중요리, 사찰요리, 약선요리 등 한국 전통요리를 단계별로 습득해 나갔다. 2008년부터는 매주 2일간 서울에 머물며 공부를 했다. 이에 앞서 2005년 봄부터 전통차 전문 다우산방을 오픈했고, 2007년부터 풀코스 궁중요리 전문 한정식당으로 업종을 변경한다.

20140207
2007년부터 연근 정찬 음식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궁중과 약선음식을 베이스로 한 팔상체질별 삼계반을 개발하면서 힐링푸드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동구 중대동 궁중한정식 전문 다우산방 이종찬 권현숙 부부 셰프.

남편은 남다른 미식가다. 한때 정치가가 되고 싶어 했다. 80년대 대한불교청소년 교화연합회 대구시 사무국장 자격으로 전국 유명 사찰을 돌며 유명맛집을 두루 접할 수 있었다. 나중엔 대구 칠성동에서 대원기획이란 광고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너무 험하게 몸을 굴렸다. 그 때문에 망막에 이상이 온다. 한창 때 모임이 20개가 넘었다. 건강이 최고란 믿음을 갖고 술과 담배도 끊고 그동안 맘고생을 시킨 아내와 함께 전통요리 연구에 매진한다.

“아내가 요리를 하고, 저는 그 요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해줍니다. 손님을 맞고, 배웅하고, 아침 일찍 식재료를 마련해 오고, 그렇게 하다보니 24시간 아내와 실과 바늘처럼 붙어다닐 수밖에 없죠. 새로운 음식, 새로운 버전의 식당 정보를 얻으면 아내와 함께 그곳을 찾아갑니다.”

부부가 오너셰프이다 보니 밥상이 정갈하고 힐링푸드의 본색을 보여주고 있다.

◆부부는 향토 힐링푸드 전도사

집에 들어섰을 때 동북쪽 언저리는 모두 대숲이 었다. 병풍처럼 집을 보듬어주고 있다.

마당에는 대나무, 자두, 대추, 매실, 오디, 감, 죽순, 두릅 등이 자란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아내의 안목이 화장실 인테리어에 그대로 묻어 있다. 앙증맞게 작은 고무신을 화분으로 변장시켜 놓았다. 남편의 몇몇 지인이 산방을 위해 동양화는 물론 작품성 있는 나무를 깎아 만든 남근석까지 선물로 보냈다. 방마다 괴목 식탁이 놓여 있다.

이 집은 최근 연근요리 전문점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구 동구 반야월은 전국적 연근 메카다. 전국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자연히 동구에서 제대로 된 연근 식당이 생겨야만 된다고 생각했다. 연근죽, 연근샐러드, 연근전, 연근묵, 연근장아찌, 연근떡갈비, 연근 물김치, 연근차, 연근정과, 연근찜, 연근차 등 20여가지 연근요리를 개발했다.

부부는 다우산방만의 색깔이 묻은 발효식품 리스트를 알려준다.

이를 반영해주듯 집 안팎에 이런저런 옹기가 50여개 있다. 고추장·된장·간장도 모두 수제품이다. 10년 넘은 씨간장도 있다. 조만간 고조리에 입각해 공장간장을 극복한 맛간장을 쿠킹클래스를 통해 전수할 작정이다.

효소류가 정말 푸짐하다. 수세미, 비트, 질경이, 쇠비름, 맨드라미, 민들레, 오디, 복분자, 살구, 자두, 복숭아, 호두, 매실, 오미자, 감, 솔잎 등 30여 종이 갈무리되고 있다. 바나나, 수박, 오렌지, 막걸리, 자두, 비트, 복숭아 등 20여가지 재료로 식초도 만들었다. 이 집의 대표 디저트인 양갱류도 품새가 남다르다. 백년초, 단호박, 자색고구마, 완두앙금, 오디, 오미자, 복분자, 인삼, 수박 등 20여가지로 양갱도 만든다. 무, 가지, 우엉, 호박, 고추, 애호박, 고춧잎, 깻잎부각, 표고버섯, 배추, 감, 무청 등을 갖고 말랭이도 만든다.

물론 주방엔 화학조미료는 물론, 인스턴트 양념도 접근 금지. 천일염의 경우 96년 신안군에 가서 한 트럭을 싣고 왔는데 아직 10포대가 남았다.

