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구강기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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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08   |  발행일 2014-07-08 제20면   |  수정 2014-07-08
[건강칼럼] 구강기 인격

인간이 어미로부터 태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우는 것이다. 울고 나서 젖을 빠는 것이며, 이때 나약한 아기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바로 ‘기본적인 신뢰’다. 이 기본적인 신뢰감이 충분히 바탕이 되는, 어린 아기가 포근히 안길 수 있는, 그리하여 모든 것을 돌봐줄 수 있는 넓고 따뜻한 모성이 필요한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인간의 발달에 몇 가지 중요한 순서가 있다고 한다. 그 순서는 차례대로 이어지고, 시기마다 중요한 과제를 부여하고 그 과제를 잘 수행해야 제대로 된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 순서는 바로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혹은 오이디푸스기), 잠재기, 성기기’라 부르며, 그 과정을 다 겪어야 비로소 성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즉, 나이나 외모나 입장은 이미 성인이라 하더라도 발달 과정의 정도에 따라 인격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성인은 모두 마음속에 아이를 하나씩 품고 있는데 이 아이가 얼마나 잘 자랐는지 혹은 아직 덜 자랐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1세까지의 시기를 구강기라 부른다. 모든 정신적 에너지가 입(口)에 머물러 있다는 이유로 그렇게 부른다. 울고, 젖을 빨고, 소리 지르고, 칭얼대고, 깔깔 웃고, 물건을 가져다가 입으로 가져가며 확인하고, 먹고, 뱉어내고 하는 행동이 다 구강기 행동이다. 그래서 이 시기의 발달이 잘 이루어 지지 않거나 큰 문제가 생긴다면 비록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속의 아이는 구강기에서 더 성장하지 못하고 구강기적인 인격을 나타내게 된다는 이론이다.

남에게 악다구니를 쓰면서 싸우거나, 무조건 큰소리로 자기주장을 하거나, 쉽게 술을 먹고 취해버리거나, 음식을 쉼 없이 탐하거나 혹은 먹고 토하거나, 내용이 매우 빈약한 열변을 토하거나(침을 튀겨가며), 남을 근거 없이 비난하거나 혹은 욕설을 하거나 등등의 모습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형태의 인격을 우리는 ‘구강기 인격’이라 부른다. 구강기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본적인 신뢰감이 바탕이 된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그 시기의 발달을 잘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훗날 그 시기에 퇴행된 혹은 고착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바로 구강기 인격이라 부른다. 마음속의 아이가 구강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20여 년 전, 아무도 그를 이길 수 없었던, ‘핵 주먹’이라 불리던 마이크 타이슨이라는 권투선수가 있다. 승승장구하던 그도 쇠퇴의 길로 들어설 무렵인 1997년 한 시합에서 상대 선수에게 많은 펀치를 맞고 위기에 빠진 순간, 상대 선수의 귀를 물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위기에 몰린 타이슨은 무의식적으로 구강기로 퇴행해 버린 것이 분명하다.

우루과이 유명 축구 선수 수아레스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의 경기 도중 이로 상대방을 물어뜯은 사건 또한 구강기적인 퇴행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원시적인 퇴행 행동들을 관중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원시적으로 퇴행해버리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본능을 대리만족시켜준 것일까?

곽호순 <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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