여기 오면 좀 특별한 궁중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닭가슴살에 인삼을 다져 둥글게 말아서 찹쌀을 묻혀 찐 음식인 진주공을 비롯해 예전 임금이 즐겼던 에피타이저 타락죽, 누룽지 오미자탕수, 맷적(돼지고기에 된장을 묻혀 구워낸 것), 삼합장과(홍합과 전복, 불린 해삼, 쇠고기를 양념해서 조림해 낸 것), 패주전(조개관자가 주재료), 신선로(사태살을 고아낸 뒤 새우, 홍합, 전복, 소라 종류, 미나리전, 흰지단, 노란지단, 표고버섯 등을 고명으로 얹음) 등이 나온다. 구절판도 여느 집과 달리 찬합에 내지 않고 먹기 좋게 밀전병으로 말아서 낸다.

◆팔상체질 음식에 도전하다

지난해 11월 영주전통 칠향계 삼계탕 산업육성사업단(단장 경북대 강미영 식품영양학과 교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팔상체질식 전문가인 강미영 단장이 부부에게 닭을 베이스로 한 ‘팔상체질별 삼계반 제조법 개발 용역’을 의뢰했다. 기자도 지난달 24일 시식행사에 참석했다. 8종류의 닭·장아찌·피클·소스가 완성됐다.

그동안 힐링푸드와 약선요리에 대한 일반론적 흐름은 있었지만 직접 사람의 체질을 8가지로 나누고 그것에 맞는 체질영양식을 개발한 건 이례적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체질별 음식을 만든다는 건 참으로 지난한 과정이었다.

기본자료는 경북대 식품영약학과 강 단장한테 전해받았다. 박사과정 공부하듯이 공부했다. ‘나의 체질은 무엇인가’(씨앗을 뿌리는 사람), ‘체질에 약이 되는 음식 222가지’(중앙생활사) 등 30여권을 공부했다.

태양은 금양과 금음, 태음은 목양과 목음, 소양은 토양과 토음, 소음은 수양과 수음으로 나누었다. 체질별 약재를 찾기 위해 지역 한의사를 찾았다. 한의사마다 말도 달랐다. 일은 진척이 안 됐고 용역도 회의적이었다. 책을 봐도 확실하게 입증되는 게 없었다. 숱한 책과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중구난방이었다. 심지어 주역하는 스님도 찾아가서 주역상의 음식오행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황제내경 전문가도 찾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보편적 사실을 알게 됐다.

수십 번 반복해서 손맛을 익혀야 제대로 된 음식이 나왔다.

체질별 기본 약재 5가지를 각각 1시간30분씩 달였다. 그걸 체질별로 달인 약물과 혼합해서 닭을 30분간 두꺼운 5중냄비에 삶았다. 약재는 포도근, 오갈피, 모과, 교맥, 노근, 송절, 감잎, 구기자, 영지, 치자, 육종, 복분자, 산수유, 적복룡, 숙지황, 상백피, 의인, 갈근, 길경, 질경이, 칡, 맥문동, 마, 오미자, 국화, 황기, 당귀, 정향, 목향, 청궁, 두충, 진피, 계피, 생강, 감초, 대추, 홍삼, 인삼 등 50여가지. 전부 국산이다. 어떤 건 수입품보다 5~10배 비싸기도 했다. 200여마리의 닭을 투입했다.

약 같은 음식이 되면 입맛을 버리기 때문에 궁합맞는 약재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향은 향이 너무 강했다. 복분자를 했을 때는 닭이 검게 변해서 양을 줄이기도 했다. 치자는 색깔이 너무 고와서 양을 줄였다. 국화를 넣었을 때는 잎이 너무 흐트러져서 불편함도 있었다. 모두 40가지 한약재가 대표선수로 차출됐다. 전국에서 유례가 없다. 일반 업소에서는 이렇게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어렵사리 완성한 음식을 오늘 영주 농업기술센터에서 발표한다. 덕분에 힐링푸드의 본질을 더 깊게 익힐 수 있었다.

부부는 대구국제음식관광박람회에서 2010년 연근요리, 2011년 한과·떡·장아찌·팔도술, 작년 10월에는 다우산방에서 힐링푸드전시회를 가졌다. 지난해 1월 오픈한 쿠킹클래스를 개설해 궁중요리를 비롯해 100여가지 밑반찬, 사찰음식, 손님맞이밥상, 양갱 및 디저트 메뉴를 가르치고 있다.

연잎밥 정식은 2만·3만·4만원 3종류. 코스 궁중요리는 전복죽 샐러드 무쌈 두부선 진주공 신선로 회 삼색전 생선구이 생선찜 갈비 인삼한방수육 해물냉채 연잎밥 육전 오이선 등이 엮이는데, 1인분 10만원이다. 회복 중인 환자의 별식으로 인기가 좋다. 연중무휴. 영업은 낮 12시~밤 10시 (053)983-1999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